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 1·2위 맞손, 루이지애나 제철소 투자 검토
포스코홀딩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6조7679억원
“미국 관세 장벽 대응, 국내 철강 업계 공동 생존 전략”

포스코가 최근 현대제철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건설에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포스코가 최근 현대제철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건설에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포스코가 최근 현대제철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건설에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히 트럼프 행정부의 25% 철강 관세에 대응하려는 조치를 넘어 탄소중립 전략 가속화과 미국 시장 진입 방식의 변화 등 포스코의 장기적 글로벌 전략 재편 전략의 하나로 분석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현대제철 미국 제철소에 대한 지분 투자를 비롯해 미국 투자와 관련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오는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58억달러(약 8조2400억원)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에 건설되는 이 제철소는 원료부터 제품까지 일관 공정을 갖춘 미국 최초의 전기로 일관 제철소로, 연간 270만t의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된다.

현대제철의 이번 미국 투자는 자동차강판 공급 현지화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이다.

포스코의 이번 미국 투자 검토는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기로 제철 방식은 고로 방식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적다는 장점이 있다. 포스코는 이미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t 규모의 전기로 공장을 착공해 오는 2026년부터 본격 가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대제철과 함께하는 미국 투자는 저탄소 생산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서 확장하는 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

전기로 기술은 포스코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친환경 철강 생산 기술을 선제적으로 구축함으로써, 포스코는 미래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기술적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의 광양 전기로 경험과 현대제철의 미국 프로젝트가 결합된다면 양사 모두 전기로 기술 고도화에 있어 상당한 시너지를 발생할 수 있다. 

포스코가 이 투자에 참여할 시 성장하는 미국 전기차 시장과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철강 수요를 직접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또한 포스코의 이번 투자는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동차 생산용 고급 철강 소재 공급망을 미국 현지에서 구축하면서 한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미국 시장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단순한 철강 공급을 넘어 자동차-철강 산업 간 수직적 통합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포스코는 특화 기술을 활용한 미국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망간강과 같은 특화 기술은 미국 시장 진출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고망간강은 액화천연가스(LNG)의 저장과 운송에 적합한 소재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같은 대형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활용될 잠재력이 크다. 포스코의 미국 진출은 이러한 특화 기술을 현지에서 직접 적용하고 확장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가 미국 시장 입지를 강화하려는 계획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전략적 재편이라는 관점으로 풀이된다. 미중 무역갈등,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해 최근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포스코의 미국 투자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고 주요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인도와 북미 등 글로벌 성장 시장에서 소재부터 제품에 이르는 완결형 현지화 전략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미국 투자 검토는 장 회장의 글로벌 전략 비전이 현실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사진=포스코홀딩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사진=포스코홀딩스

‘풍부한 현금 유동성’ 포스코홀딩스··· 현대제철 제철소에 포스코 기술 접목 과제

포스코가 미국 투자의 재무적 전략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충분히 실탄 확보가 필요한데 지난해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조7679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풍부한 자금력은 포스코가 현대제철의 유력한 투자 파트너로 부상하는 배경이 됐다. 

포스코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미국 현지 조강 생산량 일부를 가져가는 방안을 현대제철과 협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포스코의 이 투자가 현실화되기까지는 몇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현대제철이 주도하는 제철소에 포스코의 기술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생산량 배분과 운영 주도권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 등 구체적인 협력 방식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미국 정부의 규제 환경 변화와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도 고려해야 한다. 

업계 전문가는 “포스코의 미국 투자는 관세 회피 전략이 아닌, 글로벌 철강 시장의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다차원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며 “탄소중립 기술 고도화, 미국 내 성장하는 철강 수요 선점, 특화 기술을 활용한 차별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재편 둥의 복합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내 철강업계의 공동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미국 투자와 관련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시점에서 확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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