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선택과 집중’이란 말이 있다. 시간과 재원은 한정돼 있으므로 범위를 좁혀 특정 대상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의미다.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인력은 제한돼 있고 세금으로 이뤄진 국가 재정은 한정돼 있다. 그리고 이는 최근 정부가 보급에 열을 올리는 친환경차 정책에도 해당하는 말인 듯하다. 

정부는 미래 친환경차 보급에 있어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차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바로 수소차와 전기차이다. 특히, 수소차는 정부가 추진 중인 ‘수소경제’의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다. 2019년 1월 17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후 보급에 꽤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올해 1월, 정부는 지난해를 수소경제의 원년(元年)으로 삼고 그간의 성과를 자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수소경제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그 지표 중 하나로 수소차 판매량을 언급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평가는 실제 양두구육(羊頭狗肉)이었다. 겉으로는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며 훌륭하게 포장했으나 속은 ‘국가·공공기관조차 수소차를 외면’ 받는 실정이니 말이다. 정부가 수소경제의 원년이라고 말한 2019년, 국가기관이 구매·임차한 수소차 비중은 고작 0.4%였다. 공공기관 역시 0.3% 수준에 머물러 수소경제 원년을 무색케 만들었다.

수소차를 구매·임차하지 못한 이유도 다양하다. ‘지자체장 등이 관용차로 선호하지 않는다’, ‘수소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 ‘한정된 차종으로 공공부문 차량으로 이용 불가능하다’ 등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민간에서도 꾸준히 제기됐다. 그리고 줄곧 수소차 보급에 발목을 잡아왔다. 그럴 때마다 정부는 향후 수소충전소 몇 대를 보급하겠다거나 주민 반발로 설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등의 말만 반복해왔다.

사실 해당 문제점은 과거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선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차를 비롯해 수소경제에 대해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해왔다. 그 이유는 수소차의 ‘시장성’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수소차가 궁극의 미래차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미 전력공급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내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차 충전소를 보다 확대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해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는 것 보다 그 재원으로 전기차 인프라를 양적·질적으로 성장시키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수소경제 성과를 언급할 때 매번 지표로 사용하는 것 중 하나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소차 판매량이다. 그리고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현대차가 세계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고 정부는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지표를 표면적으로 받아들이긴 힘들다고 말한다. 내연기관차나 전기차처럼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이 시장성을 이유로 참여조차 하지 않는 수소차 시장은 결국 한국과 일본의 제한된 차종을 가지고 치고받는 그들만의 리그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수소차와 전기차 중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그 대상은 전기차이다. 과거 내연기관차와 전기차가 30~40년 정도 공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술의 발달로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온 만큼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소차에 대한 보급과 개발을 아예 중단하자는 것은 아니다. 내년부터 현대차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해당 차량이 본격 생산하는 등 세계 전기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소차 정책 숨 고르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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