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과 폭염으로 밀 생산량 감소
이상고온으로 식량난 심화 예고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밀 생산량 감소는 몇 해 전부터 보여온 현상으로 날씨로 인한 식량안보에 대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밀 생산량 감소는 몇 해 전부터 보여온 현상으로 날씨로 인한 식량안보에 대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밀가루 파동이 세계를 위협한다. 올해 밀 가격은 43% 올랐고 '밀가루가 금가루 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말도 나온다. 전쟁으로 인한 공급 차질과 폭염·가뭄 속 생산량 감소, 전세계 주요 밀 산지의 이상기후 등이 한꺼번에 얽힌 문제다. 

밀은 빵, 과자, 파스타, 라면, 국수 등 다양한 형태의 가공식품으로 활용되는 원료다. 밀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오르면 이를 원료로 하는 식품 가격 상승도 피해갈 수 없다. 밀 자급률이 떨어지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성인 세대들이 어릴 때는 우리나라도 쌀밥을 주식으로 먹는 나라였지만 현재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다양한 식품산업으로 밀 대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 가뭄과 폭염으로 밀 생산량 감소

전세계적으로 밀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데는 폭염과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의 영향이 크다. 

세계 2위 밀 생산국 인도는 120년 만의 폭염으로 인한 밀 작황 부진으로 아예 수출 빗장문을 걸어 잠궜다. 지난 5월 중순 식량안보를 이유로 밀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이달 12일부터 밀가루 수출 규제에도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식품업자는 밀가루 수출 전 인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인도는 지난 3월부터 이례적인 폭염을 겪어왔다. 특히 주요 밀 산지인 인도 북부 및 중부 지역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며 밀 작황에 어려움이 생겼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밀 수확량이 평년보다 최대 20%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 부족을 인도가 채울 것으로 기대했던 만큼 인도에 닥친 폭염과 그로 인한 수출제한 조치의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3대 곡창지대로 불리는 아르헨티나도 남부 지역의 심각한 가뭄으로 밀 생산량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역시 장기화된 가뭄으로 밀 작황 부진에 시달리는 중이다. 미 농무부는 미국 남서부 지역 가뭄으로 겨울철 밀 수확량이 모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프랑스도 가뭄으로 인해 밀 수확량이 크게 줄어드는 등 전세계적으로 밀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밀 대란 흐름 속에서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세계 곡물 수입국 7위로 식량자급률이 낮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특히 쌀을 제외한 밀은 자급률이 1%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밀가루 대란에 따른 밀 수급안정을 위해 국산 밀 정부수매를 전년보다 102% 확대하기로 했다. 

◇ 이상고온으로 식량난 심화 예고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비단 올해 반짝 하고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폭염으로 인한 국제곡물가격 상승과 이로 인한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는 십여 년 전부터 있어 왔다. 특히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일수록 식량가격 상승이 위협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관련한 역사적 사건으로는 2010년 아랍의 봄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여름 전세계적으로 밀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야기돼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 및 혁명이 일어난 사건이다. 세계 식량 가격 폭등이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진 것인데 당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닥친 이상고온으로 밀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전세계 곡물가격이 크게 뛰고 식량난이 심화된 것이 기폭제가 되었다. 

폭염발 밀가루 대란은 2018년에도 있었다. 당시 전세계적으로 폭염과 가뭄의 여파로 국제곡물가격이 상승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당시 미국 농업부(USDA) 자료를 인용하며 지속된 폭염과 가뭄, 산불 등의 여파로 전세계 밀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순히 밀 생산량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가격 상승, 품질 저하, 수급 문제 등이 동시에 우려됐다. 

특히 당시 문제가 된 것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호주의 가뭄 장기화와 북반구를 덮친 열돔 현상으로 인한 여름기온 이상급등이었다. 2018년 여름, 북반구와 남반구에 찾아온 폭염에 대해서 기상과학자들은 당시 “지구온난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증거이며 향후 폭염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실제로 이후에도 가뭄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최근 KBS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남서부에서는 가뭄이 계속되면서 산불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캘리포니아주의 60%가 극심한 가뭄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하고,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뜨거워지는 날씨 속에서 인류의 식탁은 앞으로 얼마나 더 달라질까. 밀가루 대란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갈 우리의 식탁에 찾아온 변화 중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최근 밥상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식량위기 경고음이 들리고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곡물 가격이 오르고 식량 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역대급 폭염과 가뭄, 장기화된 전쟁 등이 있다. 날씨와 환경 문제는 단순히 북극곰이나 펭귄, 바닷가 저지대에 사는 먼 나라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내 코 앞까지 와 있는 문제일 수 있다.

기후위기가 다다르는 곳은 결국 우리 식탁 위다. ‘식탁과 기후재난’을 통해 달라진 날씨와 전쟁 등 글로벌 재난이 밥상 물가와 식탁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밥상 위 이슈와 함께 하나하나 짚어본다. 연재는 매주 총 12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7회차는 ’밀가루로 본 기후위기’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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