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기자가 환경경제신문 그린포스트코리아에 입사해 가장 관심을 갖는 기삿거리, 이른바 사회적 이슈 중 하나는 ‘재활용’이다. 환경경제신문이란 이름에 걸맞게 처음 방문했던 취재현장은 지방의 한 재활용 선별업체였다.

평소 쓰레기를 버리기만 했을 뿐, 재활용 현장을 두 눈으로 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배출된 재활용 쓰레기가 열악한 환경에서 수작업으로 선별된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21세기인 지금도 영세한 업체에서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이때 알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2월 환경부가 ‘투명 폐(廢)페트병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벌인다고 발표했을 때 기자라는 직업을 떠나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큰 기대감에 부풀었다. 이른바 ‘쓰레기 대란’부터 플라스틱 수출로 인한 국제적 망신, 코로나19로 인한 재활용 시장 침체 등 쓰레기 문제 중심에는 언제나 플라스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재활용 쓰레기는 ‘수거-선별-재활용-제품생산’ 단계로 처리된다. 지난 2월부터 전국 6개 시범대상 지역에서 투명 폐페트병 분리배출 시범사업이 시행 중인데, 이는 재활용 시스템 중 첫 번째 단계인 ‘수거’에서 투명 폐페트병과 일반 폐페트병을 따로 배출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수거한 투명 폐페트병을 2022년까지 연 10만톤의 의료용 섬유 등에 쓰이는 고품질 재생원료로 재활용하겠다는 게 당시 환경부의 설명이다.

4개월이 지난 후, 환경부는 투명 폐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시범사업에 따라 수거된 페트병을 국내 기업들과 협업해 의류와 가방, 화장품병 등 고품질 재활용 제품을 생산했다고 발표했다. 기자 역시 나름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본다. 투명 폐페트병을 분리배출해 양질의 재활용 제품을 만들었다는 점은 자원순환 측면에서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환경부 역시 해당 성과를 꽤 의미 있게 생각하는 눈치다. 환경부는 브리핑은 물론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국민들이 배출한 투명 폐페트병을 이용해 최초로 고품질 재활용제품을 생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발표했으니 말이다. 당시 브리핑에서조차 환경부 김효정 자원재활용과 과장이 투명 폐페트병으로 생산한 의류를 직접 입고 참여했고 기자들에게 재활용 제품을 선보이기도 한 것을 보면 해당 성과를 국민들에게 홍보하고픈 의지를 눈치 챌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해당 발표를 들으며 떠오른 사자성어가 하나 있다. 바로 ‘주객전도’다. 시범대상 지역 중 한 곳인 서울시의 경우 투명 폐페트병 배출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수거 문제 보완보단 재활용 제품 선전·홍보부터 한다는 것은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주택과 소규모 상가 지역의 경우 해당 브리핑이 열리기 이틀 전(기자가 사는 지역의 쓰레기 배출 지정 요일)에도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환경부 역시 수거와 관련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환경부 측은 코로나19로 일부 지역에서 수거함 설치 지연과 단독주택 분리배출 정착 미흡 사례 등이 확인됐고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선 지자체와 직·간접적 소통 강화, 전국단위 홍보를 통한 분리배출 정착 확산 등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환경부가 내놓은 구체적인 대책은 수십억원의 국민 혈세를 투입해 벌이는 사업치곤 초라했다. 서울시 일부 자치구에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위한 별도 봉투를 최대한 빨리 보급하도록 서울시와 의논하겠다는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정말 투명 폐페트병 시범사업을 통해 국내 재활용 처리 시스템의 변화를 꾀한다면 특정 단계가 아닌 수거부터 전 단계 시범사업의 성과를 공표하고 그에 따른 질책을 받은 후 보다 실효적인 개선책을 내놔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재활용 처리 시스템의 첫 번째 단계조차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마지막 단계 발표에만 집중한 환경부의 행동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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