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은 기약 없는 방치...단순 소각도 환경에 치명적
줄일 수 없다면 재활용에서 해법 찾아야...방법은 다양
재활용 한계 해결책으로 주목 받는 화학적재활용

물건에도 뒷모습이 있다. 짧은 시간 사용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진실은 뒷모습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편리하게 사용한 플라스틱의 뒷모습까지 아름답게 만들려면 재활용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물건에도 뒷모습이 있다. 짧은 시간 사용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진실은 뒷모습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편리하게 사용한 플라스틱의 뒷모습까지 아름답게 만들려면 재활용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미셸 투르니에는 에세이 『뒷모습』에 “뒤쪽이 진실이다.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고 썼다. 이것은 비단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물건에도 뒷모습이 있다. 우리가 소유했던 물건의 뒷모습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특히 짧은 시간 사용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진실은 뒷모습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값싸게 만들어져 일회용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뒷모습을 보려면 ‘생산-유통-판매-사용-폐기’라는 물건의 생애주기 중에서도 마지막 ‘폐기’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볍고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플라스틱의 진짜 모습은 어떨까. 

◇ 매립은 기약 없는 방치...단순 소각도 환경에 치명적

일반적으로 물건이 폐기되는 과정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매립, 단순 소각, 재활용이다. 그런데 플라스틱에는 매립도 소각도 어울리는 폐기 방법이 아니다. 특히 땅에 묻는 매립은 사실상 방치에 가깝다. 플라스틱이 썩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난분해성 물질인 플라스틱을 매립하면 환경오염과 미세플라스틱의 원인이 된다.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에 따르면 플라스틱 병 하나가 분해되는 데는 약 450여 년이 걸린다. 그러나 이 말이 450여 년 후에 플라스틱이 지구상에서 말끔하게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플라스틱은 분자 간 결합이 단단한 고분자 물질에 여러 독성 첨가제가 들어가 있어 미생물이 침투할 틈도 생존할 여지도 없다. 흔히 ‘플라스틱이 썩는 데 500년이 걸린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미생물이 소화할 수 없는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있다는 것이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가 발표한 ‘플라스틱 재활용 당위성과 기술현황’ 보고서에서는 “플라스틱은 미생물이 소화할 수가 없기 때문에 땅에 묻어도 언제 썩을지 알 수가 없다”며 “플라스틱이 상용화된 시점이 1950년대임을 감안해 볼 때 인류가 처음으로 사용한 플라스틱이 여전히 땅속 어딘가에 그대로 묻혀 있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소각은 어떨까. 플라스틱은 완전 연소가 어려운 탄소의 중합체라고 알려진다. 연소에 필요한 산소가 들어있지 않은 화학덩어리로 단순 연소 시 환경은 물론, 건강에도 해로울 수밖에 없다. 성분에 따라서 환경호르몬과 발암물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 줄일 수 없다면 재활용에서 해법 찾아야...방법은 다양

플라스틱은 소각도 매립도 지구에 치명적인 흔적을 남긴다.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처음부터 줄이는 것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사용한 것을 어떻게 폐기하는 것이 환경에 덜 해로울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재활용은 그 고민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에는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다른 제품을 만드는 ‘물질재활용’과 태워서 연료화해 에너지로 활용하는 ‘에너지재활용’, 화학적으로 분해해 원료로 전환하는 ‘화학적재활용’이 있다. 

이 중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지고 활용되고 있는 재활용 방법은 물질회수, 즉 물질재활용이다. 물질재활용을 하려면 먼저 파쇄, 세척, 용융 등의 과정을 거쳐 폐플라스틱을 다른 물질의 원료가 되는 재생 펠릿으로 만든다. 

플라스틱은 단일재질이냐 복합재질이냐에 따라서 재활용 용도가 달라지는데 품질이 비교적 높은 제품 생산이 가능한 건 단일재질로 신제원료와 혼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흔히 버려진 플라스틱을 옷, 에코백, 유니폼 또는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로 업사이클링했다고 하는 경우 단일재질로 물질회수를 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복합재질은 저급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고 단열재, 정화조, 건축재 등으로 활용된다. 

플라스틱을 재질별로 선별하기 어렵거나 오염 물질이 묻어 있어 물질재활용이 어려운 경우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에너지재활용을 한다. 폐플라스틱을 연료화해 발전시설과 보일러 시설 등에 대체연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에너지재활용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고체성형 연료방식이다. 플라스틱만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가연성 쓰레기와 혼합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료는 제철소, 시멘트 공장, 발전소 등에서 활용한다. 

◇ 재활용 한계 해결책으로 주목 받는 화학적재활용

화학적재활용은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해외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재활용 방법이다. 분자 구조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최초의 원료형으로 되돌리는 방식으로 재활용이 어렵다고 알려진 플라스틱까지 재활용이 가능하다. 재활용 한계에 대한 해결책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독일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화학적재활용을 통해 플라스틱을 오일로 재탄생시켜 난방유로 활용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5000톤으로 425만리터의 난방유를 생산할 수 있는 데다 이산화탄소와 물만 배출한다는 면에서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재활용 방법이 있지만 문제는 현실에서 플라스틱을 폐기하는 비중이 매립, 소각, 재활용 순이라는 데 있다. 단순 소각하면 유해물질이 배출되고 매립하면 언제 썩을지 모를 플라스틱을 일단 보이지 않는 곳에 파묻어두고 나중 일은 미래에 맡겨버리는 것은 무책임한 모습이다. 

편리하게 사용한 플라스틱의 뒷모습까지 아름답게 만들려면 기업과 정부, 개인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플라스틱 규제와 인센티브 확대, 기업의 재활용하기 쉬운 플라스틱 제품 생산, 소비자의 올바른 분리배출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플라스틱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미움 받는 소재가 되었을까요. 기업은 플라스틱 대책에 과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플라스틱을 줄일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소비자가 정말로 기업에 바라는 탈플라스틱 방향은 무엇일까요.

플라스틱 하면 다양한 물음표가 따라옵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 안고 있는 문제는 원금에 이자가 덩어리째 붙듯 늘어나 오늘날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이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각국의 정부와 기업과 개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탈플라스틱은 전세계적으로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하는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2022 탈플라스틱 프로젝트’는 이 시대가 안고 있는 플라스틱 문제와 기업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있을지 살펴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2주에 1회씩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산업계 안팎의 다양한 관점과 함께 자료를 근거로 실천방안을 찾아볼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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