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삼호 현장 직접 둘러보고 안전팀장들과 간담회 개최
한화오션 사고 여파로 촉발된 조선업 ‘안전혁신’ 경쟁
‘더 세이프 케어’ 전 계열사 확대··· 중대재해 제로에 총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4일 전남 영암군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를 찾아 주요 생산 설비와 고위험 작업 현장을 점검했다./사진=HD현대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4일 전남 영암군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를 찾아 주요 생산 설비와 고위험 작업 현장을 점검했다./사진=HD현대

한화오션의 안전사고로 조선업계 전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HD현대가 가장 먼저 ‘안전 투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선업계에 본격적인 안전 투자 경쟁이 불붙는 순간이다.

HD현대는 4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전 계열사에서 일제히 안전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전남 영암에 있는 HD현대삼호 조선소 현장을 찾아 김재을 HD현대삼호 사장과 함께 주요 설비와 고위험 작업 현장을 직접 살폈다. 이어 HD현대삼호 사업장의 안전관리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안전팀장들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회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임직원의 생명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리더의 결정과 행동이 안전문화 확립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전 사업장에서 중대재해를 ‘제로’로 만들 때까지 현장 중심의 경영을 이어나가 달라”고 경영진에 당부했다.

HD현대가 내세운 핵심 대책은 지난달 HD현대중공업에 도입한 ‘더 세이프 케어(The Safe Care)’ 제도의 전 계열사 확산이다. 추락, 끼임, 감전 등 9가지 ‘절대불가사고’ 관련 안전수칙 위반 시 실제 사고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중대재해 수준의 조치를 즉각 실행하는 ‘무관용 원칙’이 골자다.

조선업 호황이 부른 ‘안전의 역설’

하지만 이런 강경책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조선업의 구조적 특성상 고소작업, 밀폐공간 작업, 고중량 자재 취급 등 위험 요소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조선업 재해율은 2.95%로 제조업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최근 조선업 호황으로 인한 인력 부족 현상이다. 저숙련·외국인 근로자 등 산재 취약계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사고 위험이 급증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경우 전체 근로손실사고 중 협력사 비중이 68~78%에 달해 원·하청 통합 안전관리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조선업계가 직면한 근본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수주 증가로 인한 생산 압박과 안전 확보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기간에 투입된 미숙련 인력이 안전사고의 뇌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안전 투자 전쟁 본격화··· HD현대 3조5000억 배팅

HD현대가 2030년까지 조선 부문 안전 강화에 총 3조5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한화오션이 내놓았던 약 1조9760억원 규모를 크게 웃도는 금액으로 국내 조선업계 안전 투자 규모 가운데 최대 수준이다.

이번 안전 예산은 선진 안전시스템 도입, 안전 시설 증설, 임직원의 안전 의식 제고, 협력업체 지원 등에 전방위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이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올해 현장 사고가 잇따르며 ‘안전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에 비해 HD현대는 예산 규모 면에서 획기적으로 앞서가는 동시에 현장 중심의 안전 문화 혁신까지 병행해 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부 역시 조선업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지자체 및 업계 단체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HD현대 또한 오는 11월 ‘세이프티 포럼(Safety Forum)’을 열어 조선업 전반의 안전 기준을 선도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HD현대의 이번 대규모 안전 투자는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국내 조선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안전한 일터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시험대”라며 “한화오션보다 더 큰 규모의 투자와 함께 문화적 전환까지 병행한다면 실질적인 안전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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