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이 법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 또는 사업을 수립‧시행할 때에 해당 계획과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예측‧평가하고 환경보전방안 등을 마련하도록 하여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건강하고 쾌적한 국민생활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위의 문구는 환경영향평가법 제1조, 즉 환경영향평가법의 목적을 설명한 조문이다. 이 조문은 일단 당연한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경제발전과 국토개발에만 몰입했던 것과 달리 그동안 환경에 대해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국내 최고의 이슈는 탄소배출, 생태계 파괴 등으로부터 자연을 보호하고 동시에 개발도 가능한 지속가능한 발전(ESSD)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환경영향평가란 말은 근래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용어다. 전국 각지에 발전소와 소각장 등의 설립이 추진되면서 환경단체와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때 한 번씩 등장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민들의 반발에 앞서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의 평가항목과 그 대상범위다. 환경단체와 인근 주민들은 평가항목의 설정과 그 대상범위가 실제 주민의 피해는 물론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가 반영돼 있지 않다며 주민공청회나 설명회에서 주장한다. 그리고 개발의 주체인 사업주와 평가대행업체는 항상 적절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다고 주장한다. 고속도로와 같은 대규모 개발이나 발전소, 소각장 등 기피 시설이 설치 예정된 지역에 언제나 반복되는 레퍼토리(repertory)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사업주‧대행업체와 주민의 입장 차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환경영향평가에 과연 개발 예정 지역의 주민피해와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가 반영돼 있을까. 최근 기자가 건립 추진 중인 발전소와 소각장의 환경영향평가 초안서 몇 가지를 살펴보며 느낀 점은 ‘NO’이다.

우선 환경영향평가의 주체가 언제나 문제 된다. 환경영향평가보고서는 사업주가 선임한 대행업체를 통해 작성된다. 공공기관이나 독립된 제3업체가 아닌 사업주가 선정한 업체가 시행하다 보니 사업주의 입맛에 맞게 작성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밖에 없는 맹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환경영향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독립기관 공탁제’ 도입을 주장한다. 사업주가 비용을 내되 공공기관이 대행기관에 맡겨 사업주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투명성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위와 같은 문제는 또 다른 문제점을 양산한다. 평가항목‧대상범위를 대행업체가 지정하다 보니 공청회나 주민설명회 등에서 빠지지 않는 갈등 원인은 평가항목‧대상범위에 대한 사업주와 주민의 의견 대립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환경영향평가보고서 초안 등은 주민자치센터나 구청 등에 직접 방문해야 열람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발전소나 소각장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 지역, 즉 농촌에 건설되는 경우가 잦다 보니 지역 특성상 고령 인구가 많은 해당 지역 주민들이 직접 열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물론 ‘환경영향 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 접속해 환경영향평가보고서를 볼 수는 있다. 그러나 해당 홈페이지는 인쇄만 허용할 뿐 파일을 내려 받거나 저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고령 인구가 많은 농촌 지역 특성상 컴퓨터를 이용해 살펴보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어려운 내용과 분량도 문제인데 실제 주민자치센터나 홈페이지를 통해 환경영향평가보고서를 접해도 그 어마어마한 분량에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적게는 400페이지, 많게는 600페이지 분량이다. 전화번호부보다 두꺼운 책을 과연 인근 주민들이 열람해 자신에게 발생할 우려가 있는 환경피해를 예측하고 의견을 개진‧수렴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1981년부터 시행 중이다. 이는 미국에서 1969년 국가환경정책법으로 처음 제도화한 이래 소위 말하는 선진국에 비해 빨리 도입된 편이다. 그러나 긴 역사에 비해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정부가 진정 환경과 개발을 동시에 생각하고 인근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의지가 있다면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은 물론 비전문가인 주민들의 이해를 더 증진시킬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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