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과수작물에 미치는 영향
주요 과일 재배 산지 가파른 이동 예상

오르는 기온과 예측 불가능한 날씨에 직접적이고도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 산업군 중 하나는 농업이다. 특히 노지에서 재배하는 과수작물의 산지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최악의 경우 국산 사과가 사라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오르는 기온과 예측 불가능한 날씨에 직접적이고도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 산업군 중 하나는 농업이다. 특히 노지에서 재배하는 과수작물의 산지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최악의 경우 국산 사과가 사라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기후변화로 홍수나 가뭄, 폭염 일수가 늘고 그 결과 일상생활을 비롯해 글로벌 경제 전반이 위협 받고 있다. 오르는 기온과 예측 불가능한 날씨에 직접적이고도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 산업군 중 하나는 농업이다. 특히 노지에서 재배하는 과수작물의 산지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최악의 경우 국산 사과가 사라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12년 이후 109년 동안 연평균 기온이 1.6℃ 상승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30년과 기상관측 시작 이후 30년을 비교했을 때, 1950년대 이후 기온 상승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졌다. 기상청은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여름이 20일 더 길어졌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고 밝혔다. 

지구의 기온 상승은 앞으로 더 가파른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2020년 발표한 새로운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못하는 ‘고탄소 시나리오’에 따르면, 약 70년 후인 21세기 후반과 22세기 초반 세계 평균기온은 6.9℃ 상승하고 우리나라는 이보다 높은 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지구가열화로 국내 주요 과수작물의 생산량, 품질, 재배지 변동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농작물은 기온 상승에 영향을 더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 중에서도 노지에서 장기간 재배하는 과수작물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점이다. 

◇ 주요 과일 재배 산지 가파른 이동 예상

농촌진흥청은 지난 4월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과수작물의 재배지 변동 예측’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전반적으로 2012년 분석 때보다 과수작물 재배 가능지가 북부나 산지로 약 10~20년 정도 더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재배 가능지 감소나 확대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해당 관측은 현재 재배되고 있는 품종과 재배 유형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에서 2010년대부터 2090년대까지 80년 간을 10년 단위로 나눠 국내 6대 과수작물인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단감, 감귤에 대해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것이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사과, 배, 복숭아, 포도는 총 재배 가능지가 급감하고, 단감, 감귤은 재배 한계선이 상승해 재배지가 확대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과는 2100년까지 재배 가능지가 더 빠르고 지속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국산 사과의 경우 서늘한 환경이 필요해 현재 남부 지방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키울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로 기온이 상승하면 2030년, 2050년 강원 산간지역에서만 키울 수 있는 품종이 되고 2070년대에는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배와 포도는 2050년까지 재배 가능지가 유지되거나 소폭 증가하다 이후 지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숭아는 2030년 이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감귤과 단감의 재배 가능지는 2100년까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 기상이변·병해충 등 농업 환경 전반에 영향

이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 하지 않았을 때의 가정이다. 그렇다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확대하면 어떨까. 다행히 온도 상승폭을 줄일 수는 있지만 지구 온도가 오르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지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원장은 지난 4월 13일 정책브리핑에서 “대기 중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키려는 전 지구적인 노력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때의 시나리오에서도 21세기 말 연평균 기온은 3.9℃에서 5.9℃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온난화에 따른 작물 재배지 변동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현실을 짚었다.  

이 원장은 “기후변화는 작목의 단순한 재배지 변동만이 아니라 온난화, 기상이변, 병해충 발생 등 농업환경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기후위기는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정책적으로 이로 인한 농가 타격을 줄이고 안정적인 작물 수급을 유도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지구가열화에 대응할 신품종 육성 지원을 확대하고 기업 역시 지속가능한 먹거리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과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밥상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식량위기 경고음이 들리고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곡물 가격이 오르고 식량 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역대급 폭염과 가뭄, 장기화된 전쟁 등이 있다. 날씨와 환경 문제는 단순히 북극곰이나 펭귄, 바닷가 저지대에 사는 먼 나라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내 코 앞까지 와 있는 문제일 수 있다.

기후위기가 다다르는 곳은 결국 우리 식탁 위다. ‘식탁과 기후재난’을 통해 달라진 날씨와 전쟁 등 글로벌 재난이 밥상 물가와 식탁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밥상 위 이슈와 함께 하나하나 짚어본다. 연재는 매주 총 12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10회차는 ’기후위기가 과수작물에 미치는 영향’이다. [편집자주]  

key@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