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이 안고 있는 미세플라스틱 문제
바르는 화장품에 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

우리나라는 2017년 7월부터 ‘씻어내는 화장품’에 대한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했지만 여전히 ‘씻어내지 않는 화장품’에 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남아 있다. (픽사베이 제굥)/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나라는 2017년 7월부터 ‘씻어내는 화장품’에 대한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했지만 여전히 ‘씻어내지 않는 화장품’에 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남아 있다. (픽사베이 제굥)/그린포스트코리아

화장품이 안고 있는 플라스틱 문제는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화장품 자체에 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 두 번째는 화장품 용기가 원인이 되는 플라스틱 문제다. 우리나라는 2017년 7월부터 ‘씻어내는 화장품’에 대한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했지만 여전히 ‘씻어내지 않는 화장품’에 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남아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씻어내는 화장품이란 치약, 스커럽제, 바디워시 등으로 말 그대로 물에 씻겨 내려가는 화장품을 의미한다. 씻어내지 않는 화장품이란 기초화장품, 마스카라, 펄 등 색조화장품을 말한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아 그대로 하수구를 통과해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 물고기 밥이 된다. 몸을 청결히 하거나 아름답게 만드는 데 사용되는 제품군들이 해양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 화장품이 안고 있는 미세플라스틱 문제

미세플라스틱에는 처음 제작할 때의 크기에 따라서 1차 미세플라스틱과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나뉜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처음부터 작게 제조된 것이고, 2차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용기나 제품처럼 큰 플라스틱이 자외선이나 파도에 의해 잘게 쪼개지고 부서지면서 발생한다. 

이 중 1차 미세플라스틱은 마이크로비즈(Microbeads)라고 불리는 생활용품 속 미세플라스틱이다. 직경 5mm 이하의 고체 가공 플라스틱으로 과거 치약, 스크럽제 등 물로 씻어내는 화장품에 들어갔다. 세정기능을 높이기 위해 작은 알갱이 형태로 첨가됐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 하수처리장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바다로 그대로 흘러가 생태계 교란의 원인이 됐다. 그린피스 자료에 따르면 제품 한 개당 많게는 36만 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들어가기도 했다.  

이렇게 바다로 흘러간 미세플라스틱은 다른 오염물질을 흡착하기 쉬운 상태로 본 크기의 100만 배까지 독성물질을 흡수한다고 알려진다. 이렇게 유해물질을 흡수한 상태로 플랑크톤의 먹이가 돼 먹이사슬을 따라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결국 우리 식탁에까지 오르게 된다. 

국내에서는 몇 년 전 화장품 속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막기 위해 여성환경연대와 그린피스와 같은 환경단체와 정치권에서 화장품 속 미세플라스틱 사용 금지 법안을 촉구했다. 이후 2017년 7월부터 마이크로비즈가 많이 사용되는 세정용 화장품과 치약 등 일부 의약외품에서 미세플라스틱 사용 및 해당 제품 수입이 전면 금지됐다. 요즘 과거처럼 알갱이가 보이는 스크럽제나 치약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시 미세플라스틱이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것을 금지하면서 “환경오염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에 잔류해 해양생물 등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개정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 바르는 화장품에 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

그러나 아직 씻어내지 않는 화장품에는 여전히 미세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다. 기초화장품이나 색조화장품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가는 것이다. 화장품에 미세플라스틱이 사용되는 이유는 친환경 소재보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발림성이 부드러워서다. 

2020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글리터류 화장품 안전실태조사’에 따르면 화장품에 사용되는 글리터 중 상당수에 플라스틱 성분이 포함돼 있다. 립스틱과 아이섀도 등에 사용되는 글리터 소재가 미세플라스틱 성분으로 이뤄져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화장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소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PET와 같다. 여성환경연대가 2019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외 립·아이 메이크업 제품 가운데 미세플라스틱 의심 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약 2만 여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0년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글리터를 소재를 포함한 바르는 화장품도 제거 방법에 따라 하수도 등을 통해 바다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하며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와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규명하고 전반적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오염과 생태계 교란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이미 전세계적으로 제품에 의도적으로 사용되는 미세플라스틱은 금지하는 규제가 확대되고 있다. 유럽화학물질청(ECHA)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제품을 통해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이 1년에 약 3만 6천 톤에 이른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씻어내는 화장품은 전체의 3%에 불과하다. 화장품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다른 형태의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기업 차원에서 생산 단계에서부터 탈 미세플라스틱을 위한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되는 이유다. 다음 회차에서는 화장품 내 미세플라스틱을 대체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에 대해서 다룬다. 

플라스틱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미움 받는 소재가 되었을까요. 기업은 플라스틱 대책에 과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플라스틱을 줄일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소비자가 정말로 기업에 바라는 탈플라스틱 방향은 무엇일까요.

플라스틱 하면 다양한 물음표가 따라옵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 안고 있는 문제는 원금에 이자가 덩어리째 붙듯 늘어나 오늘날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이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각국의 정부와 기업과 개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탈플라스틱은 전세계적으로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하는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NO-플라스틱’은 이 시대가 안고 있는 플라스틱 문제와 기업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있을지 살펴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2주에 1회씩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산업계 안팎의 다양한 관점과 함께 자료를 근거로 실천방안을 찾아볼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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