‘HD현대·KT·KT SAT’ 3사간 MOU 체결
“바다 위 통신 혁신, 조선업 경쟁력 판도 바꾼다”
중국 저가 공세? HD현대는 ‘우주 인터넷’으로 맞선다

HD현대가 조선업계 역사상 처음으로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통신망 ‘스타링크(Starlink)’를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HD현대가 조선업계 역사상 처음으로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통신망 ‘스타링크(Starlink)’를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HD현대가 조선업계 역사상 처음으로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통신망 ‘스타링크(Starlink)’를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조선소 내 통신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고, 선박 원격 시운전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작업자의 안전성을 강화해 납기 신뢰성을 제고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대형 조선 기자재와 두꺼운 강재 구조물이 밀집해 위성 통신이 원활하지 못했던 작업 현장에 스타링크를 도입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든 초고속·저지연 인터넷 환경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선박 건조와 시험운항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전송 지연, 영상 끊김, 원격 점검 제한 등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전망이다.

HD현대는 11일 서울 강남구 KT SAT 본사에서 KT 및 KT SAT과 ‘스타링크 활용 및 인공지능(AI) 기반 업무 혁신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에 따라 HD현대는 선박 건조 과정 전반에 스타링크 위성 서비스를 도입하고, KT SAT은 위성 안테나와 통신 장비를 공급한다. 또한 KT는 AI 기술을 접목해 조선소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과 데이터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조선업 고질적 문제 ···위성통신으로 해결

조선업계가 오랫동안 안고 있던 구조적 한계를 스타링크가 뚫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박 건조와 시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신 불안정성은 작업 지연과 안전사고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었다. 특히 해상 시운전 중 통신 음영지역 진입 시 문제 발생을 즉시 파악하지 못해 영해로 돌아와 재점검하는 비효율이 반복돼 왔다.

스타링크의 핵심 경쟁력은 기존 정지궤도 위성 대비 현저히 낮은 신호 지연시간이다. 실시간 엔진 모니터링, 영상 협업, 원격 제어 등이 가능해져 조선소 본사와 해상 건조 현장 간 끊김없는 소통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HD현대는 급변하는 글로벌 조선업 환경에 대한 전략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중국 조선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한국 조선업계는 기술력과 품질로 차별화를 꾀해야 하는 시점이다.

스타링크는 이미 해운·항공업계에서 운항 효율성을 입증했다. 조선업에 접목될 경우 건조 품질 향상, 납기 준수율 개선, 사후 서비스 차별화 등으로 이어져 수주 경쟁력 강화에 직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의 이번 결정은 ‘디지털 조선소’ 구축 전략의 핵심 퍼즐로 보인다. 조선업계는 이미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해상이라는 특수 환경에서는 통신 인프라 부족이 걸림돌이었다.

스타링크 도입으로 건조 중인 선박 내부까지 안정적 통신망이 확보되면 실시간 데이터 수집·분석을 통한 예측 정비, 원격 품질 관리,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 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는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작업자 안전성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HD현대는 11일 KT·KT SAT와 '스타링크 활용 및 AI 기반 업무 혁신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사진=HD현대
HD현대는 11일 KT·KT SAT와 '스타링크 활용 및 AI 기반 업무 혁신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사진=HD현대

국내 조선 3사 등 유사 기술 도입 가속

HD현대의 선제적 도입이 성과를 거둘 경우 국내 조선 3사는 물론 글로벌 조선사들의 유사 기술 도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스타링크는 국내 상용화를 위한 법적 절차를 완료한 상태여서 기술적 장벽은 낮다.

다만 위성통신 서비스 비용, 해상 환경에서의 안정성 검증,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대량의 실시간 데이터 전송에 따른 통신비용 부담이 경제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태진 HD한국조선해양 전무는 “스타링크 위성 서비스 도입을 통해 작업 안전성과 납기 신뢰성이 대폭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조선업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수 KT SAT 대표는 ”이번 협력을 통해 HD현대의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조선·해양 디지털 전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스타링크는 지난 5월 한국에서 국경 간 공급 협정 승인을 받은 데 이어 8월에는 단말기 적합성 평가를 통과, 국내 상용화를 위한 법적 절차를 마친 상태다. 이번 협약은 한국 조선산업이 세계 최초로 위성통신 기반 지능형 조선 시스템을 현장에 적용하는 첫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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