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력시장 거버넌스 독립성·전문성 강화 계획
에너지 규제 위원회 설립은 공감...독립성·기능은 쟁점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에너지전환포럼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에너지 안보 확립을 위한 에너지 규제 거버넌스 개편방안’ 토론회를 열었다.(에너지전환포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에너지전환포럼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에너지 안보 확립을 위한 에너지 규제 거버넌스 개편방안’ 토론회를 열었다.(에너지전환포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정부가 전력시장·요금 거버넌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에너지 환경 변화를 반영한 독립적인 ‘에너지규제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기위원회가 국내 에너지 규제 거버넌스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가운데 환경 변화에 걸맞은 시장 제도와 운영 및 규제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 정부, 전력시장 거버넌스 독립성·전문성 강화 계획

정부는 지난 7월 5일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안)’을 발표하면서 시장원리에 기반한 전력시장·전기요금 체계를 확립하고 전력시장·요금 거버넌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력시장·요금 관련 전기위원회의 권한 강화 등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을 제고하고 전기위원회의 계통감독, 시장감시, 분쟁조정 등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전기위원회 사무국 조직과 인력을 보강하겠다는 계획이다.

탄소중립의 이행과 대규모 발전설비에서 친환경 분산에너지자원으로 전환, 이에 따른 전력 계통의 불안정성 확대, 신규사업 모델 활성화와 다수 사업자의 시장 진입과 이해관계 대립, 연료비 상승에 따른 가격규제 한계 등 국내외 에너지 환경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환경 변화에 걸맞은 시장 제도와 운영 및 규제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 따른 조처다. 

현재 국내 에너지 규제 거버넌스로서의 전기위원회는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구조개편)에 따라 설립됐다. 구조개편 이전에는 한국전력이 발전·송전·배전·판매 등 전력산업의 모든 부문을 독점으로 운영하고,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산업자원부)가 한전을 규제하는 수직적인 거버넌스 체계였다. 

구조개편 이후 발전 부문은 발전 5개사와 한국수력원자력으로 분할되었고, 전력거래소가 전력시장과 계통 운영, 수급 계획을 담당하게 됐다. 애초 계획에서는 배전 부문도 분할 및 민영화하고 판매 부문도 완전 소매 경쟁으로 바꿀 계획이었으나 ‘민영화’에 대한 비판에 직면해 중단됐고 현재까지 한전이 송전·배전·판매 부문을 모두 운영하고 있다. 

◇ 전기위원회, 조직·기능·인력 대폭 축소

전기위원회는 이러한 구조개편 과정에서 전기사업의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며, 전기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전기사업자간 또는 전기사업자와 전기소비자간 분쟁을 조정하며, 전력시장에서 불공정한 행위 및 시장력 남용행위를 감시하기 위하여 설립됐다. 설립 당시 임무는 구조개편 및 경쟁 촉진, 전력시장 운영, 전력요금 규제 등으로 1국 5개과 50여명 인력으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2004년 구조개편이 중단되고 2011년 순환정전 사태 이후로 전력수급 안정과 전력시장 관리 등의 임무가 산업부(전력시장과)로 옮겨지는 등 전기위원회 조직과 기능이 1개과 8명의 인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현재 전기위원회의 주요 업무는 발전사업 인허가에 집중돼 있고, 전기요금 심의, 계통감독, 시장감시, 분쟁조정 부문은 형식적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에너지전환포럼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에너지 안보 확립을 위한 에너지 규제 거버넌스 개편방안’ 토론회에서 강승진 전기위원회 위원장(한국공학대학교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은 “에너지가격 결정의 탈정치화가 필요하다”며 “현행 전기요금 결정은 물가 및 정치적인 고려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요금이 산업부와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의 협의에 따라 결정되는 데 따른 지적이다. 

◇ 에너지 규제 위원회 설립은 공감...독립성·기능은 쟁점

강승진 위원장은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가격 결정 방식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다”며 “많은 전문가들이 필요성을 지적함에도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 위원장은 “전기뿐만 아니라 가스, 지역난방 등 네트워크 에너지 전체에 대한 일관성 있는 시장 감시 및 가격규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가칭 ‘에너지규제위원회’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영산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산업부가 대부분의 규제를 직접 시행하고 전기위원회, 전력정책심의위원회 등 위원회들이 명목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며 “이런 위원회들은 독자적으로 규제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할 능력과 힘이 없으며 정부가 제출한 안건을 검토하는 자문하는 기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영산 교수는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성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전력산업에서 ‘독립’은 전력 계통에 연결된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며 ‘중립성’의 의미를 가지는데, 우리나라에서 현재 요구되는 독립성은 이보다는 정부 또는 정치로부터의 독립성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국가에서 시행하는 에너지규제는 국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정부나 정치의 통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규제기관을 산업부에서 독립시켜 독자적 행정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지만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나 영국 에너지 규제기관인 오프젬(Ofgem)은 각각 미국 에너지부(DOE)와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 소속이다”라며 “중요한 것은 행정조직상 소속보다는 규제기관의 책임과 권한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탄소중립연구본부장은 “에너지 시장의 경쟁 도입 기반하에 경쟁과 규제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는 과도한 요금 규제의 정상화 차원에서 독립적 규제기관이 필요하며 기능 강화를 위한 시장의 경쟁 도입이 수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책기능과 규제기능의 분리 여부, 전력, 가스, 재생에너지 등 단일 에너지원인지 종합적 규제기관이어야 하는 여부 등은 에너지 규제기관 설립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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