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 슈왑재단 총회에서··· "기업 사회 활동 측정·보상·거래"
SK그룹, 10년간 사회성과인센티브 운영, 세계로 확장

“선한 의지만으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성과가 보상받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산하 슈왑재단 총회에 참석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장 시스템을 제안했다. ‘사회적 가치 거래'(Tradeable Impact)라는 개념이다.
이날 최 회장은 “사회문제를 해결한 기업에 화폐적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기업은 더 많은 자원을 사회적 가치 창출에 투자하게 될 것”이라며 “성과를 화폐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하고 세제 혜택 등 금전적 인센티브를 준다면 기업이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날 총회에서는 SK와 사회적가치연구원, 슈왑재단이 공동 발표한 보고서 ‘가치의 재정의: 성과기반금융에서 사회적 가치 거래로’가 공개됐다. 해당 보고서는 글로벌 경제를 대상으로 사회적 가치 거래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명확히 제시한 첫 보고서다.
보고서는 사회문제를 해결한 기업에 정부가 세액 공제나 세액 공제권 거래 등으로 보상하고, 기업은 사회성과를 바탕으로 투자 유치와 기업 가치 제고를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제안한다. 특히 창출된 사회성과는 금융상품으로도 활용 가능하도록 해 ‘사회적 가치로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10년 축적된 SK의 실험
이번 제안의 토대에는 최 회장이 2013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제안한 ‘사회성과인센티브(SPC)’가 있다.
이후 SK는 2015년부터 한국 내 500여 개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측정하고 이에 따라 현금 보상을 지급해왔다. 10년간 누적 사회성과는 약 5000억원, 지급된 인센티브는 700억원에 달한다.
최 회장은 “이윤 창출과 사회혁신이 함께 가야 한다”며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면 사회적 가치도 투자와 수익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형 모델, 이제는 세계로
이러한 SK의 사회적성과인센티브 제도는 국제 사회로 퍼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2025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는 'SK의 사회성과인센티브 성과 보고서'가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이번 슈왑재단 총회에서는 그 모델을 확장한 ‘사회적 가치 거래’ 시스템이 국제사회에 제안된 것이다.
프랑수아 보니치 슈왑재단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은 지난 10여년간 사회적 기업 생태계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며 “이번 총회는 글로벌 학습의 장으로, 한국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나석권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는 “사회문제 해결에 성과 기반 보상을 도입한 사례는 이미 UN, 월드뱅크, 글로벌 기업에서 존재한다”며 “SK의 사례는 민간 기업이 주도한 세계 최초의 대규모 실험”이라고 말했다. 또한 나 대표는 “이제는 단순한 보상을 넘어, 성과를 시장이 평가하고 투자로 이어지게 할 때”라며 “정부의 정책적 전환과 민간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