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과 농업의 만남' 획기적 발상으로 탄소 중립 앞당긴다
부산 신평공장서 폐열 활용 스마트팜 성공 경험

대한제강이 수천억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당진 스마트팜 프로젝트가 국내 철강업계의 폐열 활용 혁신을 견인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철강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총 에너지의 20%가 폐열로 손실되고 있다. 이를 회수해 재사용할 경우 상당한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배출 감소 효과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대한제강이 추진하는 당진 스마트팜 프로젝트는 국내 최대 규모인 119만㎡에 544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8년까지 완성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자회사 YK스틸 공장에서 발생하는 300도 가까운 폐열을 스마트팜에 공급하는 혁신적인 에너지 순환 구조에 있다.
대한제강은 이미 부산 신평공장에서 폐열 활용 스마트팜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3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3500㎡ 규모의 유리온실에서는 철근 생산 과정의 폐열을 활용해 토마토, 파프리카, 딸기, 망고 등을 재배하고 있다.
신평공장 스마트팜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가열로에서 발생하는 300도 이상의 고온 배기가스를 회수해 온수를 생산하고, 겨울에는 온실에 직접 공급하며 여름에는 흡수식 냉동기를 통해 냉방에 활용하고 있다. 연간 약 1억1000만원의 연료비를 절약하고 있다.
대한제강의 성공 사례는 일반 온실 대비 놀라운 경제성을 보여준다. 일반 온실 3만3000㎡당 연간 에너지 비용이 5억원인데, 폐열 공급으로 이를 2억원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어 60%의 비용 절약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대한제강 관계자는 “폐열을 활용한 스마트팜 시범사업을 통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저감하고, 농가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앞으로도 ESG 경영을 강화하고, 친환경 에너지 활용 모델을 지속해서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차별화된 폐열 활용 전략
대한제강의 스마트팜 모델이 주목받는 가운데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은 각각의 특화된 폐열 활용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포스코는 제철 과정에서 배출되는 부생가스로 연간 1만6013기가와트(GW)를 자체 발전하며(2021년 기준 전체 전력의 65%), 포항 지역 5000여 가구와 포스텍에 온수를 공급하는 지역난방 사업도 병행한다. 자회사 포스코DX는 이 기술을 화진철강에 중저온발전 시스템으로 이전해 연간 8억5000만원의 전력비 절감을 기대한다.
현대제철은 350℃ 중저온 폐열을 알루미나 축열체에 저장해 비닐하우스·건조시설로 이동 공급하는 ‘열 택배’ 모델을 독자 개발했다. 축열기 한 대로 112.2㎡ 아파트 5가구에 10시간 난방을 제공하며, 연간 이산화탄소 6만5000톤 저감 효과로 소나무 1000만 그루 심기와 맞먹는 환경 성과를 거둔다. 인천공장도 연간 8만Gcal의 폐열을 송도국제도시 등 1만여 세대에 냉·난방으로 재활용한다.
동국제강은 2050 탄소중립 목표 아래 하이퍼 전기로와 유기랭킨사이클(ORC) 발전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폐열 발전 사업 ‘스틸 포 그린(Steel for Green)’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폐열 활용 확산의 걸림돌은 제도·기술·경제적 한계다. 현행 배출권거래제는 신규 사업장의 감축 실적을 인정하지 않아 인센티브가 부족하며, 생산량에 따라 열 공급이 불규칙해 고도 제어 기술이 필수다. 초기 투자비와 공급원-수요처 간 거리, 인프라 구축도 부담이다.
그런데도 국내 철강업계의 폐열 재활용률은 20% 내외에 머물러 개선 여지가 크다. 연간 1억Gcal 이상 버려지는 미활용열 에너지를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모니터링과 최적화로 회수한다면, 2024년 640억달러(86조8300억원) 규모 글로벌 폐열 회수 시장은 2037년 2133억달러로 연평균 9.7%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제강이 입증한 60%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는 충분한 경제성을 보여줬다”며 “철강업계의 폐열 혁신이 본궤도에 오르면 에너지 절감과 탄소중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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