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처리 비용 빠진 플라스틱이 문제

플라스틱은 왜 이렇게까지 미움 받는 소재가 되었을까요. 기업은 플라스틱 대책에 과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가 정말로 바라는 탈플라스틱 방향은 무엇일까요.

플라스틱 하면 다양한 걱정과 물음표가 따라옵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 안고 있는 문제는 원금에 이자가 덩어리째 붙듯 늘어나 오늘날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각국의 정부와 기업과 개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탈플라스틱은 전세계적으로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하는 과제가 되었습니다. ‘2022 탈플라스틱 프로젝트’는 이 시대가 안고 있는 플라스틱 문제와 기업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또 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 기획되었습니다. 2주에 1회씩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산업계 안팎의 다양한 관점과 함께 탈플라스틱을 위한 실천방안을 짚어볼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플라스틱 중 사용 후 어떻게 처리할지까지 생각해서 만들어진 것이 있을까? 알다시피 없다. ‘2022 탈플라스틱 프로젝트’는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산업계 안팎의 다양한 관점과 함께 탈플라스틱을 위한 실천방안을 찾아보기 위해서 기획됐다.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플라스틱 중 사용 후 어떻게 처리할지까지 생각해서 만들어진 것이 있을까? 알다시피 없다. ‘2022 탈플라스틱 프로젝트’는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산업계 안팎의 다양한 관점과 함께 탈플라스틱을 위한 실천방안을 찾아보기 위해서 기획됐다.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플라스틱 중 사용 후 어떻게 처리할지까지 생각해서 만들어진 것이 있을까? 알다시피 없다.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땅이나 바다에서 제대로 썩지 않고 동물들을 괴롭히며 미세플라스틱의 주범으로 지구에 남는다. 이것이 플라스틱이 한때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칭송받다 이제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이유다. 

두산백과의 정의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생각한 그대로를 만들다’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했다. 이 어원에서 알 수 있듯 플라스틱은 열이나 압력을 가함으로써 원하는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료이자 완성품이다. 

◇ 가성비 좋지만 환경에는 악영향...플라스틱의 역사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성형의 용이성’과 값 싸게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가성비 갑’이라는 두 가지 특징은 한때 플라스틱의 장점이자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썩지도 않고 재활용도 어려운 플라스틱을 만들어낸 걸까. 사실 최초의 플라스틱은 코끼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1960년대 당구공에 사용하던 상아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무분별한 밀렵으로 줄어들던 코끼리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당시 당구공 대체재에 1만 달러의 포상금이 걸렸고 ‘셀룰로이드’라는 최초의 플라스틱이 개발됐다.

오늘날 플라스틱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동물들을 생각하면 최초의 플라스틱이 코끼리를 구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셀룰로이드는 이후 영화 필름에 활용되며 영화 발전에 기여했다고 알려진다. 

이후 본격적인 플라스틱 개발은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플라스틱이 고분자 화합물이라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에틸렌(PE), 나일론 등 다양한 합성 플라스틱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 플라스틱 산업 발전에 불을 붙인 건 다름 아닌 전쟁이었다. 특히 폴리에틸렌은 2차 세계대전에서 전선, 보급선 등에 사용되며 승패에까지 영향을 끼친 물질로 전해진다.

2차 대전 이후 급성장한 석유화학 산업으로 플라스틱도 곳곳에서 보다 발전된 형태로 사용됐다. 레코드나 CD에 활용되면서 대중음악을 한 층 발전시켰고, 유리병 대체 소재로 병원 위생을 끌어올리면서 신세계를 선사하기도 했다.

음악, 의학, 유통, 가전 등 전 산업분야에서 너도나도 플라스틱 소재를 갖다 쓰면서 산업 구석구석에 자리잡은 플라스틱은 사람들에게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요술램프로 인식됐다. 공장에서는 열과 압력과 성형틀만 있으면 저렴한 가격에 수천 개에서 수만 개의 플라스틱 제품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 사후 처리 비용 빠진 플라스틱이 문제

플라스틱에 대한 생각은 시대의 기준에 따라서 달라졌다. 플라스틱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환영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싼 원가와 쉬운 성형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많이 생산하면 할수록 가격이 더 떨어지는 규모의 경제 속에서 플라스틱은 대중이 숨 쉬듯 쓸 수 있는 소재로 자리잡았다.

플라스틱 가격이 저렴할 수 있었던 건 원료 값만 따지고 사후 처리 비용은 빠졌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기업에서 처음부터 재활용 및 사후처리 비용까지 포함해서 플라스틱을 보다 책임감 있게 만들고 유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후 처리 시간과 비용을 빼고 책정된 저렴한 가격은 대량생산 및 소비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시대 한가운데에서 환경적인 요소를 포함하지 않은 가격 책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사후 처리 비용에는 시간적인 요소도 포함돼야 한다. 플라스틱이 쓰레기로 버려지기까지 시간은 평균 3일, 썩는 데는 최장 500년 이상 걸린다고 알려진다. 소재나 용도에 따라 집이나 생활 반경 안에서 머무는 시간은 달라지겠지만 확실한 건 사용시간 대비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소 몇 십배는 더 든다는 것이다. 소각이나 매립 대신 강이나 배수구를 타고 바다로 흘러가는 문제점도 심각하다고 지적된다.  

이밖에 생산-운송-소비-처리까지 수명 주기 전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치명적인 문제도 빠져 있다. 단순히 사용 후 처리하는 과정에서만 지구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2050년까지 전체 탄소 예상배출량의 10% 이상을 플라스틱이 차지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강력한 규제로 절대 소비량을 감축하고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2022 탈플라스틱 프로젝트’ 기획에서는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산업계 안팎의 다양한 관점과 함께 환경부와 통계청 자료 및 환경단체와 각계 전문가가 발표한 보고서, 기업취재를 바탕으로 제품 및 포장재가 안고 있는 플라스틱 문제,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다양한 관점, 유통업계 내 탈플라스틱 물결,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 자원순환의 필요성과 방법, 제도적 장치의 중요성 등에 대해서 다룬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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