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금커피 되는 이유
이상기후에 위협받는 커피 산지

커피는 기후위기의 여파를 받는 품목 중 하나로 멸종 위기종으로까지 꼽힌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커피는 기후위기의 여파를 받는 품목 중 하나로 멸종 위기종으로까지 꼽힌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널 뛰는 세계 날씨에 커피 작황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지표면 온도가 2°C만 올라가도 중남미 지역 커피 생산량이 최대 88%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글로벌 커피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생산량은 앞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올해 초 국내 유명 커피전문점 브랜드와 인스턴트 커피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올랐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에서는 지난 1월 커피 가격을 100~400원 인상했고 인스턴트 커피 가격도 최대 10% 인상됐다. 기업에서는 커피 주요 산지 작황 부진에 따른 원두 가격 급등을 이유로 들었다. 커피 산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커피가 금커피 되는 이유

올해 전세계적으로 폭염과 가뭄 등 기후재난으로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었다는 소식이 계속 전해졌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 일수가 증가하면 식재료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커피는 기후위기의 여파를 받는 품목 중 하나로 멸종 위기종으로까지 꼽힌다. 

미국 국립과학원에 따르면 지표면 온도가 2°C만 더 올라가도 중남미 지역의 커피 생산량은 2050년 최대 88% 감소할 수 있다. 국제커피기구(ICO)에서는 전 세계 커피 소비량이 5년 전부터 매해 1%씩 증가하는 반면, 2050년까지 동남아시아에서 커피 재배에 적합한 농지는 70%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 대비 생산량이 급감할 것이란 얘기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50년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3°C 이상 상승하면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품종을 경작할 수 있는 재배지가 각각 75%, 63%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는 커피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품종으로 각각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70%,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수치는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나왔다. 2017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식물’에는 지구 온도가 지금처럼 계속 상승하면 2070년 에티오피아의 커피 재배지가 60%까지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아프리카 대륙 북동부에 있는 에티오피아는 아라비카 커피 품종이 유래한 곳으로 새로운 품종을 만들 유전자원으로 불린다. 

세계 최대 원두 산지인 브라질과 베트남도 당장 기후위기 앞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 전세계 커피의 30%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브라질은 지난해 100년만의 가뭄을 겪었다. 여기에 한파로 커피 재배지에는 폭설이 쏟아졌다. 이러한 이상기후로 브라질 원두 생산량은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세계 2위의 원두 생산국인 베트남도 가뭄, 서리 등 예측 불가능한 날씨 앞에서 원두 생산량이 감소했다. 

◇ 이상기후에 위협받는 커피 산지

커피는 온도에 민감해 해발 1000~2000m의 고원지대에서만 자란다. 아라비카는 18~21°C에서, 로부스타는 22~30°C에서 경작 가능하다. 온도뿐만 아니라 일조량,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양에도 민감하다. 그러나 기온이 오르고 강수량이 늘어 고온다습해지면 커피 열매가 제대로 열리지 않고 광합성을 하는 잎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린피스가 지난 2월 발표한 ‘기후위기 식량 보고서: 사라지는 것들의 초상 - 식량편’에서는 호주 기후학회 연구 보고서 내용을 인용, 기후변화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80년에는 사실상 커피가 멸종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커피농가에서는 아라비카 품종의 멸종이 눈앞에 닥쳐왔다고 경고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단순히 커피만 사라지는 게 아니다. 전 세계 커피 농가의 약 60%가 소규모 농가로 약 1억2500만 명이 이를 생계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위기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커피 산지가 사라지면 커피 농가에서는 경제 수단을 잃게 되는 것이다. 

커피 제조업계에서는 커피 멸종을 막기 위해서 기온 변화에 강한 커피 품종을 개발하고 커피 재배지를 옮기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품종 개량에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재배지를 옮기는 데도 시간과 변수가 발생한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도 약 50여 곳의 커피 농장이 존재한다. 대부분 소규모 체험형 농장이지만 연간 약 10톤의 커피 열매를 수확하는 곳도 있다. 환경적으로 커피 재배에 알맞지 않은 국내에서 커피를 재배하려면 일단 온실 환경을 고산지대 기후에 맞춰야 한다. 온도와 습도를 관리하고 인위적으로 우기와 건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인공적인 환경 조성을 통해 이렇게 커피를 재배하는 방법도 있지만 제한적인 요소가 많고 결국 생산량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은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하고 지금처럼 지속 배출하게 되면 21세기 말 지구 평균기온이 4°C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뜨거운 날씨는 우리의 식탁 위 작은 즐거움까지 위협한다. 앞으로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온도 상승을 막는 행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밥상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식량위기 경고음이 들리고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곡물 가격이 오르고 식량 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역대급 폭염과 가뭄, 장기화된 전쟁 등이 있다. 날씨와 환경 문제는 단순히 북극곰이나 펭귄, 바닷가 저지대에 사는 먼 나라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내 코 앞까지 와 있는 문제일 수 있다.

기후위기가 다다르는 곳은 결국 우리 식탁 위다. ‘식탁과 기후재난’을 통해 달라진 날씨와 전쟁 등 글로벌 재난이 밥상 물가와 식탁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밥상 위 이슈와 함께 하나하나 짚어본다. 연재는 매주 총 12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9회차는 ’기후와 커피’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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