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1500만t 부족 예고···
“수입 의존 큰 한국 대책 마련 시급”

전 세계 48개국이 철스크랩(고철)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철강업계가 공급망 대란에 직면했다. 산업 부산물로 여겨졌던 철스크랩이 '그린스틸' 생산의 핵심 원료로 재평가받으면서 각국이 자원 확보 경쟁에 나선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48개국이 철스크랩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 중 38%는 완전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의 폐기물 선적 규정 강화(2027년 5월 발효 예정)와 우즈베키스탄의 관세 도입(2025년 7월)까지 합류하면 규제 국가는 76개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글로벌 철스크랩 수요가 연평균 3.3%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3% 성장에 그쳐 현재 900만t의 공급 과잉 상태에서 2030년에는 1500만t 부족 상황으로 반전될 것으로 예측된다.
친환경 전략 자원으로 격상된 철스크랩
철스크랩이 주목받는 이유는 친환경 철강 생산의 핵심 원료이기 때문이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 철스크랩을 활용하면 기존 고로 방식보다 탄소 배출량을 75%까지 줄일 수 있어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과 맞물려 그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철강·금속 행동 계획에서 철스크랩을 '순환 경제의 전략적 자원'으로 명시하며 국내 공급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중국은 올해부터 시행된 '14차 5개년 규획'을 통해 국내 철스크랩 활용률을 현재 30%에서 2030년 45%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인도 역시 2023년 국가 철스크랩 정책을 도입해 수입 의존도를 2025년까지 현재 50%에서 30%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각국의 규제 방식도 다양하다. 부룬디는 동아프리카 공동체(EAC) 외부로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고, 카자흐스탄은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 국가 외 수출에 대해 톤당 50유로의 관세를 부과하는 이중 구조를 채택했다. 현재 시행 중인 75개 규제 조치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관세 부과가 27%, 수출 허가제가 27%, 수출 금지가 25%를 차지한다.
가격 급등으로 철강업계 직격탄··· 각국의 대응 전략은
수출 규제 확산의 여파로 글로벌 철스크랩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조사기관 GMK 센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철스크랩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3% 상승했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터키와 베트남에서는 35% 급등을 기록했다.
가격 상승은 전기로(EAF) 방식을 사용하는 중소 규모 철강업체에 치명적 타격을 주고 있다. 베트남 철강협회(VSA)는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전기로 공장 가동률이 65%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철강업계는 대안으로 수소 직접환원철(H2-DRI)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경제성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 수소 생산 비용이 톤당 600달러(약 82만원)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스웨덴 철강기업 SSAB는 지난 2월 하이브리트(HYBRIT) 프로젝트 2단계에 착수했지만, 경제성 문제로 전통적 고로 방식도 병행 유지해야 하는 현실을 인정했다.
주요국들은 철스크랩 확보를 위한 자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EU는 내년 4분기 순환 경제법 제정을 통해 철스크랩 재활용률 95% 목표를 설정했다. 미국은 올해 인프라법과 반도체법(CHIPS Act)을 바탕으로 국내 스크랩 처리 시설에 50억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 폐기물 재활용 사례를 확장해 2030년까지 도시광산에서 40%의 원료를 조달한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韓, 철스크랩 수입 의존도 높아 대체 공급원 개발 시급
한국은 철스크랩 공급 부족 국가로 분류되며, 국내 수요의 약 1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 70~80%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어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2030년 국내 철스크랩 수요는 3275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 공급량은 2908만t에 불과해 약 367만t의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최대 수입국인 일본마저 2030년경부터 자국 내 전기로 설비 증설로 인해 수출 여력이 없을 것으로 전망돼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탄소중립 전략에 따라 전기로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t 규모의 대형 전기로를 내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며, 2030년까지 철스크랩 사용량을 920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전기로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고, 동국제강은 '하이퍼 전기로' 공정 개발을 2028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국내 철스크랩 수급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양질의 생철(고급 철스크랩) 확보를 위한 대기업과 중소 철강사 간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철스크랩 공급망의 체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철스크랩은 수집 단계부터 최종 가공 단계까지 복잡한 공급망을 거친다"며 "국내 철스크랩 기업들은 도시, 산업 현장, 소비자 폐기물 흐름을 통해 모든 형태의 철스크랩을 수거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철스크랩 회수 체계는 비공식 경로가 많고 데이터화가 미흡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발생 철스크랩의 회수율을 높이고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며 "철스크랩 공급망의 디지털화와 물류 최적화를 통해 회수율을 높이고, 다양한 품질의 철스크랩을 효율적으로 분류·가공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높은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체 공급원 개발과 공급망 다변화, 국제 협력을 통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철스크랩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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