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57년 무분규 전통 이어가··· 현대제철, 갈등의 늪에 빠져
포스코는 동행, 현대제철은 대립··· 갈라진 철강 노사 풍경

국내 철강업계 양대 축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노사관계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57년간 이어온 무분규 전통을 지키며 올해 임금협상을 조기 타결한 반면, 현대제철은 파업과 직장폐쇄까지 겪으며 극한 갈등을 경험했다. 동일한 위기 속에서 나타난 이 같은 차이는 한국 철강산업 노사관계의 명암을 보여준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노사는 지난 13일 2025년 임단협을 조기 타결했다. 기본급 11만원 인상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성률 71.76%로 가결되면서 무분규 협상 전통을 또다시 이어갔다.
이번 합의안에는 기본급 인상 외에도 철강경쟁력 강화 공헌금 250만원, 세계 최고 철강사 선정 기념 우리사주 취득지원금 400만원, 생산성 인센티브 제도 신설, 작업중지권 보장 강화 등 미래지향적 조치가 포함됐다. 특히 글로벌 공급 과잉, 건설·자동차 등 수요 둔화, 미국발 50% 관세 압박이라는 대외 악재를 공동 과제로 설정하고 해결 의지를 모은 점이 주목된다.
반면 현대제철은 포스코와는 대조적이다. 올해 4월, 무려 7개월에 걸친 갈등 끝에 2024년 임단협을 마무리했지만, 그 과정에서 부분 파업과 창사 이래 첫 직장폐쇄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결국 임금 10만1000원 인상과 성과급 평균 2700만 원 지급에 합의했으나, 양측 모두에 앙금이 남았다. 노조는 관례처럼 모기업 현대자동차 노조 요구안을 참고해 협상에 임하고 있으며, 그룹 차원의 미국 투자에 상응하는 국내 투자와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에도 노사 갈등과 협상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은 강성 노조 문화와 그룹 이해관계, 미국 내 투자 등 복잡한 구조가 갈등의 배경이다.
20년 넘게 이어진 강성 노조 문화와 반복되는 갈등의 악순환이 현대제철 노사관계의 구조적 걸림돌로 지적된다.
현대제철에 울린 경종··· 갈림길에 선 한국 철강 노사관계
포스코의 조기 합의는 현대제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기본급 11만원 인상안은 현대제철 협상에서 현실적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현대제철이 합의한 10만1000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포스코가 적용한 성과 배분 방식은 현대제철 노조와 회사 측 모두가 주목할 대목이다. 우리사주 취득지원금과 공헌금 등 복합적 보상체계는 성과급 문제로 매번 충돌했던 현대제철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 모델이 현대제철에 일종의 압박이자 벤치마킹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철강수요 둔화와 중국산 저가 공세, 미·EU발 무역 압박은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위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제철의 경우 현대차그룹과의 복잡한 이해관계, 강경한 노조 전통, 미국 내 일관제철소 건설 같은 대규모 투자 이슈가 얽혀 있어 협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의 협상 타결은 현대제철에 ‘기준점’과 ‘협력 모델’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다만 두 회사의 노사관계 역학이 크게 달라 단순한 복제보다는 현실에 맞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철강업계, 협력 없인 위기 돌파 불가능
한국 철강업계 노사관계가 ‘협력과 갈등의 분기점’에 서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수요 둔화와 가격 경쟁 심화라는 대외 악재 속에서 기업별 대응 능력을 넘어서는 위기가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노사 간 신뢰 축적 여부가 협상 분위기를 좌우하며, 업계 판도 변화의 변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노사관계 연구원은 “포스코는 이번 위기를 노사의 공동 과제로 설정해 대응하려는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며 “반면 현대제철은 노조가 외부 요인보다 내부 성과 배분 문제에 집중하는 구조 때문에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산업경제학자도 “동일한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노사 간 신뢰 수준에 따라 협상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지금이 한국 철강업계 노사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실제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제철이 포스코의 협력 모델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다만 현대제철 노조의 강경한 입장과 그룹 차원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변수로 작용하면서 구체적인 실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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