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글로벌 식탁 위기
세계 영양부족인구 1300만 명까지 증가할 수도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서 시작된 두 나라의 전쟁으로 전세계 식량안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서 시작된 두 나라의 전쟁으로 전세계 식량안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서 시작된 두 나라의 전쟁으로 전세계 식량안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쟁이 발발하면서 밀을 포함한 주요 농산물은 물론, 비료 등에 대한 수출규제가 시작됐고 이에 따라 곡물과 유지류를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식량수급 리스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글로벌 식탁 위기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곡물 가격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FAO 식품가격지수는 전쟁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쟁으로 글로벌 식탁 위기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두 나라간 전쟁이 식량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농산물의 약 12%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밀과 옥수수뿐만 아니라 해바라기씨, 채유 등을 수출하는 주요 국가로 전쟁이 길어질수록 식량위기 또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 5월 18일 발간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아프리카·중동 식량안보 리스크와 전망’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약 21.5% 수준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옥수수 공급의 약 13%, 해바라기씨유 공급의 약 43%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올해 전쟁으로 경작 시기를 놓쳐 곡물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수출길까지 막혀 주변국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밀이나 옥수수 등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이번 전쟁으로 식량안보에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예컨대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 중동 지역 국가 등의 식량 수급 불안정이 우려되고 있다. 

◇ 세계 영양부족인구 1300만 명까지 증가할 수도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밀, 비료 및 기타 품목 수출이 장기간 중단될 경우 올해와 내년 세계 영양부족인구가 800만 명에서 1300만 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특히 영양부족 인구 증가가 두드러지는 곳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와 중동 및 북아프리카가 그 뒤를 이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측은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량 감소, 운송비 상승, 러시아의 밀 수출금지가 지속될 경우 이집트,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뿐만 아니라 르완다, 탄자니아, 케냐, 남아공, 말라위 등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서도 밀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2월 말 전쟁이 시작된 이후 곡물 및 유지종자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며 “식량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조치는 식량과 비료 제품의 무역개방을 유지시키며 높은 식량 가격이 가장 취약한 이들에 미치는 영향을 표적 지원과 인도주의적 원조로 완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 전쟁으로 인한 식량안보 위협 피해가기 어려워

FAO 한국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쟁 전부터 전세계 인구 3명 중 1명은 충분한 식품에 접근하지 못했고 약 30억 명은 건강한 식단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기준 42개국에서 1억6100만 명 이상이 극심한 식량불안에 시달렸다. 

이 배경에는 장기화된 코로나19 팬데믹과 이상기후 등의 여파가 있다고 분석된다. 즉,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과 변수가 매번 식탁에 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전쟁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인류의 비이성적인 판단으로 생긴 변수는 결국 인간의 식탁을 위협한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세계 곡물 가격은 빠른 속도로 치솟으며 글로벌 식량안보에 이미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두 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전쟁은 먼 나라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나 예측하지 못하는 날씨처럼 또 하나의 변수로 전세계 구석구석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곳에서 잇따라 영향을 받는 글로벌 네트워크망 위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상 우리는 누구나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위기와 마찬가지로 전쟁으로 인한 식량안보 위협을 피해갈 수 없다. 

최근 밥상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식량위기 경고음이 들리고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곡물 가격이 오르고 식량 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역대급 폭염과 가뭄, 장기화된 전쟁 등이 있다. 날씨와 환경 문제는 단순히 북극곰이나 펭귄, 바닷가 저지대에 사는 먼 나라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내 코 앞까지 와 있는 문제일 수 있다.

기후위기가 다다르는 곳은 결국 우리 식탁 위다. ‘식탁과 기후재난’을 통해 달라진 날씨와 전쟁 등 글로벌 재난이 밥상 물가와 식탁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밥상 위 이슈와 함께 하나하나 짚어본다. 연재는 매주 목요일마다 총 12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4회차는 ’전쟁과 식탁’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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