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되지 못한 플라스틱 어떻게 처리되나
사후 플라스틱 처리 전세계 골칫거리...생태계 파괴도 심각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는 근본책은 기업 변화

인류가 만든 플라스틱 중 썩어서 분해돼 없어진 건 아직 하나도 없다. 이것이 플라스틱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가 만든 플라스틱 중 썩어서 분해돼 없어진 건 아직 하나도 없다. 이것이 플라스틱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가 만든 플라스틱 중 썩어서 분해돼 없어진 건 아직 하나도 없다. 이것이 플라스틱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이다. 플라스틱은 생분해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조각으로 부서지고 쪼개질 수는 있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결국에는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부르는 형태로 공기 중으로, 바닷속으로 이동해 호흡기와 음식을 통해서 인간에게 다시 돌아온다. 플라스틱의 종착역이 결국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플라스틱이 일상생활에 들어오기 시작한 1920년대 이후 불과 100년이 흘렀다. 플라스틱은 썩는 데 최장 500년이 걸린다고 알려진다. 그 사이 일부 플라스틱이 재생원료로 재활용되거나 에너지회수 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양의 플라스틱이 매립되거나 무단으로 자연환경에 투기돼 왔다. 즉, 어딘가에서 썩지 않는 모습 그대로 있다는 얘기다.

◇ 재활용되지 못한 플라스틱 어떻게 처리되나

그린피스 자료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5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 톤으로 이 가운데 9%만이 재활용되고 63억 톤이 폐기됐다.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의 40%를 차지한 건 일회용 플라스틱이었다. 한 번의 사용을 위해서 무분별하게 생산돼 소비된 일회용 플라스틱은 소비 후 고스란히 폐기물이 된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플라스틱의 종류와 형태가 워낙 다양해 수거 체계가 일괄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열악한 수거 체계에서 재활용되지 못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단순소각이나 매립으로 처리되는데 사실 소각은 폐기물을 관리하는 비싼 방식에 속하며 매립은 육상 매립지 포화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양쪽 모두 토양과 대기 오염 우려 문제를 안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플라스틱이 분해되면서 메탄 등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등 새로운 온실가스 배출원으로서의 문제도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린피스가 2019년 발표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일회용의 유혹>에 따르면 소각은 폐기물을 대기오염물질, 비산재, 저회, 광재로 전환시키고 그 과정에서 호흡기를 자극하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푸란, 수은, 카드뮴, 납 등 중금속과 주요 온실가스를 배출해 인간과 지구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오염물질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 중 가장 발전된 기술도 여전히 일부 오염물질을 제거하지 못하고 대기로 방출시킨다는 지적이다. 

◇ 사후 플라스틱 처리 전세계 골칫거리...생태계 파괴도 심각 

이렇듯 플라스틱 사후 처리는 여러모로 우리 사회에 골칫거리로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불법 수출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린피스는 2018년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 방치 현장을 조사해서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1400톤은 2019년 설날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처치 곤란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른 나라로 흘려보내는 건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다. 칠레 북부 사막 아타카마에는 각국에서 버려진 옷으로 만들어진 쓰레기 산이 있고, 서아프리카 가나에도 매주 기부라는 이름으로 서구로부터 옷 폭탄이 쏟아진다. 심지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고 플라스틱이 사용된 적 없는 북극해 빙하와 남극해에서도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견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해양생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국내 바다에서 발견되는 쓰레기의 80% 이상이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라고 알려져 있고 해양활동 중 어업에서 유입된 플라스틱들이 바다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매년 64만 톤의 유령어구가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그린피스 <플라스틱 대한민국: 일회용의 유혹>에서는 “우리나라 바다에서 발견되는 쓰레기의 82%는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로 2017년부터 연근해에서 폐사한 거북이 44마리를 부검한 결과 20마리가 플라스틱을 삼키고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바다거북의 코에 꽂힌 빨대, 플라스틱 링에 부리가 끼인 새, 고래 뱃속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비닐 등을 담은 사진과 영상들은 플라스틱이 자연과 생태계에 어떠한 위해를 가하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2019년 말 스코틀랜드 해변에 좌초한 고래 뱃속에서는 100kg에 달하는 플라스틱 어구와 비닐봉지, 플라스틱 컵 등이 나오기도 했다. 

◇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는 근본책은 기업 변화

바닷속 미세 플라스틱은 회수할 수 없다. 한번 세상에 나온 플라스틱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방식에 수많은 문제가 있다면 플라스틱 자체에 다시 접근해야만 한다. 

관련해 다양한 해결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플라스틱을 재사용하거나 리필하고 순환시켜야 한다는 것이 방법론이라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업이 실질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생태계 파괴를 막고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변화가 절실하다.

안젤리카 카르발로 파고 그린피스 미국 플라스틱 캠페인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리더는 지난 4월 그린피스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의 근본적인 이유는 글로벌 대형 브랜드 기업들의 일회용 플라스틱 과잉 생산에 있다”며 “코카콜라, 펩시코, 네슬레, 유니레버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현재와 같은 생산 방식을 유지할 경우, 플라스틱 생산량은 2050년엔 세 배나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변화못지 않게 소비자의 소비 태도도 중요하다. 반환경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에 대한 소비를 거부하고 처음부터 플라스틱 쓰레기가 덜 나오게 고민하고 만들어진 제품과 포장재를 소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생산 단계에서부터의 환경적인 변화를 위해 정부와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규제가 요구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미움 받는 소재가 되었을까요. 기업은 플라스틱 대책에 과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플라스틱을 줄일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소비자가 정말로 기업에 바라는 탈플라스틱 방향은 무엇일까요.

플라스틱 하면 다양한 물음표가 따라옵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 안고 있는 문제는 원금에 이자가 덩어리째 붙듯 늘어나 오늘날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이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각국의 정부와 기업과 개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탈플라스틱은 전세계적으로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하는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2022 탈플라스틱 프로젝트’는 이 시대가 안고 있는 플라스틱 문제와 기업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있을지 살펴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2주에 1회씩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산업계 안팎의 다양한 관점과 함께 자료를 근거로 실천방안을 찾아볼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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