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값 폭등·환율 압박, 노사 협상 난항까지
세계 수주 1위에도 숨 막히는 구조적 비용 부담
성장과 위기 갈림길··· 해법은 상생·혁신

한미 조선업 협력의 핵심축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기회와 위기의 갈림길에 서 있다. 1500억달러(약 200조원) 규모의 이 거대 프로젝트는 분명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원자재 폭등과 임금 갈등이라는 현실적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사들의 최대 고민거리는 후판 가격 상승이다. 선박 건조비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kg당 80만~110만원으로 치솟았다. 포스코산 정품은 최근 82~83만원을 기록해 3만원 이상 오른 상태다.
철강업계는 적자 탈출을 위해 t당 85만원을 제시하지만, 조선업계는 원가 부담을 이유로 80만원 수준 유지를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기에 철광석(t당 125달러, 연초 대비 7.45%↑)과 원료탄(톤당 316달러) 가격 상승, 원달러 환율 1476원 고점 등이 원자재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산 후판에 대한 최대 38.02% 반덤핑 관세 부과도 가격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HD현대중공업 파업 사태, 노사갈등 심화
임금 협상을 둘러싼 노사갈등도 조선업계 발목을 잡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연속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올해 들어 6번째 파업으로, 5월부터 시작된 임금협상이 20차례 교섭에도 불구하고 교착상태에 빠진 결과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본급 13만3000원 인상과 격려금 520만원이 포함된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63.8% 반대로 부결됐다는 사실이다. 업계는 이를 2015년 이후 10년간 반복되는 ‘기계적 부결’ 패턴으로 분석하고 있다.
노사갈등 배경에는 마스가 프로젝트 대비용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 추진이 자리잡고 있다. 노조는 합병 과정에서 불가피한 인력 감축과 전환 배치를 우려하며 ‘고용안정 협약서’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화오션은 7월 기본급 12만3262원 인상과 일시금 520만원 지급에 합의하며 상생 모델을 보여줬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협상 진행 중으로 결과에 따라 인건비 부담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조선업 미충원율 두 배, 해외 인력 의존 불가피?
마스가 프로젝트 추진으로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는 심각한 인력 부족에 직면해 있다. 2024년 하반기 조선업 근로자는 11만6000명으로 2014년(20만3400명)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16년 수주 절벽 시절 업계를 떠난 인력이 호황기에도 복귀하지 않고 있다.
조선업종 미충원율은 18.9%로 전 산업 평균(9.6%)의 두 배 수준이다. 근로조건 불만족(36.6%), 기피 직종(31.7%), 자격 미달(14.6%)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는 태국·인도네시아 등에서 검증된 외국인 인력을 특정활동 비자로 유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현대는 미국 헌팅턴 잉걸스와 기술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에 국내 숙련공 50명을 파견하며 현지 인력을 2035년까지 3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도 만만치 않다. 노동계는 마스가 프로젝트가 국내 조선업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중 경쟁 격화에 일조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 성패 갈림길은 ‘구조적 과제 해결’
200조원 규모의 ‘마스가 프로젝트’가 한국 조선업계에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 대규모 프로젝트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조선업계가 직면한 구조적 난제를 슬기롭게 풀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먼저 철강업계와의 협력 체계가 중요 과제로 꼽힌다. 원자재 가격을 둘러싼 단순한 공급·수요 협상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안정적 파트너십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은 보장되기 어렵다.
노사관계 개선도 핵심이다. 갈등과 파업이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는 대형 사업 추진에 뚜렷한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 한화오션이 선보인 협력적 노사 모델은 업계 전반이 참고할 만한 사례로 평가된다.
여기에 숙련 인력 확보와 자동화 투자의 균형도 절실하다. 인력난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인재 양성에 소홀하면 프로젝트 수행 능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동시에 조선업의 장기 경쟁력을 위해서는 자동화와 스마트 생산 체계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국 조선업에 전례 없는 도약의 기회이지만, 기본 체질을 강화하지 못하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위험도 있다”며 “거대한 사업의 성공 여부는 결국 현장 과제를 얼마나 성실히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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