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폭우가 국내 식탁에 미친 영향
기상이변으로 지구촌 밥상물가도 위기

전세계적으로 밥상물가가 오르고 있는 가운데 여름철 집중호우와 폭염, 태풍 등으로 인한 농작물 작황부진에 대한 염려까지 더해지고 있다. 평소와 다른 날씨 패턴과 이상기후는 밥상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전세계적으로 밥상물가가 오르고 있는 가운데 여름철 집중호우와 폭염, 태풍 등으로 인한 농작물 작황부진에 대한 염려까지 더해지고 있다. 평소와 다른 날씨 패턴과 이상기후는 밥상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전세계적으로 밥상물가가 오르고 있는 가운데 여름철 집중호우와 폭염, 태풍 등으로 인한 농작물 작황부진에 대한 염려까지 더해지고 있다. 가뭄이나 폭설처럼 평소와 다른 날씨 패턴 또는 천재지변은 밥상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로 1년 전 대비 6.0% 상승했다.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 기록한 소비자물가지수 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보인 높은 상승률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실제 체감 물가 상승률 또한 큰 것은 밥상물가가 치솟으면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쌀, 라면 등 생활물가지수는 7.4%, 과일과 채소 등 신선식품지수는 5.4% 상승했다. 이렇게 먹거리 물가가 치솟는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예측 불가능한 날씨를 빼놓을 수 없다. 

◇ 폭염과 폭우가 국내 식탁에 미친 영향

실제로 국내에서는 매년 역대급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침수피해와 폭염, 겨울철 이상고온 등 기상이변으로 쌀, 감자, 오이, 파프리카 등 농작물 작황이 직격탄을 맞곤 했다. 이는 고스란히 밥상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왔다. 

특히 여름철 폭염과 장마 이후에는 어김없이 가격이 급등한다.  올해도 이미 장마와 폭염 등 고온다습한 날씨에 채소 값이 또 오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실제로 비가 오기 전 5000원에 판매됐던 열무 한 단 가격이 비 온 뒤 8000원으로 오르는 등 며칠 사이 채소 가격이 휙휙 바뀌고 있다. 

지난해 7월에도 전국적인 폭염과 폭우로 농축산물 가격이 올랐다. 당시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육계, 돼지고기 등의 가격은 직전 달은 물론, 전년 동기간 대비 더 올랐다. 채소 가격도 전년 동기간 대비 약 4000~7000원가량 인상되는 양상을 보였다. 

원인은 코로나19와 함께 폭염·폭우로 인한 피해 영향으로 지목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7월 초 발생한 집중호우로 오리와 닭이 수만에서 수십만 마리 폐사하고 농지와 축사도 침수되거나 파손됐다고 밝힌 바 있다. 

장마와 이후 본격화되는 폭염으로 농축산식품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양상은 매년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2018년 최장기 폭염처럼 더운 날씨가 장기간 이어지면 채소 등 농산물은 물론, 육계 등 축산업도 피해가 커진다. 실제로 2018년 폭염과 폭우 탓에 채소류 가격은 전년 대비 12.4% 올랐다. 2020년에는 54일간 이어진 최장 장마와 잇따른 태풍으로 전국 농경지가 침수되고 축산업 시설물이 망가졌다.

대설이나 한파도 농업에 피해를 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설, 한파 등으로 농작물 2만1951ha, 시설 942ha 피해가 발생하고 1044억 원의 복구비가 투입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채소가격안정제 예산을 정부안보다 증액하면서 농축산물 가격 불안정성 우려가 커지는 이유로 ‘기후변화’를 직접 지목하기도 했다. 실제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기온이 오르고 강우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 기상이변으로 지구촌 밥상물가도 위기

기상이변으로 인한 밥상물가 상승은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지난해 토네이도에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밀을 비롯한 주요작물 수확량이 줄어 곡물 가격이 12%까지 올랐다. 아르헨티나도 기존 절반 수준의 강우량이 빚은 심각한 가뭄으로 밀, 콩, 옥수수 등 주요작물에서 생산 부진을 겪었다. 

세계 2위의 밀 생산국인 인도 역시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는 올해 관측 시작 이래 가장 더운 3월을 보낸 데 이어 연일 폭염기록을 갱신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50도에 달하는 날씨 속에서 하늘을 날던 새가 땅바닥에 떨어지기도 했다. 인도는 지난 5월 중순 식량안보를 이유로 밀, 설탕 등의 수출 제한조치에 돌입하기도 했는데 그 배경에는 기후위기가 있다. 

이밖에 프랑스와 스페인도 지난 6월 중순경 일부 지역 온도가 섭씨 40도가 넘으며 때이른 더위에 시달렸고 미국은 지난 6월 뜨거운 날씨로 인해 16개주에 폭염 경보를 내렸다. 지구촌 대기가 동시에 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염 등 극단적인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배경에는 지구가열화가 있다. 구체적으로 북반구 극지역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이로 인해 지구 대기가 제대로 섞이지 않아 지구촌 곳곳에서 극단적인 날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지난 6월 26일자 ‘동시다발 폭염 덮친 지구촌...미·중·유럽에 인도까지 활활’ 기사에서 “폭염이 한 국가에서 일어나면 질병이나 죽음, 산불, 흉작 등으로 이어지고, 지구 곳곳을 동시에 덮치면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이 불가피해 식량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예측 불가능한 기후위기가 만들어내는 여파는 우리 생활 곳곳에 침투해 심각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폭염, 폭우, 가뭄, 태풍, 폭설 등 평소와 다른 이상기후는 날아가는 새를 떨어뜨리고 사람들이 먹고 사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바꿔놓을 수 있다.

최근 밥상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식량위기 경고음이 들리고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곡물 가격이 오르고 식량 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역대급 폭염과 가뭄, 장기화된 전쟁 등이 있다. 날씨와 환경 문제는 단순히 북극곰이나 펭귄, 바닷가 저지대에 사는 먼 나라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내 코 앞까지 와 있는 문제일 수 있다.

기후위기가 다다르는 곳은 결국 우리 식탁 위다. ‘식탁과 기후재난’을 통해 달라진 날씨와 전쟁 등 글로벌 재난이 밥상 물가와 식탁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밥상 위 이슈와 함께 하나하나 짚어본다. 연재는 매주 총 12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5회차는 ’이상기후와 밥상물가’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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