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 없애는 생수·음료 업계...수요 및 효과도 커
트레이 빼고 포장 방식 바꾸고...식품업계 탈플라스틱 노력

식품이 포장된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꼭 필요하지 않은데 관행처럼 사용되고 있는 과대포장들이 있다. 이와 관련해 식품업계에서는 불필요한 완충재를 제거하고 재포장 방식을 바꾸는 등 플라스틱 저감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제과가 올해 비스킷 전 제품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제거한 모습. (롯데제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식품이 포장된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꼭 필요하지 않은데 관행처럼 사용되고 있는 과대포장들이 있다. 이와 관련해 식품업계에서는 불필요한 완충재를 제거하고 재포장 방식을 바꾸는 등 플라스틱 저감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제과가 올해 비스킷 전 제품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제거한 모습. (롯데제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식품이 포장된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꼭 필요하지 않은데 관행처럼 사용되고 있는 과대포장들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품업계에서는 불필요한 완충재를 제거하고 재포장 방식을 바꾸는 등 플라스틱 저감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버려지는 플라스틱 중 상당수는 제품을 포장했다 버려지는 포장재라고 알려진다. 그린피스는 가정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약 78%가 식품 포장재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린피스는 2019년 ‘플라스틱 대한민국 일회용의 유혹’ 보고서를 통해 “오늘날 플라스틱 소비량이 가장 많은 분야는 포장재”라며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을 분야별로 살펴본 결과 포장재 및 용기 생산이 36%로 가장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배출돼 쌓이는 포장재는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식품 포장재에는 일회용 비닐이나 플라스틱 용기 비중이 높은데 종류와 형태가 다양한 데다 수거 체계가 일괄적이지 않아 제대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낮다고 알려진다. 그린피스 자료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5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생산된 플라스틱의 9%만이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폐기됐다.

문제는 소각이나 매립되더라도 육상 매립지 포화 및 처리 비용 문제 등에 직면해 있고 수많은 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환경적인 문제도 피해가기 어렵다는 데 있다. 최근에는 해양 무단투기 문제와 더불어 플라스틱이 분해되면서 메탄가스를 배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등 새로운 온실가스 배출원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포장재가 안고 있는 환경 문제에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품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KB금융그룹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3명 중 1명은 제품 구매 시 기업의 친환경 활동에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10% 이상의 추가 비용을 내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이 많은 식음료 기업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기업에서 일회용과 편의성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생산돼 소비되는 포장재 문제를 인식하고 처음 생산할 때부터 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기업이 가장 먼저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크기를 줄이거나 필요 없는 포장재는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애초에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 라벨 없애는 생수·음료 업계...수요 및 효과도 커

국내에서는 생수 용기의 중량을 줄이거나 라벨 등을 제거함으로써 플라스틱 저감 효과를 높이고 있다. 라벨프리 제품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한편 라벨을 떼어내는 번거로움은 줄여 분리배출 편의성을 높이고 재활용률을 높인다. 생수뿐만 아니라 탄산음료, 요거트 등 다양한 식음료 기업에서 기존 패키지를 무라벨로 전환하는 추세다. 

먼저 생수업계는 올해 기존에 필수정보 기입을 위해 묶음제품으로만 선보여 왔던 무라벨 생수를 낱병으로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가 지난 1월 초 무라벨 석수 500mL 낱병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먹는샘물 제조업체 로터스도 낱개 구매가 가능한 순창샘물 무라벨 생수를 출시했다. 모두 소형 넥라벨에 바코드 등 필수 정보를 기입하는 방식으로 낱개 구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오리온은 지난 2월 무라벨, 무색캡, 무색병 등 3가지 친환경 요건을 갖춘 ‘닥터유 제주용암수 무라벨’ 출시했다. 기존 수분리성 라벨을 없애 비닐 사용량을 대폭 줄이고 분리배출 편의성을 높였다. 

이와 같은 무라벨 제품을 통한 판매 효과도 크다. 롯데칠성음료는 무라벨 생수가 지난해 전년 대비 1670% 증가한 2425만 상자 판매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판매된 롯데칠성음료 무라벨 생수는 약 2억9000만 개로 라벨 한 장당 무게로 환산하면 총 129톤의 포장재 폐기물 발생량이 줄어들었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무라벨 생수는 출시 2년만에 전체 생수 10병 중 3병이 판매되는 대세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동원F&B는 경량화를 통해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 동원F&B는 최근 2년여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동원샘물 500mL와 2L 제품 페트병 무게를 각각 15.7%, 8.4% 경량화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 동원샘물에 따르면 500mL 페트병의 무게는 11.8g으로 업계 최경량 수준이다. 뚜껑 높이도 더 낮추고 라벨 길이는 20% 이상 줄여 연간 약 1200톤의 플라스틱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음료 업계에서도 무라벨 바람이 불고 있다. 코카콜라는 올해 1월 전 세계 코카콜라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사이다 브랜드 ‘스프라이트’ 라벨프리를 선보였다. 이어 ‘태양의 식후비법 W차’까지 라벨 프리로 출시하면서 무라벨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해부터 국내 탄산음료 최초 무라벨 제품인 ‘씨그램 라벨프리’, 먹는샘물 ‘강원 평창수’와 ‘휘오 순수’, 수분보충음료 ‘토레타’ 및 ‘코카콜라 컨투어 라벨프리’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왔다. 

