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 및 협상 노력"··· "친환경 에너지 기업은 영향 적어"
한국 진출 주요 국가에도 고율··· 생산지 다변화도 고려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악의 국가' 리스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백악관 페이스북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악의 국가' 리스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백악관 페이스북 캡처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할 것을 발표하면서 한국 제품에 대해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 배경으로 한국이 미국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황당한 근거를 내세웠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당분간 상황을 주시하며 미국 판매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차분히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일부 기업들은 관세율에 맞춰 생산지를 변화하는 '스윙 생산'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MAWA)’ 행사를 열고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상호관세는 미국과 교역하는 모든 국가에 10%의 일률적인 관세(보편관세)를 , 미국과 교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약 60개의 국가(최악 국가)에 대해서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선언했다.

'최악의 국가'로 분류된 한국은 25%의 상호관세율 적용받게 됐다. 모든 국가에 대한 보편관세는 5일(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시행되고, 국가별 상호관세는 9일(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발효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3월 12일부터 시행된 철강‧알루미늄 제품과 3일부터 시작되는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에 국가별 상호관세가 더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국가별 관세 비율표. /출처: 백악관 페이스북
국가별 관세 비율표. /출처: 백악관 페이스북

이런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재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이 그동안 유지했던 관계를 고려했을 때 예상보다 높은 관세율이 부과됐다고 볼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 우리나라보다 강한 관세율이 부과됐는데 해당 국가들에는 국내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 우리나라 기업들의 다중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대응책을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응답하는 기업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이미 미국발 관세 폭탄이 예고됐던 만큼 각자의 방식대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46%의 상호관세가 부과된 베트남에서 가전을 생산‧수출하고 있는 LG전자 관계자는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제품을 여러 생산지에서 대응 생산하는 ‘스윙 생산 체제’를 통해 최적의 생산지를 운영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베트남에서 TV 제품을 주력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최대 해외 시장으로 두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관세에 따른 판매 실적 영향은 불가피하지만, 미국 판매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부분 기업들은 상황을 주시하며, 관세에 따른 피해 예방에 집중한단 방침이다. 이와 달리 이번 관세 조치에 대해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기업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관세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할 예정”이라는 답변과 함께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총 7개의 공장을 운영‧건설하고 있는 등 현지 생산 체계 구축에 선제적으로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관세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며,  중장기적으로 경쟁우위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 함께 미국과 협상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무역 상대국이 비호혜적 무역협정을 시정하고 경제 및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해 미국과 충분히 조율하기 위해 상당한 조치를 취할 경우 관세 범위를 줄이거나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다른 업종에 대비해 국내 재생에너지업계는 타격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다양한 품목에 관세 인상을 단행했지만 한국을 대상으로는 관련 품목에 대한 세부적인 관세 인상 내용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태양광 주요 제품을 생산하는 한화솔루션 큐셀부문과 OCI홀딩스 같은 경우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워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피해가 덜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풍력의 경우 현재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업체가 국내 공장을 갖고 있지 않으며, 국내 풍력시장도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피해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풍력업계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트럼프 당선 이후 관세 부과 문제 대응을 위해 몇 달 전부터 논의했지만 다른 품목에 비해 제품 수출이 많지 않고 시장이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관세에 대한 영향을 적을 것이란 의견이 업계 내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의 경우 중국에 비해 피해는 적을 것으로 예상되며 한화큐셀 같은 경우에도 미국 현지에 모듈 라인을 운영해 상황이 낫다"며 "풍력산업 또한 관세 부과로 피해가 클 것이란 일각의 예상과 다르게 아직 풍력시장이 초기단계라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호동/진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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