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1만명 채용·마스가 프로젝트 결합
친환경·AI·MRO로 글로벌 시장 장악 노려
14.7% 미충원율, 조선업 인력난 구조적 심화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사진=HD현대,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사진=HD현대,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국내 조선업이 심각한 인력 수급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기준 조선업 미충원율은 14.7%로, 전산업 평균 8.3%보다 6.4%포인트(P)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업계는 2027년 이후 약 13만명 이상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수주 잔량 소화는 물론 신규 수주 대응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HD현대가 향후 5년간 1만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인재 확보전에 나섰다. 단순 생산직 충원이 아닌 친환경 선박 설계, AI 자율운항 시스템, 디지털 트윈, LNG·암모니아 추진선 등 미래 핵심 분야에 초점을 맞춘다.

HD현대는 학점연계형 인턴십 제도를 통해 대학생들에게 재학 중 실무 경험을 제공하고, 졸업 후 정규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조선업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젊은 실무형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대부분의 조선업체가 필요 인력을 채우지 못하거나 고령 노동자 비중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HD현대의 대규모 투자는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을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한 전문가는 “HD현대의 움직임이 다른 조선사들에도 인재 투자 확대의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며 “업계 전체의 인력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마스가 프로젝트, 한미 조선 협력 새로운 지평

HD현대의 대규모 인력 확보 전략은 마스가(MASGA) 프로젝트와 긴밀히 연계돼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한미 협력의 핵심 사업으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조선 산업 자립과 군함 건조 능력 강화라는 정책 목표와 맞물리며 급속히 구체화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실질적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25년 미 해군 7함대 소속 군수지원함 ‘USNS 앨런 셰퍼드’의 정기 정비 사업을 수주하며 한국 조선업계의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입증했다. 단순한 정비 계약을 넘어 미 해군과의 신뢰 구축, 미국 방위산업 공급망 진입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미 해군은 현재 함정 노후화와 정비 지연 문제로 작전 가용률이 저하되고 있어, 한국 조선소의 높은 품질과 납기 준수율에 주목하고 있다.

HD현대는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해 세 가지 핵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내 조선소를 인수해 최신 설비와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고, 한국의 선진 조선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 또한 미 해군과 상선을 대상으로 한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확대해 연간 수십억달러 규모의 정비 수요를 흡수한다. 이를 안정적 수익원이자 기술 축적의 기회로 삼고 있다. 아울러 미국 내 부품·소재 공급망을 구축해 현지화를 가속화하고, 한국 협력업체의 미국 진출을 지원함으로써 한·미 간 조선 산업 협력의 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

이를 통해 HD현대는 연간 22억달러(3조원)의 매출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HD현대 전체 매출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로, 미국 시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임을 시사한다. 서버러스 캐피털, 한국산업은행과 함께 조성한 대규모 투자 프로그램은 총 수십억달러 규모로, 인력·기술·생산 설비를 동시에 업그레이드하는 복합 전략을 구현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국 조선업의 미래 10년을 결정할 전략적 시험대”라며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글로벌 조선업 판도를 재편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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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채용 성공 열쇠는 ‘양적 확대’ 아닌 ‘질적 전환’

HD현대의 대규모 채용 계획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전환이 필수적이다. 1만명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얼마나 빠르게 숙련되고, 조직에 적응하며,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관건이다. 

HD현대가 다층적 인재 양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는 자체 교육 센터를 통해 신입사원에게 3~6개월간 집중 교육을 제공한 뒤 현장에 배치한다. 이후에도 멘토링과 정기 교육을 이어가며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용접·배관 등 핵심 기술은 마이스터와의 1:1 도제식 교육으로 숙련도를 높인다. AI, 빅데이터, 디지털 트윈, 자동화 시스템 등 첨단 기술 교육은 전 직원에게 확대해 ‘스마트 조선소’ 구축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사업 확대에 따라 어학·국제 표준 교육과 해외 근무 프로그램도 도입해 글로벌 인재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리스크도 존재한다. 중국 조선소들이 보조금과 금융 지원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는 가운데, 한국 조선업은 기술력과 품질을 수주로 연결하지 못하면 인력 투자가 부담이 될 수 있다. IMO의 탄소 규제 대응 지연과 미국 시장의 높은 인건비·노조 문제 등도 불확실성으로 지적된다.

HD현대는 이러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R&D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2025년 R&D 예산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으며, 친환경 추진 시스템, AI 기반 설계 자동화, 디지털 트윈 등 미래 핵심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또한 국내외 대학, 연구소와의 산학협력을 강화해 장기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려 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대규모 인력 투자와 R&D 강화가 시너지를 내려면 최소 3~5년은 필요하다”며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인재 육성과 기술 혁신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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