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식탁의 관계...기후위기는 물가위기
예측 불가능한 날씨가 위협하는 것들
빗장 걸어 잠그는 수출국...수입 의존국은 빨간불

이상기온 현상으로 앞으로는 식탁에서 빵을 찾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들려온다. 날씨가 우리 식탁 전반의 모습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우리 밥상을 흔들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전세계적인 가뭄과 역대급 폭염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상기후 현상으로 앞으로는 식탁에서 빵을 찾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날씨가 우리 식탁 전반의 모습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최근 우리 밥상을 흔들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전세계적인 가뭄과 역대급 폭염이다.

◇ 날씨와 식탁의 관계...기후위기는 물가위기

날씨는 1차 산업인 농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온과 강수량은 곡물 수확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물가 상승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이를테면 폭염 및 겨울 이상고온 등 기상이변 현상은 쌀, 감자, 파프리카 등 농산물 가격을 올린다.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농경지 침수와 축산업 시설 피해도 크다. 국내에서는 2020년 54일간 이어진 최장 장마와 잇따른 태풍으로 전국 농경지가 침수되고 축산업 시설물이 망가지기도 했다. 올해는 연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가뭄으로 인해 채소 작황이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에는 전세계적인 라니냐 현상으로 곡물 흉작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20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라니냐 현상은 무역풍이 평년보다 강해져 서태평양 해수 온도가 올라가고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낮아지는 것을 말한다. 온도가 올라가는 서태평양 부근에서 상승 기류가 강화되면 장마와 같은 반복적인 강수현상이 나타나고, 동태평양 부근에서는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가뭄이 나타난다. 

즉,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에서는 장마가, 남아메리카에서는 가뭄이, 북미 북부에는 강추위가, 중남부에는 심한 가뭄이 찾아오는 4중고가 지구촌에 펼쳐지게 된다. 실제로 전세계가 3년째 이어지는 라니냐 현상으로 가뭄과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유럽, 인도 등 전세계 주요 곡창지대는 가뭄과 폭염으로 인한 흉작으로 전세계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입 곡물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도 빨간등이 켜졌다. 

◇ 예측 불가능한 날씨가 위협하는 것들

이상기후 현상은 올해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몇 해 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널뛰는 날씨로 식량 생산이 부족해지고 곡물 가격은 꾸준히 상승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특히 매해 이어지고 있는 극심한 가뭄의 여파가 크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토네이도와 심한 가뭄으로 밀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12%까지 뛰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8월 미국에서 재배되는 밀 등 주요작물의 63%가 흉작 상태라고 보도했다. 주요 곡물 생산국인 아르헨티나도 지난해부터 기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강우량으로 밀, 콩, 옥수수 등의 수확량이 감소했다. 

가뭄은 곡물생산량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항구 수심을 낮춰 운반량 제한으로도 이어진다. 수출량이 줄어들면 전세계 식품 물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올해 5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57.4로 전년 동기간 대비 22.8% 올랐다. 품목별 지수를 살펴보면 곡물 지수가 전월보다 2.2% 상승했다.

주요 곡물 수출 국가들은 작황 부진에 식량난까지 더해지자 자국 식량 보호를 위해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밀, 식용유, 고기류 등이 수출 금지 대상으로 수입에 기대고 있는 국가들의 식량 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 빗장 걸어 잠그는 수출국...수입 의존국은 빨간불

특히 인도의 수출 제한 조치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도는 세계 2위 밀 생산국이다.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 부족을 인도가 채울 것으로 기대했지만 인도는 올해 사상 최대 폭염으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지난 5월 밀 수출을 금지했다. 

밀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빵과 파스타 값 상승도 예고되고 있다. 식탁에서 간단하게 즐겨 먹던 밀가루 음식들이 더 이상 간단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곡물 수입국 7위로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식량자급률이 최저 수준이다. 쌀을 제외한 옥수수, 밀 등의 경우 자급률이 1%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에 위기감이 클 수밖에 없다.

밀의 대체식품으로 쌀이 떠오르면서 쌀 가격 상승폭도 커지고 있다. FAO 식량가격지수에 따르면 국제 쌀값은 5개월 연속 상승하며 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식량위기 심각성 앞에서 필리핀에서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농업부 장관을 겸해 자국 쌀 생산량을 늘리는 데 집중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식량 공급 불안정에 따른 결정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팜유도 수출 금지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내리며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 세계 팜유의 약 60%를 생산하는 인도네시아는 지난 4월 팜유 수출을 금지했다가 한 달 만에 수출 금지를 해제했다. 그 사이 세계 식용유 값은 50%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팜유가 라면, 과자, 화장품, 제약 등 다양한 식품용·소비재 원료로 들어가는 만큼 전 산업계에서 촉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밖에 후이퐁 스리라차 소스의 생산중단 소식도 들려왔다. 주재료가 되는 할라피뇨 고추의 원산지인 멕시코가 심한 가뭄을 겪으면서 고추 작황이 어려워지면서다. 매운 맛이 특징인 스리라차 소스는 쌀국수 판매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스다. 제조업체인 후이퐁식품은 현 상황에 대해서 “자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밀과 쌀, 팜유와 고추 등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이밖에도 수많은 곡물과 채소가 가뭄과 이상기온 현상으로 수확량이 줄어들었다. 이는 가격 상승으로 가계를 압박하는 것을 넘어 실제 우리가 식탁 위에서 즐기던 음식을 점점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최근 밥상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식량위기 경고음이 들리고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곡물 가격이 오르고 식량 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역대급 폭염과 가뭄, 장기화된 전쟁 등이 있다. 날씨와 환경 문제는 단순히 북극곰이나 펭귄, 바닷가 저지대에 사는 먼 나라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내 코 앞까지 와 있는 문제일 수 있다.

기후위기가 다다르는 곳은 결국 우리 식탁 위다. ‘식탁과 기후재난’을 통해 달라진 날씨와 전쟁 등 글로벌 재난이 밥상 물가와 식탁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밥상 위 이슈와 함께 하나하나 짚어본다. 연재는 매주 목요일마다 총 12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3회차는 ’날씨와 식탁의 관계’다. [편집자주]  

key@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