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최악 실적··· 중국은 이미 상용화 성공
여야 106명 발의 ‘K스틸법’에 업계 동아줄 되나

한국 철강업계가 생종하기 위해서는 68조원이 들어가는 수소환원제철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픽사베이 이미지,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 철강업계가 생종하기 위해서는 68조원이 들어가는 수소환원제철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픽사베이 이미지,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 철강업계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2024년 철강업계의 참혹한 실적은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선 구조적 위기의 신호탄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이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에 성공하며 기술 주도권까지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 의원 106명이 정파를 초월해 발의한 'K스틸법'이 과연 업계를 구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철강의 영업이익률이 0.3%로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동국제강은 전년 6.6%에서 0.6%로 급락했다. 현대제철은 0.1%로 적자 직전까지 몰렸다.

업계 전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철강 제조업체 140개사의 영업이익은 2조5936억원으로 전년 대비 44.6%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2.7%로 1.8%포인트(P) 하락하며, 매출 100조원 시대의 막이 내렸다.

위기의 심각성은 전례 없는 공장 폐쇄 러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현대제철은 포항 2공장을 무기한 휴업했고, 동국제강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인천공장을 한 달간 셧다운했다. 포스코도 45년간 가동된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폐쇄했다.

포항 철강산업단지 355개 입주업체 중 32곳이 휴·폐업 상태에 빠졌고, 1979년부터 철강산단을 지켜온 코스틸은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3개 공장 모두 매각을 추진 중이다. 철강도시 포항의 인구가 49만명에서 48만명대로 떨어진 것은 이런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100만t 규모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에 성공

한국 철강업계가 직면한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다. 중국이 기술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중국은 지난해 상반기 신규 제강 설비를 모두 전기로로 승인하며 2030년까지 전기로 비중을 현재 10%에서 20%로 확대할 계획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바오우그룹이 이미 100만t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바오우그룹은 2025년까지 수소직접환원철 기술의 시범 적용을 계획하고 있고, 허베이강철그룹은 50조원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를 추진해 올해 9월 완공 예정이다. 중국의 전기로 비중도 2030년까지 34%로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한국은 주요 7개국 수소환원제철 경쟁력 비교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그린수소 가격이 kg당 1달러일 때 한국의 생산단가는 톤당 621달러로, 브라질(476달러)보다 145달러나 비싸다. 재생에너지와 수소 가격이 중국 대비 2배 이상 높은 것이 주요 원인이다.

중국은 10년간의 연구 끝에 기존 5~6시간 걸리던 제철 공정을 3~6초로 단축하는 ‘플래시 제철’ 기술까지 개발했다. 생산성이 3600배 향상된 혁명적 기술로, 에너지 효율은 30% 이상 개선되고 탄소 배출 제로도 가능하다.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은 마지막 희망이자 시간과의 경쟁이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은 마지막 희망이자 시간과의 경쟁이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68조원 배팅···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

이런 절망적 상황에서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은 마지막 희망이자 시간과의 경쟁이다. 수소환원제철 전환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포스코 고로를 모두 전환하는 데만 54조원, 현대제철까지 포함하면 68조5000억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2026~2030년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 개발사업 국비는 고작 3088억원이다. 독일이 수소환원제철에 10조원 이상, 일본이 4조원을 지원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38분의 1 수준이다.

특히 하이렉스 기술개발 및 설비 전환에 2050년까지 최소 20조원이 필요하지만, 2023~2025년 확정된 정부 지원금은 269억원에 불과했다.

2030년은 기술 주도권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포스코는 2027년까지 연산 30만t 규모 시험설비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상용기술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한 발 앞서 있다.

K스틸법은 대통령직속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설치, 녹색철강특구 지정, 세금감면 및 생산비용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68조원의 전환 비용을 민간 기업만으로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기술 경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인 만큼, K스틸법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과감하고 신속한 지원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철강산업 전망도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이번이 한국 철강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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