일동후디스는 지난 6월 2일 대용량 컵 커피 ‘앤업카페 맥스’에 무라벨 투명 패키지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분리배출 시 라벨 제거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페트병을 고품질 재활용 원료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했다. 

발효유 업계에도 무라벨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풀무원다논은 지난 3월 ‘떠먹는 아이러브요거트’ 16입 2종에 무라벨 포장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34톤의 플라스틱 사용량 절감 효과를 예상했다. 앞서 풀무원다논은 발효유 업계 최초로 풀무원다논 그릭을 무라벨 제품으로 전환, 이를 통해 연간 40톤 이상의 플라스틱 사용량 줄였다. 

풀무원다논 관계자는 “최근 집콕 생활로 전보다 많은 양의 쓰레기를 경험함에 따라 올바른 분리배출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다”며 “환경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가 늘어나고 MZ세대를 중심으로 조금이나마 이로운 소비를 하는 이른바 가치소비 트렌드가 지속 확산하면서 업계를 대표하는 주요 기업들의 무라벨 제품 출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트레이 빼고 포장 방식 바꾸고...식품업계 탈플라스틱 노력

식품업계에서는 캔햄 뚜껑과 과자 트레이, 라면 묶음포장에서 플라스틱을 줄이고 있다. 관련 기업에서는 불필요한 완충재를 제거하고 재포장 방식을 바꾸는 등 플라스틱 저감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제과가 올해 비스킷 전 제품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제거했다. 롯데제과는 지난 4월 플라스틱 완충재가 들어가는 미니 야채크래커와 미니 초코칩쿠키의 생산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80여 종에 달하는 롯데제과 비스킷 전 제품 포장재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가 모두 제거됐다. 이를 통해 연간 약 576톤의 플라스틱 사용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제과는 이미 지난해 11월 대용량 카스타드와 엄마손파이 등 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완충재를 종이로 변경한 바 있다. 칸쵸컵, 씨리얼컵의 플라스틱 용기도 종이로 바꾸고 플라스틱 뚜껑을 없앴다. 이를 위해 롯데제과는 약 30억 원의 설비 투자비용을 지불하고 반 년 가까이 실험을 통해 각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형태의 포장 방법을 개발했다고 알려진다. 

한편 롯데제과는 지난해 7월 ‘Sweet ESG 경영’을 선포하면서 친환경 패키징 전략으로 ‘Sweet ECO 2025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롯데제과는 2025년까지 제품 용기 및 트레이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25% 이상 줄이고 친환경 종이 포장재 사용을 4200톤으로 늘린다는 세부적인 계획을 세웠다. 

CJ제일제당의 스팸 제품 노란 뚜껑도 자주 언급되는 불필요한 포장재 중 하나다. CJ제일제당은 2020년부터 플라스틱 캡을 제거한 스팸 선물세트를 선보이는 등 폴리프로필렌(PP) 재질 플라스틱 267톤가량을 절감, 총 1046톤의 탄소배출량 저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는 플라스틱 캡에 비닐 라벨까지 없앤 ‘스팸 라벨프리’ 제품도 선보였다. 캔 겉면에 로고 등이 새겨진 기존 비닐 라벨을 떼어낸 제품으로 이마트 전국 매장에서 4만 세트 한정 판매용으로 출시했다.

농심은 라면 재포장 방식을 바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 지난해 6월 생생우동 포장지를 간소화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둥지냉면 4개들이 묶음포장 방식을 기존 비닐 재포장에서 스티커로 된 띠지로 변경했다. 농심은 둥지냉면 재포장 방식 변경으로 연간 약 27톤의 플라스틱 필름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심에 따르면 생생우동 묶음 포장을 밴드로 감싸는 방식으로 교체함으로써 연간 약 10톤의 플라스틱 필름 사용량을 줄인 바 있다. 이밖에 올해 1월에는 무파마탕면 묶음포장을 투명비닐로 교체해 재활용 효율성을 높였는데, 농심은 밴드형태와 투명비닐 형태의 묶음 포장 두 가지 방법을 시행해본 뒤 타 제품으로 확대 적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생생우동과 둥지냉면에 우선 적용한 이유는 면이 트레이에 담겨있어 띠지 포장으로도 유통 과정에서 적치와 진열 등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며 “친환경 포장재 적용은 다양한 방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 속 트레이 사용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업계 전반에서는 기존의 과대포장 방식을 바꾸고 중량을 줄이거나 포장재를 제거하는 노력이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환경을 위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 니즈가 커지고 있는 만큼 기업에서도 탈플라스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음 시간에는 경량화나 포장재 제거 이외에 재사용 및 재활용, 소재 변경 등 다양한 탈플라스틱 방법을 조명하도록 하겠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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