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대신 식물성 원료에 주목
해양에서 100% 생분해되는 PHA

전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플라스틱 폐기물 및 환경오염 문제에 대응하는 해결책으로 분해 뒤 이산화탄소나 물 등 자연적인 형태로 돌아가는 생분해 소재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전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플라스틱 폐기물 및 환경오염 문제에 대응하는 해결책으로 분해 뒤 이산화탄소나 물 등 자연적인 형태로 돌아가는 생분해 소재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화석연료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을 심화시키는 이유는 생산-유통-폐기 전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해서다. 특히 사후 매립이나 소각 등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이같은 문제는 자연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의 특징에서 비롯된다. 기업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답을 생분해 소재에서 찾고 있다. 

플라스틱은 자연스럽게 썩어서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더 작은 조각으로 부서지면서 미세플라스틱이 될 뿐 생분해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썩는 데 최장 500년이 걸린다고 알려진 플라스틱이 일상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을 1920년대부터로 보면, 그 사이 썩은 플라스틱은 하나도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에 플라스틱을 쓰레기로 처리하지 않고 다시 원료화해 재활용하는 방안이 지속적으로 연구 및 확대되고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생산 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의 환경적 영향을 줄이는 고민이라고 지적된다. 

◇ 화석연료 대신 식물성 원료에 주목

전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플라스틱 폐기물 및 환경오염 문제에 대응하는 해결책으로 생분해 소재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기존 플라스틱의 원료인 화석연료 대신 옥수수나 사탕수수와 같은 식물성 원료를 대체재로 주목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을 남기지 않아 환경적인 데다 환경호르몬을 발생시키지 않아 안전성도 뛰어나서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바이오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2027년 131억 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알려진 생분해 소재에는 사탕수수 등 식물성 재료를 원료로 한 ‘PLA’와 미생물이 식물 유래 성분을 먹고 세포 안에 쌓아놓는 고분자 물질로 만드는 ‘PHA’가 있다. 

PLA는 퇴비화 조건에서 분해되고 PHA는 토양은 물론 바다에서도 생분해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여기에서 생분해란 분해 뒤 이산화탄소나 물 등 자연적인 형태로 돌아간다는 것을 뜻한다. 

PLA의 경우 국내에서 BGF에코바이오가 소재를 활발하게 연구해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현재 롯데푸드, CJ제일제당, 대경F&B 등에 해당 소재를 적용한 용기를 제품을 납품 중이다.

일각에서는 생분해 플라스틱의 퇴비화 조건에 대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생분해 플라스틱이 일반 석유기반 플라스틱 대비 생산 단계에서도 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적고 비퇴비화 조건에서 매립되더라도 약 10년 이내에 생분해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면에서 의미가 없지 않다”고 주장한다. 

◇ 해양에서 100% 생분해되는 PHA

PHA는 땅은 물론 바닷물에서 100% 생분해되는 소재로 PLA보다 혁신적인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해양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중요한 원료소재로 활용된다. 생산기술은 CJ제일제당을 비롯한 극소수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CJ제일제당은 지난 5월 해양 PHA 대량생산을 시작하면서 생분해 소재 전문 브랜드 ‘PHACT’를 론칭했다. CJ제일제당은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공장에서 본생산을 시작함으로써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용화에 성공한 비결정형 aPHA를 연간 5천 톤 규모로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결정형 scPHA 생산 라인 착공에도 돌입, 2025년에는 PHA 생산규모를 연간 6만 5천 톤까지 늘릴 계획으로 전해진다. 

CJ제일제당이 생산에 주력할 aPHA 제품은 고무와 비슷한 부드러운 물성을 지닌다. 이를 활용해 포장재나 비닐 봉투 등 변형이 필요한 여러 품목을 만들 수 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다른 경쟁사들이 주로 취급하는 결정형 cPHA 또는 반결정형 scPHA 제품은 딱딱한 물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떨어지는데, aPHA와 혼합하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PHA를 단일소재뿐 아니라 이른바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PHA를 PLA나 PBAT같은 다른 생분해 플라스틱 원료와 혼합하면 강도와 물성, 생분해도를 개선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국내 합성수지 컴파운딩 가공기업 HDC현대EP와 두 개 이상의 플라스틱 소재를 최적의 배합으로 혼합하는 생산공정인 바이오 컴파운딩 합작법인(JV)을 설립한 것도 그 일환으로 알려진다.

한편 CJ제일제당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하 KCL)과 함께 서해 대부도 연안에서 실험을 통해 PHA의 해양 생분해 능력을 확인했다고 지난 28일 밝힌 바 있다. 실험 대상은 aPHA, scPHA, 곡물 유래 생분해 소재인 PLA 필름이다. 실험은 해당 소재들을 바다 속에 넣은 뒤 11주 동안 2주 간격으로 무게 변화를 측정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aPHA의 무게는 약 57%, scPHA 무게는 약 28% 감소했다. 반면 특정 조건에서만 분해되는 산업 생분해 소재인 PLA 필름의 무게는 불과 1.2%만 줄었다. ‘PHA가 바다에서 잘 분해된다’라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이밖에 CJ제일제당은 지난 15일 플라스틱을 자연분해 효소를 개발하기 위해 경북대학교와 손을 잡았다. 양측은 전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인 페트 소재를 분해하는 고효율 효소를 개량·생산하고 플라스틱 분해 및 원료물질 정제공정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현재 재활용 방식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기계적 재활용’을 대체하는 환경친화적 ‘생물학적 재활용’ 기술을 토대로 사업화에 나선다는 것이 핵심이다.

CJ제일제당 측은 “현재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기계적 방식으로 재활용되고 있는데 재활용 소재 품질과 경제성 부족이 지적되고 있고, 북미와 유럽 등에서 도입한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 완벽한 대안으로 자리잡지는 못하고 있다”며 “생물학적 재활용은 플라스틱 분해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거의 없고 에너지 소모도 비교적 적은 데다 재활용된 소재의 품질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세계적으로 석유화학 플라스틱을 줄이고 친환경 원료 사용을 유도하는 규제가 늘고 있는 만큼 생분해 소재 시장도 빠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플라스틱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미움 받는 소재가 되었을까요. 기업은 플라스틱 대책에 과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플라스틱을 줄일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소비자가 정말로 기업에 바라는 탈플라스틱 방향은 무엇일까요.

플라스틱 하면 다양한 물음표가 따라옵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 안고 있는 문제는 원금에 이자가 덩어리째 붙듯 늘어나 오늘날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이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각국의 정부와 기업과 개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탈플라스틱은 전세계적으로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하는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2022 탈플라스틱 프로젝트’는 이 시대가 안고 있는 플라스틱 문제와 기업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있을지 살펴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2주에 1회씩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산업계 안팎의 다양한 관점과 함께 자료를 근거로 실천방안을 찾아볼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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