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과를 화폐 가치로"… SK, 세계 첫 민간 기반 인센티브 실험 중
SPC 참여 기업 82% “브랜드 가치 향상”… 53% “투자 유치에 도움”
SK “사회문제 해결도 경제로 연결돼야… 민관의 제도 실험 필요”

SK그룹이 2015년부터 운영해온 '사회성과인센티브'를 통해 총 412개 사회적 기업에 687억원의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SK그룹이 2015년부터 운영해온 '사회성과인센티브'를 통해 총 412개 사회적 기업에 687억원의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9일 세계경제포럼(WEF) 슈왕재단 총회에서 제안한 '사회적 가치 거래 방안'의 배경엔 10년간 축적된 성과가 뒷받침됐다. SK그룹이 2015년부터 운영해온 '사회성과인센티브'(Social Progress Credit·SPC)를 통해 총 412개 사회적 기업에 687억원의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SK사회적가치연구원(CSE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SPC 참여기업들이 창출한 사회적 성과는 4648억원에 달한다. 이는 SK그룹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기업들에게 성과의 25%를 현금으로 보상하는 독창적 모델을 통해 달성한 결과다.

SPC는 최태원 회장이 2013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개념을 제안한 후 2년간의 준비를 거쳐 본격 도입된 프로젝트다. 영리기업이 시행한 세계 최초의 성과기반보상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운영 방식은 매년 CSES가 참여기업을 선정하면, 선정기업은 4년간 사회성과 측정과 인센티브를 제공받는다. 첫해에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지표를 설계하고, 이후 3년간 연 1회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받는 구조다.

특히 SPC의 실질적 효과가 입증되면서 참여기업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SES가 2023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참여기업의 82%가 'SPC 선정 후 기업 이미지와 인지도 향상에 도움됐다'고 응답했다. 또 53%는 '외부 투자 유치나 인재 채용에 도움됐다'고 답했다.

지난 21일 서울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사회혁신 기업을 위한 성과기반보상 세미나'를 개최한 SK그룹 산하 비영리재단 'SK사회적가치연구원'. /SK사회적가치연구원 제공
지난 21일 서울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사회혁신 기업을 위한 성과기반보상 세미나'를 개최한 SK그룹 산하 비영리재단 'SK사회적가치연구원'. /SK사회적가치연구원 제공

정명은 CSES 실장은 "사회적 기업들이 SPC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리포트를 발간해 투자 유치에 활용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2024년 SPC 성과를 측정 중이며 올해 8월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PC는 사회적 기업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사회적 기업들이 수익성 부족으로 비영리단체나 비영리스타트업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성과 기반의 현금 인센티브가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석권 CSES 대표이사는 "SK가 제안한 사회적 가치 거래 시스템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 기업이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와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이제 막 실증이 시작된 만큼 정부와 기관의 정책적 관심과 제도 실험이 함께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다보스에서 제안한 '사회적 가치 거래시장' 구상은 SPC 모델을 확장해 기업 간 사회적 가치를 거래할 수 있는 시장 메커니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10년간의 SPC 운영 경험과 성과 데이터가 이 같은 제안의 근거가 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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