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처와 원산지 다변화 통해 리스크 해소
이상기후 등 장기화 전망...“상황 지켜보는 중”

밀과 콩을 주요 원재료로 하는 제품 가격 상승률이 큰 가운데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밀과 콩을 주요 원재료로 하는 제품 가격 상승률이 큰 가운데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밀과 콩을 주요 원재료로 하는 제품 가격 상승률이 큰 가운데 국내 식품업계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가뭄과 폭염 등 이상기후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재난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원료 확보 및 가격 상승 폭을 줄이기 위한 기업의 움직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발표한 올해 2분기 생활필수품 가격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원재료인 밀과 콩류 제품 가격의 상승률이 컸다. 밀가루, 식용유, 세제류 품목의 소비자가 상승률이 두 자리대를 기록한 것. 밀가루의 경우 1kg 기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가격이 31.3% 올랐고, 식용유는 23.9%를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제품군별로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큰 제품으로는 곰표 밀가루 중력분이 34.4%로 가장 높았고, CJ제일제당의 백설 밀가루 중력분이 28.5%, 오뚜기의 콩 100% 식용유가 27.7%, CJ제일제당의 백설 콩 100%로 국내에서 만든 콩기름이 26.0%로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전년 대비 세탁세제 제품의 가격 상승도 눈에 띄었는데 계면활성제의 원료가 되는 팜유 등 주요 원재료의 가격 상승 때문으로 분석된다. 

밀가루와 식용유의 가격 급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수급 불안 문제, 인도네시아의 일시적인 팜유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한 대체유 가격 상승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물가감시센터는 밀가루와 식용유 가격 상승이 외식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소비자 부담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고유가 및 고환율,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재료 수급 불안 문제 등으로 물가 상승 문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물가감시센터 측은 “정부는 단순가공식료품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등 물가 안정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 “기업 측에서도 모두가 힘든 이때 무조건적인 가격 인상이 아닌 소비자와의 상생을 도모하며 물가 안정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주길 촉구한다”고 전하며 모든 경제 주체가 물가 안정을 위해 힘써야 함을 강조했다. 

◇ 공급처와 원산지 다변화 통해 리스크 해소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공급처와 원산지 다변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거나 롱텀 계약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가뭄과 폭염 등 이상기후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콩을 주원료로 하는 제품군 생산이 많은 풀무원은 공급처와 원산지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풀무원은 식물성 지향 식품 선도기업을 선언하고 지속가능 식품을 통해 탄소저감을 지향하며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방침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이상기후에 따른 원료 생산량 감소와 그에 따른 가격 상승의 어려움이 있긴 하겠지만 공급처와 원산지 다변화를 통해서 리스크를 해소하고 있고 시험재배 등을 통해 대비책을 두고 있다”며 “러시와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있지만 향후 기후변화에 따라서 품목별 원산지 이동이 발생하고 식량 수급위기에 따른 수출제한이 늘어나면 각국에서 자급률을 높이는 시나리오가 예상되는 등 식량안보 이슈들도 있어서 거기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도 수입처 다변화와 롱텀 계약 등을 대안으로 두고 있다. 다만 지속적인 물가상승에 대해서는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일반 기업체 식품제조업은 동일하기 때문에 수입처를 다변화해서 위험을 분산시키거나 롱텀 계약 말고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구매팀에서 롱텀으로 장기계약을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물가가 오른다고 하면 일반 사기업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일단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밀가루나 팜유 등을 원재료로 하는 제품 생산량이 많은 농심의 경우 국내 제분회사로부터 밀가루를 구매하고 있어 국제곡물가격 상승 등과는 한 걸음 떨어져 있지만 전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 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심 관계자는 “밀가루 사용량이 많긴 하지만 원맥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제분회사를 통하고 있어 국제곡물가격 상승과 관련해서는 한 단계 떨어져 있는 편”이라면서 “물론 가격 인상은 국내 제분회사가 밀가루 가격에 반영을 하기에 영향은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수입선을 다변화하거나 공급선을 다각화한다는 건 국내 제분회사를 구매처로 두고 있는 우리와는 당장 관계가 없다”며 “그렇지만 전쟁과 이상기후로 곡물 등 작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매체나 뉴스를 통해서 확인하고 인지는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이상기후 등 장기화 전망...“상황 지켜보는 중”

국내 식품 제조기업들은 물가 상승과 원자재 수급 부족 등의 상황에 대해서 각각 나름의 대비는 하고 있지만 이상기후 등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동향과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식물성 식품 사업 본격화를 발표한 CJ제일제당은 현재 대기업이라고 특별한 대안을 가지고 대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만 원인이 아니라 기후문제 등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아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모두에게 같은 상황이라 우리도 특별히 어떤 것에 대해서 더 대비하고 있다기보다는 시장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별히 대기업이 더 대비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곡물가격이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더 이상 좋아질 수 없으며 장기적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분위기”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농토가 회복되고 복구되는 데 최소 2~3년 이상 걸리는 상황에 장기적으로 기후문제 등도 더 안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 고민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콩과 밀을 원료로 하는 식품 생산량이 높은 오뚜기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오뚜기 관계자는 “우리가 현재 구매하는 원료들은 지금 바로 쓰이는 게 아니라 보통 서너달, 길게는 6개월까지 비축해서 사용하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값이 폭등하고 환율도 올라 대체품이나 별도 다른 구매처를 알아보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그나마 원자재 가격이 조금 내려서 상황이 약간 나아지긴 했는데 당장 중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서 하반기 상황은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밥상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식량위기 경고음이 들리고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곡물 가격이 오르고 식량 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역대급 폭염과 가뭄, 장기화된 전쟁 등이 있다. 날씨와 환경 문제는 단순히 북극곰이나 펭귄, 바닷가 저지대에 사는 먼 나라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내 코 앞까지 와 있는 문제일 수 있다.

기후위기가 다다르는 곳은 결국 우리 식탁 위다. ‘식탁과 기후재난’을 통해 달라진 날씨와 전쟁 등 글로벌 재난이 밥상 물가와 식탁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밥상 위 이슈와 함께 하나하나 짚어본다. 연재는 매주 총 12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8회차는 ’국내 기업 대책’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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