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업계 “보호무역 넘는 신성장동력 확보”
인도, 세계 2위 철강시장··· 폭발적 성장세 주목
“중국의 저가 공세·경쟁력 확보 필요성”

중국 저가 공세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국 철강업계가 올해를 기점으로 인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기업들이 현지 생산기지 확충과 합작투자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며,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국내 수요 정체의 돌파구를 인도에서 찾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손잡고 연간 5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며 인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10월 뭄바이에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인도 오디샤주에 합작 제철소 설립을 위한 용지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양사는 50대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동등한 이사회를 구성해 경영을 책임질 방침이다. 투자 비용은 약 5조9500억원에 달한다.
포스코의 인도 투자는 단순히 철강 사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차전지소재와 재생에너지 분야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인도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섰다. 이미 인도에서 고급 자동차강판을 생산하는 포스코마하라슈트라 냉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는 인도 내 철강 생태계를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조강생산능력 6000만t(국내 4000만t, 해외 2000만t) 체제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인도 푸네 지역에 신규 스틸서비스센터(SSC) 건설에 나섰다. 올해 3분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현대차 인도공장에 고급 강판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동국제강그룹 역시 냉연 부문을 담당하는 동국씨엠 산하에 인도 코일센터를 가동하며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이 블록화되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체제 구축은 관세 장벽을 넘고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최선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인도,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철강 생산·소비국
한국 철강업계가 인도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인도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이기 때문이다. 세계철강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인도의 철강 생산량은 1억4080만t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인도 정부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해 오는 2047년까지 연간 5억t의 철강 생산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의 철강 수요는 2023년 1억2000만t에서 2047년 4억t 이상으로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는 지난 2017년에 발표한 ‘국가 철강 정책’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철강 생산량을 3억 t으로 확대하고, 1인당 철강 소비량을 160kg까지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인도의 1인당 철강 소비량은 91kg로 세계 평균인 222kg에 크게 뒤처져 있어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이다. 미국의 철강 제품에 대한 25% 고율 관세 부과에 이어 인도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유사 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인도 상무부는 수입 철강재에 대해 200일간 한시적으로 12%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밝혔으며, 중국산 철강제품에는 25%의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인도 정부, 철강재 관세 인상··· “자국 철강산업 보호 차원”
최근 인도 정부는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철강재에 대한 관세 인상(12% 한시 부과) 등 규제 강화에 나섰다. 미국, 유럽 등도 고율 관세와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보호무역 조치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인도는 향후 수년간 철강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 자동차와 철도 부문 활성화 등으로 철강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인당 철강 소비량이 아직 낮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
또한 인도는 풍부한 철광석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원료 조달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케온자르 지역은 철광석을 포함해 금, 망간 등 다양한 광물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철강 업계가 인도 진출은 단기적 수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탄소중립 규제 강화라는 도전 속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도 시장 선점은 미래 지향적인 결정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탄소중립 등 환경규제도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철강업계의 인도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인도는 내수 성장, 원료 접근성, 정책 지원 등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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