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플라스틱 소비량 가장 많은 분야는 포장재”
포장재 사용률 높은 제품군 중 하나는 ‘식음료’
생산할 때부터 환경 영향 고려해서 만들어야

플라스틱 폐기물 중 상당수는 제품을 포장했다 소비자 구매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바로 버려지는 포장재다. 우리 사회가 탈플라스틱에 속도를 내려면 이러한 포장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 폐기물 중 상당수는 제품을 포장했다 소비자 구매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바로 버려지는 포장재다. 우리 사회가 탈플라스틱에 속도를 내려면 이러한 포장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대한민국은 플라스틱 공화국이라고 불린다.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 깊숙한 곳에 들어와 생활의 기본값이 되었다. 플라스틱 폐기물 중 상당수는 제품을 포장했다 소비자 구매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바로 버려지는 포장재다. 우리 사회가 탈플라스틱에 속도를 내려면 이러한 포장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 플라스틱 소비량 가장 많은 분야는 포장재

플라스틱이 생활 전반에 두루 사용되고 있는 것은 특유의 편리성, 경제성, 성형가공성 때문이다. 특히 플라스틱은 식품산업 발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식품을 안전하게 유통하기 위해서 용기나 포장재에 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가정집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약 78%가 식품 포장재라고 밝힌 바 있다. 

잠시 생각해보자. 저녁으로 간단하게 카레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포도씨유나 기타 오일류, 각종 채소, 고체카레나 분말카레, 소금, 물, 레시피에 따라 바질이나 후춧가루 등이 필요할 것이다. 이 모든 재료들을 마트에서 사온 것이라고 했을 때 각각의 재료들이 어디에 들어있는지 생각해보자. 

포도씨유는 플라스틱 용기에, 몇몇 채소는 투명 플라스틱 박스 또는 스티로폼 재질의 트레이에 비닐랩으로 포장돼 있을 것이다. 고체카레와 분말카레는 각각 플라스틱 트레이와 비닐에, 물은 페트병에, 소금을 비롯한 각종 허브류는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있을 것이다. 거기에서 끝이 아니다. 용기에는 뚜껑이 붙어 있고 외면에는 상표명과 필수정보가 적힌 라벨도 붙어있을 것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식료품에는 플라스틱 용기와 포장재가 사용된다. 신선식품, 냉동식품, 가공식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실제로 플라스틱은 다양한 종류와 형태로 포장재에 활용되고 있다. 

그린피스는 2019년 발표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일회용의 유혹’ 보고서에서 “오늘날 플라스틱 소비량이 가장 많은 분야는 포장재”라며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을 분야별로 살펴본 결과 포장재 및 용기 생산이 36%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한국은 이보다 높은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문제는 가장 많이 소비되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수명이 평균 6개월 이하로 건설재료나 전자제품이 각각 35년, 20년인 것에 비해 턱없이 짧다는 데 있다. 굳이 비교 대상을 두지 않더라도 0.5년이라는 평균 수명은 플라스틱이 안고 있는 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너무 짧다.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포장재가 가장 빨리 버려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이렇게 버려지는 포장재에 대한 규제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그린피스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일회용의 유혹’ 보고서에 따르면 과일이나 채소를 소분 포장할 때 쓰는 비닐 포장재와 과자봉지, 음료 용기 등 대부분의 플라스틱 포장재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그린피스는 이와 관련해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식료품 팩, 비닐봉지, 랩, 필름류 포장재 등 다양한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해 관리 우선순위를 정하고 생산 및 소비 저감 방안 등 구체적인 관리 전략과 이행 방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포장재 사용량 많은 ‘식음료’...제조기업이 변화해야

플라스틱은 대부분 일회용과 편의성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생산돼 소비되었다가 버려진다. 생활이 편리해지면 편리해질수록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는 늘어난다. 

그린피스의 ‘2021년 플라스틱 집콕조사 일회용의 민낯’ 보고서에서는 환경부 자료를 바탕으로 2020년의 택배와 음식배달 이용률이 전년 대비 각각 19.8%, 75.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폐플라스틱과 폐비닐 양은 각각 14.6%, 11.0% 증가했다.

해당 기간 플라스틱 사용량이 증가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비대면 트렌드로 인한 집밥 문화 확산과 가정간편식 소비량 증가로 분석됐다. 그린피스는 음료, 과자, 가정간편식, 면류 등을 판매하는 식품제조사의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농심과 오리온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CJ제일제당은 식품사업 부문에서만 지난해 1~3분기 연속으로 분기 매출 2조 원을 넘어섰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제품이 많이 판매된 것이라 좋은 일이겠지만 환경적으로는 그에 비례한 플라스틱 포장재가 배출되었을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해진다. 

이번에는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식음료 기업의 책임에 대해서 조금 더 살펴보자. 그린피스를 비롯한 글로벌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브레이크프리프롬플라스틱(BFFP)’에서 매년 실시하고 있는 기업별 플라스틱 배출량 조사 결과, 식음료 업계는 플라스틱 배출량 상위 기업에 계속 들어가고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조사가 시작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상위 3위 안에 든 기업은 코카콜라, 펩시, 네슬레 등이다. 모두 식음료기업들이다. 

이는 비단 플라스틱 배출량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린피스가 보고서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국제 공동연구팀이 주요 해양환경 7곳의 해양쓰레기 유형을 분류했을 때도 식음료 플라스틱이 전세계 해양쓰레기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재가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일 뿐만 아니라 후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유추가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식음료는 포장재 사용이 가장 많은 제품군 중 하나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많이 소비될 품목이기도 하다. 그 만큼 포장재에 대한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를 종식시킬 열쇠를 쥐고 있는 건 기업이다. 

포장재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용 후 재활용이 잘 되길 바라며 분리배출을 철저하게 하는 것 외에는 거의 없다. 처음 생산할 때부터 기업에서 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플라스틱 포장재 문제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생산부터 유통, 후 처리까지 고려한 변화가 필요하다. 

다음 시간에는 국내 식음료 기업들이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서 어떠한 변화를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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