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린뉴딜 '역행'하는 한국 해외 석탄화력 사업
[기자수첩] 그린뉴딜 '역행'하는 한국 해외 석탄화력 사업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0.08.3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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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그린뉴딜’로 국내가 떠들썩하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와 함께 기후·환경위기를 극복하고자 추진되는 이 정책은 ‘탄소중립(Net-zero)’ 사회를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이에 정부 부처는 물론 국내 발전사, 산하 공공기관까지 저마다 그린뉴딜이란 깃발 아래 일렬종대로 모여 관련 정책을 홍보하는데 여념이 없다.

하지만 선진국과 같이 그린뉴딜을 천명했지만 한국은 ‘세계 4대 기후 악당(Climate villain)’의 오명(汚名)을 씻지 못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스스로 그 오명을 계속 쌓아가고 있다. 국내에선 ‘녹색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지만 정작 해외에서는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추진하는 등 배치되는 정책이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의 막대한 공적자금으로 말이다.

국내에선 탈(脫)석탄을 기조로 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시행하며 ‘그린’을 외치고 해외에선 세금으로 조달된 공적자금으로 ‘그레이’를 외치며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투자한다. 일각에서는 이런 행태에 대해 방향성이 없는 ‘표리부동(表裏不同)’ 정책이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사실 한국의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비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해외 석탄사업에 공적자금 지원하는 국가는 일본과 한국뿐인 만큼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3월 환경운동가인 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이 한국 정부에 보낸 서한이다. 그는 한국이 신규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공적 금융을 계속해서 제공하는 것은 세계 지도자들을 실망하게 할 뿐 아니라 기후 위기를 해결하려는 한국의 노력에 대해 국제 사회의 많은 의문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한국이 수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국내 법원을 찾아 가처분을 신청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인도네시아 자와섬 인근에 거주 중인 주민 3명은 칠레곤 지역에 건설 예정인 1000㎿(메가와트)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자와 9·10호기에 대한 금융지원을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인근 주민들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은 지속되고 있다. 앞서 한국을 찾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에 추진되는 자와 9·10호기가 대표적이다.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그린뉴딜과 배치되는, 더군다나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돼 향후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는 석탄화력발전에 투자를 하는 건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최근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의 재무제표를 보면 잘 나타난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최근 10년간 한전과 발전 자회사는 해외 사업에 약 4조7830억원을 투자했다. 이중 1조5475억을 석탄화력에 투자했고 이에 대해 1조2184억원을 손상처리 했다. 그 절반은 석탄사업에서 발생했으며 이를 운영하는 해외법인의 당기순손실을 5300억원이었다. 부채비율 역시 무려 528%에 달했다. 평균보다 300% 가까이 더 높은 수치다. 과거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의 사례를 들춰 봐도 경제성이 없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한 베트남에서 추진 중인 1200㎿ 규모 붕앙 2호기의 경우 30년간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무려 2억톤에 달한다. 이는 한국 정부가 그린뉴딜을 통해 2025년까지 73조원의 세금을 투입해 감축하려는 온실가스 목표(1229만톤)의 15배가 넘는 양이다. 탈(脫)석탄 흐름이 세계적인 추세가 된 가운데 그린뉴딜을 천명한 국가에서 그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어떤 이유로 추진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혹자는 한국이 추진 중인 그린뉴딜은 국내에 한정된 정책이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이 그린뉴딜을 추진한 이유는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최근 국내 큰 피해를 입혔던 역대 최장 장마의 원인이 기후변화로 꼽히는 만큼 더 이상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과제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해외 석탄화력사업 추진에 대해 시종일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지에는 석탄발전소 굴뚝 매연과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을 배경으로 한 광고가 실렸다. 이 광고에서 국제환경단체들은 다음의 문구를 실었다. “문 대통령님, 이것이 한국이 생각하는 그린뉴딜의 모습입니까?” 그린뉴딜과 배치되는 한국의 행보를 꼬집은 셈이다.

만약 한국이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면 국제사회에서 더욱 거센 비판을 받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국가 이미지까지 실추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국내에 한정된 정책 수행에서 벗어나 그린뉴딜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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