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고공농성 끝 노사 합의··· HD현대, 사상 최대 임금안 제시
조선 3사 임단협 마무리··· HD현대, 임금·복지 압도적 우위
“조선 슈퍼사이클·마스가 맞물린 ‘통 큰 결단”

HD현대중공업 노사가 17일 진행된 24차 교섭에서 2025년 임금협상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그린포스트코리아, 픽사베이
HD현대중공업 노사가 17일 진행된 24차 교섭에서 2025년 임금협상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그린포스트코리아, 픽사베이

HD현대중공업 노사가 17일 진행된 24차 교섭에서 2025년 임금협상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며, 국내 조선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제시했다. 이번 합의는 조선업 호황과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대한 경영진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2차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13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3만5000원 포함), 격려금 520만원(상품권 20만원 포함), 특별 인센티브 100%, HD현대미포 합병 재도약 축하금 120만원, 고용안정 및 상생협약 체결 등을 골자로 한다.

이는 동종업계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조건이다. 한화오션(7월 24일 타결)의 경우 기본급 12만3262원 인상과 일시금 520만원에 합의했고, 삼성중공업(9월 10일 타결)은 기본급 13만3196원 인상, 일시금 530만원, 복지포인트 10만원 인상에 타결했다. HD현대중공업의 기본급 인상폭은 두 경쟁사를 모두 넘어서며 업계 최고 대우를 확고히 했다.

기본급 인상과 격려금 등을 모두 합하면 조합원 1인당 평균 2830여만원의 임금 인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HD현대중공업 임금협상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 2차 잠정합의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노사는 지난 5월 2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4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7월 18일 1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7월 22일 조합원 총회에서 63.8%의 반대로 부결됐다.

1차 합의안은 기본급 13만3000원 인상(호봉승급분 3만5000원 포함), 격려금 520만원 지급, 특별 인센티브 약정임금의 100% 지급 등을 담고 있었다. 부결 이후 추가 임금 인상 규모와 방식을 두고 노사 간 이견이 지속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 이후 예상되는 직무 전환 배치 문제, 싱가포르 법인 설립 이후 전망되는 이익 배분 문제 등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노조는 합병 후 고용 안정 대책이 부족하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에 따라 백호선 노조지부장이 지난 10일부터 40m 높이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노조는 11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으며, 이는 2021년 이후 4년 만의 전면 파업이었다. 파업 과정에서 노조원과 회사 측 경비요원 간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사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두 번째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며 “동종사 최고 수준의 이번 합의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지역사회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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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호황·마스가 프로젝트 영향

이번 파격적인 합의안 배경에는 조선업 호황과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작용했다. 조선업계는 현재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진입한 상태로,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는 HD현대중공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에서 1500억달러가 마스가 프로젝트에 배정된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미국 해군 함정 신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확대, 공동 건조 협력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 해군 7함대 소속 화물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함의 정기 정비 사업을 수주하며 첫 미국 MRO 사업 성과를 거뒀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는 “이번 MRO 수주는 정부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를 제안한 뒤 이뤄진 첫 수주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노조, 19일 조합원 총회서 찬반투표 진행

노조는 오는 9월 19일 조합원 총회에서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1차 때와 달리 고용안정 협약 체결, 합병 축하금 지급 등이 추가되어 가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타결이 성사되면 국내 조선 빅3 모두 2025년 임금협상을 마무리하게 되어, 조선업계가 호황 지속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이번 결단이 정기선 부회장의 ‘통 큰 결단’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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