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10년 장기 복원 플랜 가동··· “美 조선업 공백 메운다”
‘22억달러’ 목표 HD현대, 헌팅턴·ECO 조선소 인수 검토
조선업 부활 신호탄··· 존스법·인력 문제 극복 과제

미국 조선업 부활의 중심에 선 HD현대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대규모 투자 승부수를 띄웠다. 미국 내 조선산업 재건 움직임에 발맞춰 현지 조선소 지분 참여부터 신규 조선소 건립까지 전방위 진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미 간 관세 협상과 미국 내 규제 환경 개선이 진척될 경우, 한국 조선 기술력과 미국의 해양 인프라가 결합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초부터 준비해 온 미국 진출 전략을 구체적 실행 단계로 전환했다. 조선소 지분 참여, 인수, 직접 건립 등 다양한 방안을 종합 검토 중이다. 단순 투자를 넘어 현지 생산 거점 확보를 통한 장기적 사업 기반 구축에 방점을 두고 있다.
HD현대의 미국 진출은 한미 양국이 합의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중심축이다. 지난 8월 워싱턴DC에서 체결된 양해각서에 따라 HD현대는 서버러스 캐피탈, 한국산업은행과 함께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앵커 투자자이자 기술자문사로서 미국 조선소 인수 및 현대화, 공급망 강화, 자율운항·인공지능(AI) 등 첨단조선기술 개발에 참여한다.
HD현대중공업은 오는 2035년까지 미국 내 조선소 인수를 통해 연 매출 22억달러(약 3조원)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구체적 인수 대상으로는 올해 파트너십을 맺은 헌팅턴 잉걸스 조선소와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의 5개 조선소 중 한 곳이 거론되고 있다.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현지 네트워크 구축
HD현대는 올해 공격적인 파트너십 전략으로 미국 시장 진입 기반을 다졌다. 4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6월에는 ECO와 미국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7월에는 ECO 대표단 10여 명이 한국을 방문해 HD현대 글로벌R&D센터와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야드를 견학하며 협력 방안을 구체화했다. HD현대는 ECO 조선소에 전문가를 파견해 생산공정 체계와 설비를 점검하고 생산성 개선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파트너십 전략은 미국 조선업의 심각한 현실을 고려한 접근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세계 최고였던 미국 조선소의 현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0.04%에 불과하다. 2024년 기준 미국 조선소 수주잔고 46척 중 15척이 인도 예정 시기를 넘겼으며, 전 세계에서 연간 1600여 척의 선박이 건조될 때 미국 제작 선박은 연간 7척 수준이다.

규제 완화·인력 양성 성공 변수
HD현대의 미국 진출 성공 여부는 규제 환경 개선과 인력 확보에 달려 있다. 지난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은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선박의 미국 내 건조와 소유, 미국 시민 승무원 탑승을 의무화하고 있어 큰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 미 의회에서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예외 조항을 담은 법안들이 발의되며 변화 조짐이 보인다. 8월에는 동맹국 조선소 선박 개조 시 기존 50% 수입 관세를 면제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과의 해군력 격차 확대와 자국 내 군함 건조 역량 부족으로 조선 시장 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동맹국 인프라를 활용한 전력 공백 보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숙련 인력 부족도 주요 과제다. 미국 조선업계가 인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HD현대가 현지 조선소 인력 양성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내 조선소 근로자 상당수가 1년 이내 퇴사하는 등 인력 이탈률이 높아 안정적인 숙련 인력 확보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HD현대는 과거 페루 해군 조선소 설립 및 인력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조선소에서도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인력을 키울 계획이다. 하지만 숙련된 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3년에서 길게는 5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조선소 근로자들의 높은 이직률과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지 사업 성공의 관건이다.
동시에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 추진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체급 키우기로 해석된다. 합병을 통해 특수선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한미 공동 프로젝트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마스가 프로젝트가 호재로 작용하면서 현지 조선소 몸값이 크게 올라 부담이 커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조선업 특성상 단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미국 조선업 생태계 복원에 최소 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한미 관세 협상 진전과 규제 환경 개선이 HD현대의 최종 진출 방식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며, 정부 간 협력(G2G) 성격이 큰 조선 사업 특성상 양국 정부 간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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