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25% 감축, IMO 규제 대응 위한 전략적 친환경 투자
메탄올·암모니아 기술 상용화 전 현실적 대안으로 LNG 집중
머스크 메탄올 투자 조정··· MSC·CMA·CGM 등 LNG 병행 전략

HMM이 최근 1만3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12척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발주하며 친환경 선대 전환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국제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HMM은 위기가 아닌 새로운 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 발주는 단순한 선박 교체가 아니다. LNG 이중연료 추진 시스템을 도입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환경규제 시대에 경쟁력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탈탄소 메가트렌드가 해운 산업의 생존 공식을 바꾸는 지금 HMM이 한국 해운의 다음 항로를 설계하고 있다.
1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모든 해운사가 친환경 선박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국제 해운의 넷제로(Net-Zero) 달성을 목표로 강력한 규제를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행되는 탄소집약도지수(CII) 규제는 선박 운항 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기준으로 A부터 E까지 등급을 매긴다. D등급을 3년 연속 받거나 E등급을 1회 받으면 사실상 운항이 제한된다. 노후 선박과 저효율 선박을 보유한 선사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HMM이 선택한 LNG 이중연료 추진선은 기존 선박 연료유 대비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85% 이상,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5%가량 줄일 수 있다. 암모니아, 수소 등 궁극의 친환경 연료 기술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LNG는 가장 현실적이고 즉각적으로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이다.
국제선급협회(ABS) 자료에 따르면, LNG는 기존 벙커유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20% 줄일 수 있다. ESG 요구가 높아진 화주와 규제당국에 탈탄소 노력을 보여줄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된다.
HMM은 이번 12척 외에도 9000TEU급 메탄올 추진선 발주를 검토하는 등 노후 선박을 고효율 대형 선박으로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는 CII 등급 개선과 함께 척당 운송 비용을 낮추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동시에 거두려는 전략이다.

글로벌 경쟁사들의 엇갈린 선택
다만 글로벌 해운사들의 대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미래 연료의 표준을 누가 선점하느냐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덴마크의 머스크는 메탄올에 가장 공격적으로 베팅하고 있다. 이미 세계 최초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인도받았으며, 대형 메탄올 선박 발주를 주도하고 있다.
메탄올은 LNG보다 선박 내 보관이 용이하고, 특히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 메탄올을 사용할 경우 즉시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머스크는 그린 메탄올 생산 및 확보에까지 직접 투자하며 시장 생태계 자체를 주도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린 메탄올은 현재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머스크는 최근 신조 선박 50~60척에 대해 기존의 그린 메탄올 계획을 철회하고, 듀얼연료 LNG 추진 선박으로 전환했다.
글로벌 선사들, 현실적 대안으로 LNG 집중
세계 1위인 스위스의 MSC와 3위인 프랑스의 CMA CGM은 HMM과 유사하게 LNG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고 대규모 LNG 추진 선단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구축된 LNG 인프라를 활용해 즉각적인 탄소 감축 효과를 누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특히 MSC는 압도적인 선박량을 바탕으로 LNG 선박과 메탄올 선박을 모두 발주하는 양동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선사들이 LNG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즉시 실행 가능한 감축 효과, 공급 안정성, 그리고 운항 유연성 때문이다. 공급 측면에서 LNG는 전 세계적으로 인프라가 이미 구축된 유일한 대체 연료다. 반면 메탄올이나 암모니아는 지속가능한 생산공정이 거의 없고, 생산 가격 또한 LNG 대비 크게 높다.
듀얼연료 엔진은 LNG와 기존 벙커유를 모두 사용할 수 있어 연료 가격이나 공급 여건에 따라 즉시 전환이 가능하다. 실제 운항 데이터를 보면 일부 선사는 LNG를 5~10%만 사용하는 반면, LNG 가격이 유리하거나 공급 여건이 좋은 항로에서는 최대 50% 이상 사용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LNG는 전환 연료를 넘어 운항 전략에 따라 비중을 조절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도구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LNG는 완벽한 해답은 아니다. LNG는 영하 162도라는 극저온 상태로 저장 및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선박에 채워 넣은 LNG의 양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재냉각 작업이 필요하다. 재냉각 과정에서 선박은 최대 3일 동안 운항할 수 없으며, 부두 사용료와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수십만달러에서 수백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
LNG 공급 프로세스 역시 기존 벙커유보다 복잡하다. LNG 벙커링은 최소 한 달 전에 확정해야 하고, 일정이 변경될 경우 높은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 대형 선사는 항로 조정이 빈번하기 때문에 이러한 제약은 실제 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나아가 LNG 가격은 계절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특히 겨울철에는 발전 및 난방 수요가 증가해 LNG 가격이 크게 상승한다. 이 때문에 선사들은 겨울 시즌에는 LNG 사용을 줄이고, 다시 벙커유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LNG는 메탄 슬립(Methane Slip, 엔진에서 연소되지 않고 배출되는 메탄) 문제가 존재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 효과가 훨씬 강력해, 이것이 향후 추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진짜 미래는 암모니아·수소··· 적시 투자가 주도권 결정
모든 선사의 공통점은 LNG와 메탄올을 징검다리 연료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인 넷제로 달성을 위해서는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암모니아나 수소 연료가 필요하다.
HMM을 비롯한 모든 글로벌 선사들은 조선소, 엔진 제조사들과 함께 암모니아·수소 추진선 개발을 위한 R&D를 병행하며 진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 시장은 환경 규제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생존을 건 친환경 레이스를 시작했다. HMM의 LNG 선대 대규모 투자는 불확실한 미래 연료 시장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검증된 기술을 선택해, 시장이 요구하는 고효율 선박을 적시에 확보하겠다는 명확한 전략이다.
메탄올에 베팅한 머스크가 공급망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경우, 혹은 암모니아 상용화가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즉각적인 규제 대응과 원가 경쟁력을 모두 갖춘 HMM의 LNG 선단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강력한 기회가 될 것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소에 발주를 맡김으로써 미래 해운-조선 시장의 친환경 기술 표준을 함께 선도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며 “HMM의 과감한 베팅이 미래 해운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LNG 친환경 선박 수요 급증··· K조선, 수주 확대 가속
국제 해운업계의 탈탄소 전환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LNG를 비롯한 차세대 친환경 선박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향후 수주 확대를 발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중공업은 초대형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수주를 중심으로 수주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올해 전체 수주 물량의 60%가 LNG 추진선으로, 차별화된 친환경 기술을 기반으로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현대글로비스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과 협의해 LNG 선박 2척 발주를 검토 중인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한화오션은 세계 최초로 해상 시운전 중 LNG 선박 간 직접 가스 공급에 성공하며 친환경 물류 기술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LNG 운반선 건조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대 중이다. 최근 약 1조3800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수주 계약을 따내며 대형 프로젝트 수주 성과도 거뒀다.
삼성중공업 역시 LNG 선박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스와 덴마크 해운사로부터 총 2조원 규모의 LNG 운반선 6척을 수주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누적 친환경 선박 수주는 48억달러를 기록, 연간 목표의 절반을 이미 채웠다.
업계 한 관계자는 “HMM의 친환경 선대 확대는 국내 조선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다시금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2025년 이후 국내 조선 3사의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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