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값 상승으로 고공행진 중인 식용유값
불안정한 날씨의 나비효과...이상기후가 원인

가뭄과 폭염 등 이상기후 현상으로 대두 등 원료 생산이 줄어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지면서 이른바 ‘식용유 쇼크’가 왔다. 특히 불안정한 날씨는 앞으로 다른 형태의 식량부족 및 식량안보라는 나비효과를 불러올 중요한 문제로 거론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가뭄과 폭염 등 이상기후 현상으로 대두 등 원료 생산이 줄어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지면서 이른바 ‘식용유 쇼크’가 왔다. 특히 불안정한 날씨는 앞으로 다른 형태의 식량부족 및 식량안보라는 나비효과를 불러올 중요한 문제로 거론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 들어 콩이나 야자 등을 원료로 하는 식물성 기름값이 폭등하고 있다. 가뭄과 폭염 등 이상기후 현상으로 대두 등 원료 생산이 줄어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지면서 이른바 ‘식용유 쇼크’가 온 것이다. 여름 이후 식용유 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등 전세계적으로 식물성 기름이 금값이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외에서는 현재 밀가루값 상승뿐만 아니라 콩기름, 야자유 등 식용유값이 오르는 고물가 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올해 가정용·업소용 식용유 값이 잇따라 인상되며 식물성 기름값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기업들은 이미 가격 인상을 했거나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 원재료값 상승으로 고공행진 중인 식용유값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지난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생활필수품 가격 상승률은 식용유가 23.9%로 밀가루(31.3%) 다음으로 상승폭이 컸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측은 “1분기에 이어 2분기 또한 주요 원재료가 대두(콩)와 밀인 품목들의 가격 상승이 눈에 띄었다”며 “식용유의 경우 원재료로 볼 수 있는 대두유와 대두의 수입가격이 2021년에 전년 평균 대비 20%가 넘게 상승해 식용유, 두부 등 관련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물가감시센터가 조사하는 생활필수품 78개 제품 중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높은 상위 10개 제품에는 콩을 원재료로 하는 제품군이 다수 포함됐다. 조사 결과 오뚜기 ‘콩 100% 식용유’, CJ제일제당 ‘백설 콩100%로 국내에서 만든 콩기름’, 사조해표 ‘식용유 콩기름’ 제품의 가격 상승률이 각각 27.7.%, 26.0%, 18.4%로 나타났다. 

이에 국내 일부 유통 판매점에서는 식용유 구매 수량을 제한하기도 했다. 코스트코에서는 지난 5월 전 지점에서 식용유에 한해 1인당 1개 구매로 개수 제한을 뒀고,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는 1인당 2개로 구매를 제한했다. 이밖에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사재기를 염려해 제품 구매 제한에 나선 바 있다. 

해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독일 대형마트에서는 한 사람이 구매할 수 있는 식용유 개수를 2병으로 제한하는가 하면, 영국에서는 유채씨유 가격이 한 달 사이 2배 넘게 상승했다. 밀가루값 등 곡물 가격보다 더 가파르게 뛰고 있는 것이 식용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 불안정한 날씨의 나비효과...이상기후가 원인

이렇게 식용유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전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이다. 특히 불안정한 날씨는 앞으로 다른 형태의 식량부족 및 식량안보라는 나비효과를 불러올 중요한 문제로 거론된다. 

최근의 밀가루 및 식용유 대란의 원인 하면 올해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먼저 떠올릴 수 있겠지만 사실 식용유 공급 부족은 그 전부터 시작됐다. 남미 지역에 닥친 기록적인 가뭄과 전세계적인 폭염과 태풍 등의 영향 때문이다. 

이를테면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등 남미 지역에서는 가뭄으로 인해 대두유 수출량이 전년 대비 5%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전세계 콩 생산 1위 국가인 브라질의 경우 콩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브라질의 주요 콩 재배지인 남부 지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라니냐 현상으로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콩 생산 및 수출 2위국인 미국은 열돔에 갇혔다. 일부 지역은 40도를 넘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을 겪고 있고 토네이도까지 겹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 유채씨를 생산하는 캐나다에서는 이상기후로 유채씨유 수출량이 20% 줄어들었고, 팜유 수출국 2위인 말레이시아에서는 태풍 등의 영향으로 기름야자 수확이 감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식용유 쇼크가 본격화된 원인으로 꼽힌다. 전세계 해바라기씨유 수출량의 약 80%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두 나라간의 전쟁으로 해바라기씨유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문제는 전쟁의 여파로 다른 국가들에서 자국에서 생산하는 식물성 기름 수출 제한에 나서고 있다는 데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4월 팜유 수출금지령을 내리고 아르헨티나는 대두 수출세금을 높여 대우유 수출 줄이기에 나섰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이고 아르헨티나는 전세계 대두유 시장 점유율 46%를 차지하는 국가라 수급 불안이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조치가 위험한 이유는 식물성 기름이 필수식료품이자 샴푸나 화장품 등 생활용품에필수 원료로 사용되고 있어서다. 즉, 폭염이나 가뭄 등으로 인한 식용유 품귀 현상은 외식시장은 물론, 생활용품 시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근 밥상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식량위기 경고음이 들리고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곡물 가격이 오르고 식량 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역대급 폭염과 가뭄, 장기화된 전쟁 등이 있다. 날씨와 환경 문제는 단순히 북극곰이나 펭귄, 바닷가 저지대에 사는 먼 나라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내 코 앞까지 와 있는 문제일 수 있다.

기후위기가 다다르는 곳은 결국 우리 식탁 위다. ‘식탁과 기후재난’을 통해 달라진 날씨와 전쟁 등 글로벌 재난이 밥상 물가와 식탁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밥상 위 이슈와 함께 하나하나 짚어본다. 연재는 매주 총 12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6회차는 ’날씨와 식용유’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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