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처음 기자생활을 시작한 곳은 충북 청주시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지역 일간지 사회부 수습기자로 시작해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사고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취재했던 추억이 있다. 지금은 고향인 서울로 돌아와 기자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몸이 멀어졌다 해도 충북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았다. 기자에겐 15년을 산 충북은 ‘제2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별로 궁금하지 않을 법한 6년 전 추억을 구태여 꺼낸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당시 병아리 기자로서 취재하며 상당히 ‘센세이션’한 연구결과를 접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미세먼지가 국민 관심사로 부상해 그 충격(?)이 덜할지도 모를 테지만 말이다.

취재 중 한 정부기관 연구에는 충북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서울을 비롯한 광역시보다 높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인구밀도는 물론 차량 통행량이 이들에 비해 한참 적은 지역이지만 의외의 결과였다. 또한 석탄화력발전소가 집중된 충남이나 대표적 공업도시 울산, 창원, 여수와 달리 발전소도, 대규모 공장도 없는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는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연구의 내용은 이렇다. 누구나 잘 알고 있겠지만 미세먼지는 봄이나 겨울에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특히, 겨울철 북서풍이 불면 각종 오염물질이 이동하고 동쪽 태백산맥에 막혀 대기 중 오염물질이 정체된다는 것이다. 즉, 지형적 요인이라는 변수가 작용했고 그 결과, 충북은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전국 1위 수준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최근 기자가 서울에 터를 다시 잡은 후, 청주SK하이닉스 LNG발전소 건설 문제로 해당 지역을 수차례 방문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 접한 건 육안으로 봐도 서울보다 심각해 보이는 희뿌연 하늘이었다. 실제 에어코리아의 지난해 12월 시도별 실시간통계에 따르면 충북 미세먼지(PM10) 농도 전체 평균은 약 46㎍/㎥로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초미세먼지(PM2.5) 농도 역시 약 33㎍/㎥로 전국 1위다.

기자가 최근 청주SK하이닉스 LNG발전소 취재에 목을 맨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실제 현장을 가보니 미세먼지는 심각했고 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기보단 새로운 배출원이 생긴다는 점이 이해할 수 없었다.

정부나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대규모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 연료를 LNG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었다. 도민들이 사용할 전력수급 목적은 더더욱 아니었다. 오로지 사기업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오염배출 시설이었다.

정부를 비롯해 지자체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충북에는 새로운 오염물질배출 시설이 들어서며 이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경단체는 물론 인근 주민들까지 반발했다. 하지만 충북도와 청주시의 위정자들은 각각의 이해관계에 얽혀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4·15 총선 당시 예비 후보들은 저마다 표심을 위해 청주SK하이닉스 LNG발전소에 대한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었다. 표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SK하이닉스가 청주의 지방 세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셈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자본이란 논리 아래 인근 주민들의 환경권을 외면했고 침묵을 지켰다.

결국 환경·시민단체와 주민들은 환경부 조명래 장관의 면담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펼쳤다. 지난달 11일에는 목소리를 높이며 청와대에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환경부 조명래 장관을 향해 ‘환경파괴부 장관’이라고 거세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했다.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이런 염원과 달리 면담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상황은 종결됐다. 지난달 23일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본안을 ‘조건부 동의’했기 때문이다.

환경부 홈페이지에는 ‘현장에서 답을 찾겠습니다.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세밀하게 분석하고 그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 전문성을 키우겠습니다’라는 온갖 좋은 내용의 인사말이 있다. 또 ‘소통을 통해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정책을 추진하겠습니다’라는 내용도 있다.

기자는 일련의 발전소 설립 과정을 취재하며 현장을 지켜본 결과, 과연 환경부가 그 인사말처럼 현장 파악과 소통을 얼마나 했는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133일간의 환경부 앞 천막 농성에서 끊임없이 ‘면담’을 요구한 환경·시민단체, 주민들의 목소리는 ‘불통’이라는 벽에 막혔기 때문이다.

환경·시민단체는 환경부 앞 천막 농성을 정리하며 또 다른 방법으로 SK하이닉스 LNG발전소 반대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영향평가 완료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내포한 셈이다. 환경부도 마찬가지다.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 동의’했다고 그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가 정말 ‘환경이 곧 국민의 희망’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면 환경영향평가 이후, 건설 과정이나 실제 가동 시 환경오염에 대한 면밀한 감시가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환경·시민단체, 주민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환경파괴부 장관’이란 오명을 씻길 바란다.

kds0327@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