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기본법, ‘정의로운 전환’ 정의와 규정 마련
“정의로운 전환 위원회·계획·기금 내용 빠져 있어”
‘공정한 노동 전환 지원 방안’, 교육훈련 중심
“고용의 질 하락하지 않도록 법제도 마련해야”

탄소중립기본법 제7장은 기후위기 사회안전망을 마련하고,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를 지정하며, 사업 지원 및 자산손실 위험의 최소화, 국민참여 보장, 협동조합 활성화, 정의로운 전환 지원센터 설립 등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제도·시책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탄소중립기본법 제7장은 기후위기 사회안전망을 마련하고,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를 지정하며, 사업 지원 및 자산손실 위험의 최소화, 국민참여 보장, 협동조합 활성화, 정의로운 전환 지원센터 설립 등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제도·시책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 정부가 ‘정의로운 전환’을 제도화하는 단계를 밟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정부가 탄소중립 기본법에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정의와 규정을 마련했지만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논의구조와 계획, 기금 등의 내용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탄소중립기본법과 별개로 하는 법·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탄소중립기본법, ‘정의로운 전환’ 정의와 규정 마련

지난해 9월 제정돼 올해 3월부터 시행 중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약칭: 탄소중립기본법)’은 ‘정의로운 전환’을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하여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탄소중립기본법에는 ‘정의로운 전환’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7장은 기후위기 사회안전망을 마련하고,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를 지정하며, 사업 지원 및 자산손실 위험의 최소화, 국민참여 보장, 협동조합 활성화, 정의로운 전환 지원센터 설립 등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제도·시책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확정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사회적 과제로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이 제시돼 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 모두의 책임과 역할이 있음을 인정하고 사회구성원 중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이해관계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논의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전환 과정에서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의 노동자, 중소상공인, 지역 등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기후위기에 따른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 또한 중요하고, 기후위기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사전에 진단하고 이에 대비하는 사회적 안전망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는 정의로운 전환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지역은 각자의 특성에 맞는 지역 중심의 탄소중립 실현 방안을 마련하는 등 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와 지역별 지원센터 설립 등은 그 실행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 “정의로운 전환 위원회·계획·기금 내용 빠져 있어”

여형범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월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발행한 ‘에너지포커스’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이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들을 충분히 담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탄소중립이 우선적으로 강조되면서 정의로운 전환에 특별히 초점을 맞춘 위원회와 사무국, 계획, 기금 등의 내용도 빠져 있다”면서 “탄소중립위원회 내에서 운영되는 공정전환분과위원회는 정의로운 전환뿐만 아니라 에너지 분권, 기후변화 적응 등을 모두 다루도록 되어 있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위원은 “정의로운 전환 기금 설치·운영은 정의로운 전환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정의로운 전환 기금은 다른 입법안에서 제시하는 탄소중립 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금과는 분명하게 구분되어 노동자와 지역사회 등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탄소중립기본법에는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 지정이 포함되어 있지만, 특별지구 지정을 위한 국가나 지방정부를 비롯한 지역의 이해당사자들의 역할이 분명하지 않다”며 “탄소중립전략의 추진과정에서 기존 산업과 지역경제가 위기에 처하게 되는 지역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정의로운 전환 협약’을 체결해 지역이 주도적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준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국가, 기업, 지자체 차원의 정의로운 전환 계획 수립도 필요하다”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정책과 사업들을 개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 원칙과 방향에 따라 조율하고 종합할 수 있는 계획 수립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 ‘공정한 노동 전환 지원 방안’, 교육훈련 중심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정부 발표 중 가장 상세한 방안은 지난해 7월 발표된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 방안’에 제시돼 있다. 주요 내용은 탈탄소화와 디지털화라는 두 가지 전환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관련된 교육훈련을 강화하고 고용안전협약지원금·노동전환지원금 등을 지급하며 노동전환 수요를 전망해 관련 부문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 법·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탈탄소 사회로의 이행과 정의로운 전환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전환의 영향에 놓인 개인에 대한 지원이 지나치게 직업능력개발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며 “교육훈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전환 과정에서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지원, 소득 손실에 대한 지원, 가능한 범위에서의 고용유지 및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의 질 제고 등의 문제도 직업능력개발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정부의 정의로운 전환 방안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논의 필요성 정도만을 제시하고 있는데, 사회적 대화의 수준(중앙/지역)과 범위(노사 외의 이해관계자 참여)를 확대하고 이를 체계화할 수 있는 방향이 좀 더 강조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고용의 질 하락하지 않도록 법제도 마련해야”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기후위기와 노동의 정의로운 전환’ 보고서를 통해 “무엇보다 정의로운 전환은 지속가능한 노동시장이 가능하도록 노동자들의 고용의 질이 하락하지 않도록 추진되어야 한다”며 “주된 정책은 적극적 노동시장 및 사회적 보호, 노동자의 권리 등인데, 법제도를 포함하여 정책과 영역별로 다양한 방향이 검토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종진 선임연구위원은 “전환과정에서 작업환경 위험위해 요인 해소 등 산업안전보건 조치가 강화되어야 하며, 특히 기후환경으로 인한 노동자 스트레스 해소와 같은 문제도 중장기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며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들이 일자리 상실이나 사회안전망으로부터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탄소중립기본법과 별개로 지속가능한 경제와 노동시장을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고용정책기본법, 근로복지기본법 등 노동 관련 유관 법률과의 제도적 상호보완이 필요하다”면서 “다른 한편으로 정의로운 전환 기금 이외에 다양한 자원(공동근로복지기금, 대기업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을 전환 과정에서 취약층에게 활용하는 사회연대 전략을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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