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소 폐쇄로 사라지는 일자리
기후변화협약과 탄소중립, 정의로운 전환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
기후정의동맹 출범·민주노조, 정의로운 전환 촉구

지난달 28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새로운 사회운동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환경·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이 결성됐다.
지난달 28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새로운 사회운동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환경·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이 결성됐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등 탄소중립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탄소중립으로 이행하는 과정과 결과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정의로운 전환’ 원칙을 담은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환경·시민사회단체 연대체가 출범하고 노동조합에서도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하면서 탄소중립과 정의로운 전환을 둘러싼 사회적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석탄발전소 폐쇄로 사라지는 일자리

정부 계획대로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30기를 폐쇄하면 노동자 약 8,0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정부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폐지 석탄발전소 활용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최소 4,911명에서 최대 7,935명이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라 일자리를 잃게 된다.

폐쇄되는 석탄발전소 30기 중 24기는 LNG발전소로 전환되지만, 석탄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모두 LNG발전소로 직무전환이 되지 않는다면 7,935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직무전환이 가능하더라도 LNG발전소 24기에 필요한 인원이 3,024명에 불과해 석탄화력발전소 정규직 2,625명 중 1,221명(46.5%), 비정규직 5,310명 중 3,690명(69.4%)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결과다.

류호정 의원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일자리 문제는 탄소중립에 따른 산업전환 과정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가늠하는 시험지가 될 것이다”라며 “노동의 참여로 일자리와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 정의로운 전환은 무엇을 의미하나? 

​탄소중립과 관련한 정의로운 전환은 탈탄소 세계로 이행하는 과정과 결과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을 앞두고 국제노동조합연맹(ITUC)은 ‘죽은 지구에는 일자리가 없다’는 슬로건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참석하는 각국 정부에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노동단체들의 노력으로 정의로운 전환이 파리협정 전문에도 ‘노동력의 정의로운 전환과 좋은 일자리 및 양질의 직업 창출이 매우 필요함을 고려해야 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2018년에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는 ‘연대와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실레지아 선언’이 채택됐다. 실레지아 선언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연대가 정의로운 전환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해 11월에 개최된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유럽연합(EU), 영국,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프랑스, 독일 등은 정의로운 전환 선언을 채택했다. 

정의로운 전환 선언은 전환 과정 노동자들의 새로운 일자리 지원, 사회적 대화와 이해당사자 참여 지원 및 촉진, (저개발국, 개도국 등이) 탄소집약적 경제에서 탄소중립 경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 지역의 포용적이고 좋은 일자리 창출, 특정 산업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지속가능한 전환 추진, 국가별 정의로운 전환 노력에 대한 정보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포함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시행된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도 정의로운 전환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탄소중립 기본법에서는 기후 위기에 취약한 계층 등의 현황과 일자리 감소, 지역 경제의 영향 등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지역 및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지원 대책과 재난 대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탄소중립 기본법에 따라 정부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급격한 일자리 감소, 지역 경제 침체,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고용환경이 크게 변화되었거나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를 지정하고, 녹색산업 분야로의 사업전환 지원, 정의로운 전환 지원센터를 설립·운영할 예정이다.

◇ 기후정의동맹 출범·민주노조, 정의로운 전환 촉구

여형범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월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발행한 ‘에너지포커스’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이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들을 충분히 담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누가 피해 복원과 지원을 위한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 기존의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포괄적인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투명하게 수립할 수 있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형범 연구위원은 “탄소중립이 우선적으로 강조되면서 정의로운 전환에 특별히 초점을 맞춘 위원회, 사무국, 계획, 기금 등의 내용도 빠져 있다”며 “탄소중립위원회 내에서 운영되는 공정전환분과위원회는 정의로운 전환뿐만 아니라 에너지 분권, 기후변화 적응 등을 모두 다루도록 되어 있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기본법에 규정된 정의로운 전환 개념은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2050년 이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정책 목표와 연계된다. 이러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석탄광산 및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투자를 멈추고 기존 광산과 발전소를 폐쇄해야 하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전기차나 수소차 생산으로 변경해야 한다. 이러한 산업전환 정책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 등이 겪어야 할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새로운 사회운동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환경·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이 결성됐다. 이날 출범식에는 석탄화력발전 노동자, 지역농민, 지역 난개발 반대투쟁 주민, 대학생 기후활동가,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사회운동단체 및 진보정당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한 송상표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는 탈석탄으로 인해 노동자가 대량 해고된다는 정부의 실태조사를 언급하며 “지구의 모든 생명이 소중하듯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소중하다”면서 “지구와 노동자를 모두 살리는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지난 1일 ‘2022년 세계노동절 대회’에서 ‘기후위기 산업전환 시기에 걸맞는 정부의 역할 강화와 책임’을 요구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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