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SMP 상한제·석탄발전 확대? 갈피 못 잡는 정부
“에너지산업 전반 규제·관리하는 거버넌스 필요”

전력 도매가격(SMP)이 이달 들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 올 때 적용하는 SMP는 6일(육지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246.68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였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전력 도매가격(SMP)이 이달 들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 올 때 적용하는 SMP는 6일(육지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246.68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였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국내 전력 도매가격도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과 전력 도매가격 상한제, 석탄발전량 확대 등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에너지 산업과 시장, 가격 등을 일관성 있게 규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 국제 가스 가격 급등...국내 전력 도매가격 역대 최고치 

전력 도매가격(SMP)이 이달 들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 올 때 적용하는 SMP는 6일(육지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246.68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였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SMP는 지난 1일 228.96원으로 2012년 2월 8일(225.17원)의 종전 기록을 10년 7개월 만에 넘어선 데 이어 다음날 245.42원으로 하루 만에 기록을 경신했고 나흘 만에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력 도매가격이 급등한 것은 액화천연가스(LNG) 도매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의 9월분 가스 도매가격(열량단가)은 기가칼로리(Gcal)당 14만4634원으로 지난달보다 13.8% 크게 올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배, 2년 전 9월 대비로는 4.3배나 상승한 액수다. 

가스 도매가격은 올해 6월 7만7662원에서 7월에 9만1017원으로 8월에는 12만7096원으로 오른 데 이어 9월 14만원 수준까지 급증하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을 감축하겠다고 선언하고 최근 가스관의 가동을 잠정 중단하면서 국제 가스 가격이 끝 모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가스 가격이 앞으로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가스 도매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력 도매가격도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도매가격에 가스 가격이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전력은 열량단가가 저렴한 순서대로 공급되고 전력 도매가격은 공급된 전력 중 열량단가가 가장 비싼 에너지원 기준으로 정해진다. 일반적으로 원자력→저가석탄→LNG(직수입)→노후석탄→LNG(가스공사) 순으로 발전소가 채워지기 때문에 대부분 가스 발전기의 열량단가에 의해 전력 도매가격이 결정된다. 

전력계통에서 가장 비싼 발전소를 기준으로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한전이 발전소에 지불하는 비용(전력 도매가격)을 계통한계가격(SMP)이라고 한다. 

◇ 전기요금 인상·SMP 상한제·석탄발전 확대? 갈피 못 잡는 정부

정부는 전력 도매가격이 상승한 만큼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부담과 물가상승 등이 부담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기요금의 물가 상승률은 18.2%로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5.7%)의 3.2배 수준이다.

한전은 사상 최대의 적자 위기에 처했다. 한전의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14조3033억원에 달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 행진하면서 한전이 지불해야 하는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급증했지만 전기요금(한전의 전기판매수익)이 그만큼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올해 1분기 평균 킬로와트시(kWh)당 181원에 전력을 구매해 전기소비자에게 110원에 판매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의 재무위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으로 ‘전력시장 긴급정산 상한가격’제도(SMP 상한제)를 도입하려고 했다. SMP 상한제는 SMP가 급등하는 경우 SMP 상한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함으로써 발전사업자에 대한 정산액을 낮추는 것이다. 한전의 비용(SMP)에 제한을 둬 적자 폭을 줄이는 대신 발전사의 수익(SMP)도 줄어드는 구조다. 

하지만 민간발전업계가 SMP 상한제에 대해 반시장적 규제라며 반발했고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SMP 상한제가 시행되면 민간발전사업자들은 경제적 손실로 영업의 자유·재산권을 침해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법안에 민간발전사의 손실보전 규정이 없고 정부가 기준과 절차를 자의적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 “에너지산업 전반 규제·관리하는 거버넌스 필요”

이 같은 반발에 정부가 제도 마련을 위한 절차를 중단한 것 아니냐는 보도들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긴급정산상한가격 도입을 철회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절차에 대한 언급이 없고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SMP 상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발전의 가동률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전의 최근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재정건전화계획(안)’에도 석탄발전상한제(4~11월) 시행을 한시적으로 유보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을 위해서는 석탄발전 축소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실무안을 발표한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이러한 감축 방안에도 불구하고 전환 부문 온실가스 감축이 더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석탄발전 제약 운전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이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에너지 산업과 시장, 가격 등을 일관성 있게 규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강승진 한국공학대학교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현행 전기요금 결정은 물가 및 정치적인 고려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전기뿐만 아니라 가스, 지역난방 등 네트워크 에너지 전체에 대한 일관성 있는 시장 감시 및 가격규제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규제위원회’ 설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7월 5일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안)’을 발표하면서 시장원리에 기반한 전력시장·전기요금 체계를 확립하고 전력시장·요금 거버넌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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