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수소 운반체 '그린 암모니아'가 에너지 핵심 축으로 부상
中, 세계 최초 상업생산 ...韓, '글로벌 전략'으로 맞불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그린 수소)를 질소와 합성해 만드는 ‘그린 암모니아’가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핵심 고리로 급부상하면서 한국과 중국 간의 산업화 및 시장 선점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탄소 배출이 없는 대규모 장거리 운송·저장 솔루션을 제공하는 그린 암모니아는 무탄소 수소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400개가 넘는 저탄소·그린 암모니아 프로젝트가 발표된 가운데,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상업 생산 단계에 진입하며 '가격 경쟁력'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했다. 특히 중국 엔비전(Envision)이 한국지사 설립을 준비하며 국내 수소·암모니아 시장에 본격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향후 한·중 간의 에너지 패권 구도가 어떻게 재편될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 주요 자원 부국과의 대형 합작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확보에 속도를 내며 맞대응하고 있다.
◇ 생산 과정 전면 탈탄소…수소보다 운송·저장 경쟁력 높아
그린 암모니아는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만든 수소와 공기 중 질소를 합성해 생산한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회색 암모니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을 9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암모니아 자체는 탄소를 포함하지 않아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지만, 질소산화물(NOx) 배출과 안전 문제를 제어하기 위한 기술이 필수적이다.
액화 온도도 −33도로 액화수소(−253도)보다 현저히 낮아 저장·운송 인프라 비용이 낮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수십 년간 비료 산업에서 축적된 저장 탱크·배관·운반선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 수소보다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MWh당 20달러 이하로 내려갈 경우, 그린 암모니아는 1만 km 이상 장거리 수송에서 가장 경제적인 수소 운반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다만 최종적으로 수소 형태로 사용하려면 암모니아를 다시 분해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높은 온도와 추가 에너지가 필요해 효율 저하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일본·유럽을 중심으로 암모니아를 직접 연료전지·내연기관·가스터빈 연료로 사용하는 직접 연소·활용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 中, 세계 최초 상업생산… 해외 시장 공략 예고
중국은 정부 주도 아래 초기에 대규모 상업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모양새다. 올해 완공된 송위안 프로젝트는 3GW 규모의 태양광 및 풍력 발전과 연계해 연간 20만 톤의 그린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생산량을 60만 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기업의 해외 시장 공략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내몽골 단지에서 AI 기반 통합 공정으로 연간 32만 톤을 생산 중인 엔비전은 내년 한국지사 출범을 공식화하고 국내 공공 및 민간 그린수소·암모니아 프로젝트를 겨냥한 사업 개발에 착수한다. 엔비전은 2028년까지 그린 암모니아 생산량을 150만 톤까지 끌어올려 세계 최대 규모 생산 기지를 목표하고 있어, 한국 시장 진출은 단순한 공급망 확보를 넘어 국내 산업 생태계에 직접적인 경쟁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韓 ‘해외 대형 프로젝트’ 투자 박차
한국은 중국의 ‘생산 우위’에 맞서, ‘글로벌 소싱’과 ‘도입 인프라’라는 전략으로 밸류체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발전공기업을 중심으로 암모니아 혼소 실증과 해운 연료 실증 프로젝트가 활성화되며 본격적인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중부발전은 호주·오만에서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장기 도입 계약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호주 퀸즐랜드 쿰바릴라 지역에서 일일 300kg 규모 그린수소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그린 암모니아 대형 프로젝트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물산·포스코·한전·남부발전·석유공사 등 국내 컨소시엄도 사우디 홍해 연안 얀부의 연 120만 톤 규모의 초대형 그린 수소·암모니아 플랜트를 20년간 운영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으로 석유에만 의존하던 사우디 경제를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추진한다. 탄소중립을 강화하는 사우디는 네옴시티 전체를 100% 친환경 에너지로 운용할 계획이며 그린수소와 태양광, SMR 등이 주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현대오일터미널이 울산에서 연 125만 톤 규모의 국내 최대 암모니아 도입·저장 터미널 건설에 착수하며 도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 中 생산 증가에 수소·암모니아 에너지 안보 변수 떠올라
전 세계가 '탈탄소 해상운송' 및 '수소 확보 경쟁'에 뛰어드는 가운데, 그린 암모니아가 한국 에너지안보와 산업 전략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초대형 생산기지와 저가 재생에너지 기반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고, 한국은 사우디·호주 등과 전략적 합작투자와 발전·해운 실증 기술을 강화하며 밸류체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100MW급 대형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 추진, 암모니아 액화 및 저장 물류 거점 확장 계획을 구상 중이다. 특히 호주·사우디·오만·UAE 등에서 그린 암모니아 대규모 수입을 목표로 하며, 2030년까지 927만톤의 암모니아 도입을 계획하는 등 해외 생산지와 연계 강화 정책 추진 중이다.
다만 정부도 그린 암모니아를 수소 경제 내 중요한 축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실질적 탄소 감축 효과와 비용 문제를 감안하면 정책 재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본격적인 한국 시장 진출 여부가 국내 수소·암모니아 공급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가 차원의 도입 전략·가격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