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내 수소경제에 드리운 암(暗)…정부 본질적 고민 시급
[기자수첩] 국내 수소경제에 드리운 암(暗)…정부 본질적 고민 시급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0.10.2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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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어떤 직종에 종사하든 자신의 작업 결과물에 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내용 측면은 물론 형식 측면에서 완성도가 높진 않더라도 그 의미가 남다른 작업 결과물은 분명히 누구에게나 있다. 기자에게도 그런 작업 결과물(기사)이 하나 있다. 올해 초 작성한 ‘수소경제 명(明)과 암(暗)’이란 총 3편 분량의 기획 기사다.

해당 기사가 완벽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순 없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꼽는 이유가 있다. 환경경제신문인 그린포스트코리아에 입사해 초창기 작성한 기획 기사기도 하고 당시 에너지 분야를 맡은바, 수소경제가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에서 추진 중인 ‘핵심’ 에너지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기자는 당시 수소경제를 취재하며 이러한 굵직한 정책이 국내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분수령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연일 언론을 통해 쏟아지는 가운데, 화석연료 중심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가 우리 일상에 성큼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정부 역시 90%를 웃도는 에너지 해외 의존도와 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된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정책에 꽤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지난해를 수소경제 원년(元年)으로 삼은 것을 시작으로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경제 1주년의 성과를 발표하며 지금까지 쌓아온 결과를 평가했다. 최초 수소차 글로벌 판매 1위와 수소충전소 세계 최다(最多) 구축, 연료전지 세계 최대 발전시장의 쾌거를 이뤘다고 말이다.

해당 기사 이야기를 굳이 꺼낸 이유는 다름 아닌 기자의 기대와는 다르게 수소경제가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작성한 기사 내용이 정부의 수소경제를 비판적으로 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어 추진되는 정부 정책이 잘못되기를 바랐던 것은 아니다. 장밋빛 미래만 그리지 말고 조금 숨 고르기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취재 및 기사 작성을 한 지 벌써 9개월이 됐지만 당시 기자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부분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양적 성장에만 몰두한 나머지 각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21대 국회에서 현재 시행 중인 국정감사와 최근 발표된 각종 보고서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우선,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를 이야기하면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수소차 보급과 수소충전소는 양적 성장을 했을지 몰라도 질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수소차 등록 대수는 총 7682대다. 반면 수소충전소는 연구용 9기를 포함해 총 47기다. 구체적으로 계산하지 않아도 전국적으로 수소충전소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강원도의 경우 수소차가 있어도 도내에서 충전할 수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문제는 그나마 설치가 완료된 수소충전소도 ‘개점 휴업’을 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가령 서울의 경우 총 4개의 수소충전소가 있는데, 이중 양재 수소충전소는 현재 멈춰있고 상암 수소충전소 역시 최근에서야 재가동 됐다. 즉, 서울만 하더라도 여태 총 2기의 수소충전소가 운영될 뿐이었다. 올해 9월 말 기준 서울에서 수소차 1185대가 운영 중인데도 말이다. 정부가 수소경제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한 것에 비해 그 외형만 요란할 뿐 속 빈 강정의 느낌이 드는 대목이다.

이러한 원인은 다름 아닌 수소충전소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이 더디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 국산화 비율이 50%가 안 되는 상황인데, 고장 발생 시 국내 기술자가 고치기보단 외국 기술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수소충전소 건설 시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충북의 경우 지난해 초 청주와 음성에 수소충전소 관련 시설 설치를 완료됐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해외 기술 인력이 국내로 들어와 시험 운전을 하지 못해 준공이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부족한 국내 수소충전소 국산화율이 보여준 문제점의 단면인 셈이다.

상황이 심각한 이유가 더 있다. 국내 수소 산업 생태계가 수소 활용 분야에만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경제는 생태계 측면에서 ‘생산-저장·운송-활용’으로 나눠볼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앞서 정부가 성과로 내세운 것처럼 수소차와 수소충전소 등 그 활용에만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수소 경제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수소 경제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정부 연구개발은 최근 5년간 52%가 수소 활용 분야에 편중돼 있고 수소 생산과 인프라 부문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각각 22.9%, 12.9%에 불과한 상황이다. 수소 경제 구축의 목표 중 하나가 에너지 자립에 있는 만큼 자체적인 수소 생산 기술 확보가 중요한데, 균형적인 발전이 더디다는 것이다.

기자가 만나 본 관련 전문가들은 이미 해당 문제가 십여년 전에 제기됐다고 말한다. 수소경제가 수면으로 떠오른 게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이니 이때를 기점으로 잡아도 무려 15년 전이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제기하며 관련 대책을 세울 것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건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수소경제 추진 결과를 보면 정부는 장밋빛 미래만 그릴 뿐 질적인 성장은 도외시하고 있는 느낌이다. 결국, 국내 수소 경제는 명(明)이 아닌 암(暗)으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한 전문가는 정부의 수소경제는 거품이라고 말한다. 막대한 세금을 통해 추진되는 정부 위주의 정책이며 가시적인 일자리 창출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이들이 이런 입장에 동의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점은 하나 있다. 수소의 활용에만 치중된 정부 정책, 그리고 이마저도 질적 성장이 조화롭게 이뤄지지 않는 정책 추진이 지속된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경제는 거품으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국내 수소경제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되짚을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수소 활용에 편중된 보급과 국민에게 보여주기식이 아닌 수소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발생하고 있는 문제 해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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