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구축… 그룹 역량 총결집
GPU 수급·탄소배출 등 과제도 산적… “AWS 협력, 기술에서 해법 찾을 것”

SK그룹이 아마존웹서비스(이하 AWS)와 대규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이하 AIDC) 구축을 공식화 했다. SK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역량을 총집결해 하이퍼스케일 AIDC를 구축하고, AI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SK그룹이 그간 강조해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철학과의 충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03MW 규모의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발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탄소배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핵심 부품인 GPU(그래픽처리장치) 확보도 글로벌 공급 부족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 SK·AWS, 울산에 하이퍼스케일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짓는다

SK그룹은 지난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AWS, 울산광역시와 함께 ‘SK-AWS 울산 AIDC 건립 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이로써 SK그룹과 AWS는 울산 남구 황성동 3만6000m3부지에 103MW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2027년 11월까지 41MW 규모로 1단계 구축을 완료한 뒤 2029년 2월까지 전체 설비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말그대로 하이퍼스케일 규모의 데이터센터다. 하이퍼스케일은 극도의 확장성을 사용하여 대규모 워크로드를 수용할 수 있게 설계된 분산 컴퓨팅 환경 및 아키텍처로,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큰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뜻한다. 실제 SK그룹과 AWS가 구축하는 울산 AIDC는 약 7조원이 투입되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AIDC로 구축될 예정이다.
특히 SK그룹은 이번 AIDC 구축에 AIDC구축에는 ICT(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SK AX), 에너지(SK가스, SK멀티유틸리티), 반도체(SK하이닉스) 등 그룹의 모든 역량을 결집시켜 ‘패키지 솔루션’ 형태를 선보여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는 국가 생존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며, 산업 전반 혁신과 생산성 향상의 핵심 인프라”라며 “SK는 AIDC 구축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 기반의 AI 솔루션, 전국민 대상 AI서비스까지 모든 영역에서 역량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 전략투자의 대표 성과로 만들 것… 남은 과제 해결도 필수

SK그룹은 지난해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룹의 투자 방향성을 AI·반도체 등 ‘가까운 미래’로 정한 바 있다. 실제 SK그룹은 지난해 2030년까지 AI·반도체 분야에 8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울산 AIDC는 이러한 전략 설정 1년만에 돌입하는 첫 대규모 투자다. SK그룹은 1953년 섬유 산업을 모태로 출발해 1980년 석유화학, 1994년 이동통신, 2012년 반도체로 사업을 확장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한 바 있다. AIDC는 현재 최대 이슈인 AI를 겨냥해 네번째 도약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남은 과제도 산적돼 있다. 우선 AIDC 구현에 필요한 GPU의 공급 문제다. GPU는 중앙처리장치(CPU)보다 더 빠르게 기술적 계산을 수행할 수 있어 AI의 머신러닝 모델링, 시뮬레이션, 학습, 추론 등 고성능 워크로드에 필수적이다. 문제는 AI 산업 열풍으로 인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이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엔비디아, AMD, 인텔 등으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하나의 기업이 1년에 확보할 수 있는 GPU의 수량이 1만에서 2만개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의 울산 AIDC의 규모를 볼 때 약 6만개 가량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SK는 AWS와 협력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AWS는 글로벌 1위 클라우드 사업자로, SK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AI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AIDC 사업은 임대업으로 보면 된다. SK가 AIDC를 분양하면 AWS가 임차인으로 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오는 것”이라며 “양사가 협력해 이러한 이슈에 대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에너지 수급과 탄소배출 문제도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AIDC는 직접적인 운영은 물론, 서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열관리에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SK그룹이 울산을 AIDC 부지로 선정한 이유다. SK그룹은 울산의 SK가스의 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열병합 발전소와 SK멀티유틸리티의 LNG열병합 발전소를 통해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LNG와 LPG도 기존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탄소배출이 적을 뿐 탄소는 계속해서 배출된다. 그동안 ESG‧탄소중립 경영을 강조해 온 SK그룹에게는 반드시 넘어야할 과제이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LNG, LPG가 무탄소라고 할 수는 없지만 SK멀티유틸리티의 발전 방식은 기존의 화력발전보다 탄소배출이 적다”고 설명하며 “또한 LPG 발전시 기화로 발생하는 냉열을 AIDC의 열관리에 활용하는 등 에너지를 저감하고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 SK그룹 관계자는 “SK그룹이 ESG 내재화, 탄소중립 경영 실천을 위해 앞장 섰던 것을 그대로 이어 나갈 것”이라며 “SK의 AIDC의 궁극적인 목표는 친환경 AIDC”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