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vs HD현대중공업, 협력·경쟁 ‘불편한 동거’ 심화
60조원 규모 캐나다 잠수함 사업서 ‘원팀’ ··· 국내선 군사기밀 유출 갈등
양사, 폴란드 오르카 원팀 출격··· 경쟁 아닌 협력으로 승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재계에서 ‘절친’으로 통한다. 하지만 이들이 이끄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현실은 정반대다. 60조원 규모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는 ‘원팀’으로 뭉쳐 유럽 강호들을 제치고 최종 결선에 진출했지만, 7조8000억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서는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해외 무대에서는 ‘K방산’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협력하면서도, 국내에서는 군사기밀 유출부터 입찰 비리 의혹까지 모든 카드를 꺼내들며 ‘불편한 동거’가 지속되고 있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 신형 호위함 사업에서 두 업체가 각각 경쟁하다 모두 탈락한 굴욕적 실패가 변화의 계기가 됐다. 방위사업청이 중재에 나서 지난 2월 원팀 협약을 체결했다.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을, 한화오션은 잠수함 수출을 주관하며 서로 지원하기로 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한화오션이 제안한 3000t급 ‘장보고-Ⅲ 배치-Ⅱ’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해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특히 통상 9년 걸리는 잠수함을 6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빠른 납기 능력을 내세워 독일 TKMS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다.
1600조원 규모의 미 해군 함정 시장이라는 거대한 파이가 두 회사의 해외 협력을 이끌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의 협력이 미국 조선업 재건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는 북미 진출의 중요한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KDDX 사업 놓고 갈등 여전··· 사업자 선정 ‘난항’
국내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KDDX 사업을 둘러싼 갈등의 뿌리는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한화오션의 KDDX 개념설계 보고서 등 3급 기밀 2000페이지를 불법 취득해 사업제안서 작성에 활용했다. 2023년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가 확정됐다.
한화오션은 이를 조직적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군사안보지원사령부 특사경 신문 기록에 따르면 해당 직원이 “부서장, 임원, 중역이 결재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에 한화오션 측은 “고위 임원의 지시나 관여 없이 수년간 군사기밀을 탈취해 회사 내부에 비밀 서버를 구축·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담당했으므로 관례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화오션은 “유죄판결로 이미 원칙이 깨졌는데 수의계약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경쟁입찰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기술자문위원회가 수의계약 방식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갈등은 여전하다.
한화오션 vs HD현대중공업··· 해외 잠수함 프로젝트도 원팀
두 회사의 협력 범위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현재 양사는 폴란드가 추진 중인 ‘오르카(Orka) 프로젝트’에도 공동으로 참여하며 글로벌 방산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오르카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 3조35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대형 해군 현대화 사업으로, 차세대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사업은 단순한 무기 공급을 넘어 기술이전, 산업협력, 장기간 유지·정비 패키지를 포함하는 복합 계약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세계 주요 방산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는 경쟁보다는 협력을 택해 ‘원팀’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수주 경쟁력은 물론 장기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HD현대중공업은 정조대왕함, 충남함 등 실존 함정을 앞세운 ‘실물 기반 기술력’을 강조한다. 한화오션은 KDX-I부터 KDX-III까지 모든 구축함 사업에 참여한 대한민국 해군 전투함 건조 역사를 내세우며, 율곡이이함 건조 시 도입한 블루스카이 로드 아웃 공법이 전 세계 롤모델이 됐다고 자부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HD현대의 국내 조선 시장 점유율은 80.3%로 압도적이지만, 방산 분야에서는 기술 격차가 크지 않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재계 ‘절친’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불편한 동거’는 KDDX 사업의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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