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SMR 글로벌 공급망 확대 주도···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가속화”
최태원 "SMR 상용화에 한국과 SK의 역할 있을 것"… SMR 공조 강조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과 22일 만나 SMR 사업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사진=HD현대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과 22일 만나 SMR 사업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사진=HD현대

한국 재계 거물들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차세대 에너지 혁명의 핵심 동력을 논의하며 글로벌 청정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본격화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과 잇따라 회동을 갖고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 및 바이오 사업 확장에 대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HD현대는 테라파워의 혁신적인 나트륨 원자로 핵심 기자재 독점 공급권을 확보하며 세계 SMR 공급망의 절대강자로 급부상했고, SK그룹은 차세대 원자력 상용화부터 바이오 혁신까지 미래 성장동력 전 영역에서 빌 게이츠와 전면 동맹을 구축했다.

지난 3월 미국 회동 이후 5개월 만 서울서 재회

정 수석부회장이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며 나트륨 원자로의 상업화를 이끌고 있다. 

HD현대는 정 수석부회장이 서울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TerraPower) 창업자 겸 회장과 만나 ‘나트륨(Natrium) 원자로’의 공급망 확대와 상업화 전략을 구체화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회동은 지난 3월 미국에서 양사가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5개월 만의 재회로, 그동안의 협력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로드맵을 세밀하게 조율하는 자리였다.

정 수석부회장이 주목한 나트륨 원자로는 현존하는 SMR 중 가장 앞선 기술력을 자랑한다. 에너지 저장 기능을 갖춘 소듐냉각고속로(SFR) 방식의 4세대 원자로로, 기존 원자로 대비 40% 적은 핵폐기물을 생성하며 높은 열효율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HD현대는 이 프로젝트에서 핵심 기자재인 원자로 용기 공급을 담당한다. 정 수석부회장의 리더십 하에 HD현대가 축적한 조선업 기반의 정밀 제조 역량과 SMR 분야 기술력이 결합되면서 테라파워의 글로벌 상용화 전략에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정 수석부회장, 글로벌 공급망 구축 주도

정 수석부회장은 단순한 기자재 공급을 넘어 글로벌 원전 생태계 구축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차세대 SMR 기술은 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 구현을 위한 핵심 솔루션”이라며 “양사 간 협력은 글로벌 원전 공급망을 구축하고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앞당기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도 “HD현대는 세계 최고의 조선사이자 제조 전문성을 갖춘 핵심 공급망 파트너”라며 정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HD현대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번 협력을 통해 나트륨 원자로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새로운 기회를 지속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전략적 비전은 육상 원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HD현대는 테라파워와 함께 조선 분야에 적용 가능한 ‘용융염원자로’ 기술 개발에 착수하며 SMR 추진 선박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해양 강국인 한국의 장점을 살려 SMR 시장에서 독특한 포지셔닝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의 주도로 진행되는 이번 협력은 한국이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의 주역으로 나서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SMR 분야에서 보여주는 리더십과 전략적 사고가 HD현대를 글로벌 원전 공급망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시키고 있다”며 “특히 빌 게이츠와의 지속적인 협력 관계는 향후 청정에너지 시장에서 HD현대의 위상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1일 SK서린빌딩에서 만남을 가진 최태원 SK그룹 회장(우)과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사진=SK그룹
지난 21일 SK서린빌딩에서 만남을 가진 최태원 SK그룹 회장(우)과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사진=SK그룹

최태원·빌 게이츠 연쇄 회동, SMR·바이오 동맹 가속화

최 회장과 게이츠 회장은 전날 SK서린빌딩에서 만찬을 가졌다. 이번 만남에서 최 회장과 게이츠 이사장은 10년 넘게 이어온 백신 분야 협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실제  SK바이오사이언스와 게이츠 재단은 지난 2013년부터 장티푸스, 소아장염 등 다양한 백신 개발 및 항바이러스 예방 솔루션 등 여러 과제를 통해 글로벌 공중 보건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22년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한 대한민국 1호 코로나19 백신은 양 기관의 성공적인 협력 사례로 꼽힌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은 SK그룹이 2대 주주로 있는 ‘테라파워’와 파트너십 강화를 강조했다. 테라파워는 게이츠 이사장이 2008년 설립한 SMR 전문 기업으로, 현재 게이츠 이사장은 테라파워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테라파워는 지난해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세계 최초 상업용 첨단 SMR 플랜트 건설에 착수했으며,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신속한 심사 지원을 바탕으로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 회장은 “한국과 SK가 테라파워 SMR 상용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안전성과 효율성을 갖춘 SMR이 시장에서 수용성을 넓혀가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차세대 SMR의 빠른 실증과 확산을 위해 한국 정부의 규제 체계 수립과 공급망 구축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 경우 앞으로 SK와 테라파워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본다"고 화답했다. 

양측은 다음날인 22일 오전에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다시 만나 SMR 상용화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안세진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국장도 참석해 한·미 협력을 통한 한국형 SMR 생태계 구축을 논의했다.

이날 미팅에서 SK와 테라파워는 SMR 투자 현황과 한국수력원자력과의 공동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나트륨(Natrium) SMR’은 상압 운전과 무전원 공기냉각 기능으로 안전성이 높고, 열에너지 저장 장치와 결합해 출력 조절이 자유로운 점이 특징이다. 재생에너지와 호환성도 높아 글로벌 시장에서 경제성과 사업성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SK는 2040년 수백조원 규모로 성장할 SM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산업부에 ▲민간 참여 인센티브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선진 제도 도입 등을 건의했다.

앞서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8월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2대 주주가 됐고, 이후 한수원과도 협력하며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차세대 SMR 개발에 나서고 있다.

김무환 SK이노베이션 단장은 “SMR은 탄소 감축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실현할 혁신 기술”이라며 “테라파워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국내 생태계 구축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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