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정부 추진 ‘수소경제’ 1년…명(明)과 암(暗)①
[기획특집] 정부 추진 ‘수소경제’ 1년…명(明)과 암(暗)①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0.01.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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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정부의 수소경제 ‘회색 수소’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그린수소’ 걸림돌 많아

정부는 지난해 1월 17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 후 1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초의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이하 수소법)’ 제정과 규제샌드박스 제1호 승인을 통해 국회에 수소충전소를 준공했다며 1년간의 성과를 발표했다. 정부의 평은 그야말로 ‘자화자찬’이었다. 정부는 지난해를 수소경제 원년(元年)으로 삼고 성과를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있지만 아직 각계각층의 우려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정부 차원에서 주도한 수소경제 정책이 ‘장밋빛 미래’일지에 대해 3회에 걸쳐 집어본다. [편집자]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정부가 ‘수소경제’를 정책 기조로 삼은 지 1년이 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원의 해외 의존가 95% 달해 국제시장의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수소경제를 천명했다. 기존 화석연료가 아닌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로 국내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를 감소시키는 것은 덤이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 추진 속에서 수소경제 1주년을 맞아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등 정부 인사들이 그 추진 성과를 점검‧평가하고 현장에서 간담회를 여는 등의 관련 산업 활성화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졌다.

산업부는 이에 맞춰 수소경제 1주년의 성과를 발표했다. 최초 수소차 글로벌 판매 1위, 수소충전소 세계 최다(最多) 구축, 연료전지 세계 최대 발전시장으로 1년간의 성과를 자평했다. 

하지만 정부가 강력히 추진해온 수소경제가 과연 ‘장밋빛 미래’일지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이는 단순히 수소경제와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전통적인 에너지원인 화석연료 관련 업계만의 우려가 아니다. 자동차 업계와 수소 관련 업계는 물론 문재인 정부의 충실한 지지자라고 볼 수 있는 환경단체까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 국내 수소경제, 실제는 환경오염 ‘그레이 수소’

정부는 수소경제를 이야기할 때 언제나 ‘친환경’이란 미사여구를 붙인다.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선 폐기물 위험성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과 달리 환경오염이 없는 에너지원으로 홍보한다. 그리고 이는 탈(脫)원전과 미세먼지의 해결책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현재 수소경제는 이산화탄소(CO2)를 발생시키지 않는 ‘그린수소(green hydrogen)’가 아닌 ‘회색수소(grey hydrogen)’다. 이는 수소 생산 방식을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수소 생산 방식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 부생수소, 천연가스 개질, 그리고 ​전기분해(원자력 포함), 해외 수입이 그것이다.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공정 등에서 그 부산물로 얻는 방법이다. 비교적 쉽고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천연가스 개질 방식은 황 성분이 제거된 천연가스(CH4)에 열과 촉매를 가해 고농도의 수소를 얻는다. 방식의 차이일 뿐 결국 종래 화석연료를 통해 수소를 생산한다.

수소는 수전해 기술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이른바 진정한 의미의 그린수소다.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물에 가하면 수소와 산소로 분해돼 수소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원자력으로도 이러한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해외에서 생산된 수소를 수입하는 방법이 있다.

지난해 5월 발간된 포스코연구원의 ‘수소경제의 경제적‧기술적 이슈’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의 96%가 화석연료를 사용한 열화학적 생산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90% 이상이 천연가스 개질이나 부생수소를 통해 수소를 얻는다.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경제가 CO2 등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는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회색수소로 친환경이라 홍보하며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지금의 수소경제는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 수소는 1차 에너지가 아니므로 수소를 얻기 위해 결국 전기가 필요하다. 그 전기를 공급하는 데 여전히 화석연료가 주력으로 사용되면서 환경오염을 배출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 중이다.

이는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이 11일부터 13일 UAE를 방문해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제10차 국제재생에너지기구 총회 및 아부다비지속가능주간(ADSW) 개막식에 참석, 우리나라의 수소경제 추진현황 및 성과를 공유한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수소 공급 비중(부생+그린+해외 : 추출)을 2030년 5:5로 발표했다. 그린수소에 대한 정확한 비율은 공표하지 않았으나 결국 진정한 의미의 그린수소 비중이 현저히 작음을 자인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정부의 이러한 수소경제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한다. 특히 부생수소를 통한 수소 생산의 경우 정부의 계획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부생수소 5만톤(수소차 25만대 분량)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발달해 있으므로 이를 활용해 수소경제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발표 행사에서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에서 수소차 확산에 필요한 부생수소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고개를 내젓는다. 현재 상황에서 정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것처럼 부생수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정부에서 추산한 것만큼의 부생수소가 나오지 않는다”며 “정부가 수소경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너무 과도하게 홍보‧선전하는 부분도 있어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17일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북 완주산업단지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17일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북 완주산업단지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그린수소로 가는 길…신재생 에너지부터 챙겼어야

정부는 우선 향후 추진 방안으로 부생수소와 천연가스 개질 등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회색수소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그린수소로의 이행을 계획하고 있다. 아직 관련 기술과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바로 그린수소로 전환하는 것은 무리인 게 현실이다. 하지만 정부의 ‘청사진’처럼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그린수소 생산은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가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체 발전 비중 중 신재생에너지는 고작 8.6%(추정)다. 여기에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높은 생산단가와 낮은 에너지 효율, 대량 생산이 곤란하다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산업은 그야말로 ‘치킨게임’에 빠졌다.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해야 하지만 현재 신재생에너지를 대표하는 국내 태양광발전 사업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산업 자체가 고사 위기에 몰렸다. 이미 REC 가격이 정부의 공급·수요 예측과 달리 폭락해 향후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뿐만이 아니다. 태양광발전 설립에 따른 산림자원 파괴와 토사 유출 등 인근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도 ‘시한폭탄’이 됐다. 여기에 풍력발전의 경우 2029년까지 전라남도 신안에 8.2GW 규모의 풍력단지 개발을 추진 중이나 인근 어업인들의 강력한 반발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은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를 비롯해 환경단체도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 추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해온 수소경제 정책의 실효성은 물론 현실적으로 수소경제가 국내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독일과 같이 풍력과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크다면 남은 전기로 수전해를 통해 수소를 얻으면 되지만 국내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낮아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가 공급된 이후 수소경제를 논해야지 앞뒤가 바뀌었다는 지적도 있다.

수소는 에너지원이 아닌 ‘에너지 캐리어’로 수소를 통해 에너지 자립을 하려는 정부 정책이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수소를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하는 것은 필요하나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전혀 현실과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수소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일이 전기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것 보다 기술적으로 어렵다”며 “제철이나 석유화학 등 산업에 꼭 필요한 수소를 생산해 사용하면 이해하지만 열과 전기를 얻기 위해 수소를 생산해 사용하는 것은 효율이 떨어져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린수소의 경우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 등 선결과제로 투자하는 게 정상”이라며 “투자를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이고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수소경제를 주도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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