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수요 폭발하는 피더선 시장··· HD현대미포, 올해만 21척 수주
미·중 갈등·규제 강화가 한국 조선업에 기회로 작용

HD현대의 조선 부문 계열사 HD현대미포가 연료 효율을 극대화한 신선형 설계를 앞세워 피더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HD현대미포는 최근 오세아니아 선사와 총 2224억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3척을 수주했다고 29일 밝혔다. 수주 선박은 28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급 2척과 1800TEU급 1척으로, 오는 2027년 10월까지 울산 조선소에서 건조 후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보다 기술 우위를 앞세운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HD현대미포가 개발한 신선형 설계는 선체 저항을 최소화해 추진 효율을 높임으로써 최대 20%까지 연료 절감이 가능하다.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이산화탄소(CO₂) 배출 저감 효과까지 확보해 선주사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피더 컨테이너선은 대형 선박이 기항하지 않는 지역 항만과 허브항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별도의 대형 터미널 시설이 필요 없고, 항로가 짧아 회전율이 높아 수익성이 뛰어난 선종으로 꼽힌다.
시장 환경도 긍정적이다. 영국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피더 컨테이너선 시장은 약 27억 4000만달러(약 560억원) 규모다. 오는 2035년까지 연평균 8.7% 성장해 63억4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전체 피더 컨테이너선의 약 30%가 선령 20년을 넘어 교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 같은 조건은 HD현대미포의 기술 경쟁력과 맞물려 추가 수주 가능성을 높인다.
HD현대미포는 올해 들어서만 21척의 피더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며 지난해(6척) 대비 3배 이상 성장한 실적을 기록했다.
HD현대미포 관계자는 “최근 친환경 기술력과 납기 신뢰도를 우선시하는 선사들로부터 발주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쇄빙선 등 신규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물량 지배 지속 ··· “고부가가치 시장서 기술로 차별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한국 조선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오는 10월부터 중국산 선박에 t당 50달러의 입항세를 부과하고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할 방침을 밝히면서 중국 조선소의 가격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 조선소로 발주가 이동하는 흐름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단거리 해상 물동량 증가도 성장세를 뒷받침한다.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단거리 해상 운송 수요가 확대되면서 피더 컨테이너선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Arthur D. Little은 해당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5% 성장해 451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HD현대미포의 성과는 한국 조선업 전체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 조선 3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컨테이너선 52척, 약 11조5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기록해 지난해 연간 실적을 이미 넘어섰다.
중국이 전체 수주 물량의 61%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입증하며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다.
다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생산성 제고가 필수적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디지털 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조선소 구축과 자동화 시스템이 확보되어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노후선 교체 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미·중 갈등 속 공급망 재편이라는 복합적 기회 요인이 겹쳐 한국 조선업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며 “HD현대미포의 이번 수주 성과는 이러한 전환기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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