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력망 투자, 2050년 886조원 규모로 증가
정부, 원전·신재생 확대 대비 계통망 보강 추진

올해 7월 발표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안)’을 보면 정부는 합리적 에너지 믹스를 뒷받침하는 미래형 전력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 7월 발표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안)’을 보면 정부는 합리적 에너지 믹스를 뒷받침하는 미래형 전력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세계 주요 국가들이 전력망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전력망 투자 규모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도 최근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 등에 대비해 유연하고 안정적인 전력망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송배전망을 운영하는 한국전력이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전력인프라에 대한 투자 축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글로벌 전력망 투자, 2050년 886조원 규모로 증가

13일 하이투자증권이 발표한 ‘전력망 인프라 투자 확대 사이클 진입’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망 투자비는 노후화 설비의 교체, 기존 전력망의 보강, 신규 전력망 이용자의 접속을 위한 신설 등에 따라 2020년 2350억달러(327조원)에서 2050년 6360억달러(886조원)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송전, 변전, 배전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전력공급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향상하고 고품질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신뢰도 높은 송·변·배전의 전력계통이 필요하다. 전력계통은 전력산업 밸류체인(가치사슬)의 동맥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과정이 원활해야 전력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이 작은 규모로 수요지 인근에 설치됨에 따라 배전망에 대한 투자가 향후 수십 년간 더욱 커지고, 원거리 지역의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수요지 인근으로 송전하기 위한 송전망 투자도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총투자비용에서 전력망 디지털 변환 비용도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EU, 전력망 인프라 대규모 투자 계획

세계 주요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전력망 보강 및 변동성 제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3월 저탄소 및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청정인프라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노후 전력망 현대화 등을 위한 약 1000억달러(139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가 포함돼 있다. 이 밖에도 전력망 연결 기술에 대한 세액공제와 에너지부 내 전력망보급청 신설 등도 추진된다.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40%에서 45%로 높이는 ‘리파워EU(REPowerEU)’ 계획안을 발표했다. REPowerEU에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에너지 공급망 다각화 및 에너지효율 증대와 신산업전환을 통한 수요 절감 등이 주된 내용으로 포함돼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망 인프라 강화를 위해서는 2027년까지 290억유로(40조원)를 신규로 투자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말에 ‘전력계통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맞춰 안정적인 전력계통 운영을 위해 전력망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혁신방안에 따르면, 2030년까지 75조원(잠정 추산)을 투자해 전력망을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2030년까지 이미 계획된 송변전 설비투자(23조5천억원)와 배전 설비투자(24조1천억원)에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을 감안한 추가 필요 투자액 약 30조원을 합한 수치다.

◇ 정부, 원전·신재생 확대 대비 계통망 보강 추진

올해 7월 발표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안)’을 보면 정부는 합리적 에너지 믹스를 뒷받침하는 미래형 전력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전원믹스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 전력망을 적기에 건설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에 따른 계통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에 공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도 계통망 보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규 원전 건설과 노후 원전의 계속 운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 발전설비 계획 변화와 전력수요 증가를 반영해 전력망 건설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 이상에 대비해 유연하고 안정적인 전력망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송변전 및 배전사업을 운영하는 한국전력은 최근 관련 투자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한전이 최근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재정건전화계획(안)’을 보면, 한전은 송변전사업에 대한 투자 시기를 2027년 이후로 조정하고 2023~2027년 기간의 투자 규모를 줄여 5년간 재정을 1조395억원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배전사업의 투자 시기를 연기하고 투자 규모를 조정해 재정 부담(1조 3010억원)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조치는 한전의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이 14조3033억원에 달한 데 따른 것으로, 한전 적자의 후폭풍이 송배전망 등 필수적인 전력인프라에 대한 투자 축소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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