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과정에서의 에너지 정의 논의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
“에너지 정의 측면에서 에너지전환 분석 필요”
에너지 정의 세 가지 원칙, 분배적·절차적·인정적 정의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피해받는 이해관계자 의견 반영해야”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선언 이후 향후 수십 년간 에너지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정의’ 관점에서 에너지전환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선언 이후 향후 수십 년간 에너지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정의’ 관점에서 에너지전환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입니다. 19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국제사회가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공동노력을 다짐하며 제정한 날입니다. 이 회의를 통해 인간환경선언이 발표되었고 UN 산하에는 환경전문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이 설치됐습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났습니다. 사정이 좀 나아졌을까요? 아쉽지만 지구는 계속 뜨거워졌고 가뭄과 산불 등의 재난이 이어졌습니다. 평균기온이 올라가는 사이에 날씨가 널을 뛰면서 반대편에서는 폭설이나 혹한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우리 인류는, 지금의 세계는 가열화되는 지구와 널뛰는 날씨가 가져온 커다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환경문제를 다룬 국내 주요 기관과 단체의 보고서에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아봅니다. [편집자 주]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선언 이후 향후 수십 년간 에너지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정의’ 관점에서 에너지전환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도 에너지전환을 추진한 지 7년 차에 접어들고 있고 정부가 202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산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받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처지를 반영할 방안을 찾아야 하고, 에너지산업의 국제적인 가치사슬과 국가별 에너지 접근성의 차이를 고려할 때 한국을 넘어선 세계 차원의 논의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 “에너지 정의 측면에서 에너지전환 분석 필요”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에 발표한 ‘에너지전환 과정에서의 에너지 정의 논의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에너지전환으로 에너지산업의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를 경제성에 근거하여 분석하는 연구는 많으나 에너지 정의 측면에서 살펴보는 연구는 부족하다”며 “에너지전환 정책이 시행될수록 지역 간 불균형을 줄이며 에너지 부문의 갈등 및 빈곤 문제를 개선하는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한 실정이다”라고 분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에너지 정의의 목표는 ‘모든 영역에 걸쳐 모든 개인에게 안전하고 저렴하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간결하게 요약될 수 있다. 에너지 정의의 개념은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는 물론 에너지 활동, 안보 및 기후변화와 관련된 문제를 포함하는 에너지 사용의 다양한 측면에서 적용되고 있다.

◇ 에너지 정의 세 가지 원칙, 분배적·절차적·인정적 정의

에너지 정의는 분배적 정의, 절차적 정의, 인정적 정의라는 세 가지 원칙에 따라 구분된다. 분배적 정의는 비용이나 환경오염 등과 같은 사회적 부담과 에너지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등을 비교·평가한다. 물리적으로 불균등한 환경 조건 등을 고려하여 에너지 기반 시설 및 에너지 서비스에 있어 공정한 분배를 추구하려는 개념이다.

절차적 정의는 모든 집단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그들의 결정이 전 과정에 걸쳐 포용적이고 차별적이지 않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에너지 정책 시행에 있어 다양한 이해집단의 의견을 절차적으로 차별 없이 반영하는 개념이다.

인정적 정의는 에너지 정책의 결정 및 실행 과정에서 누가 고려되고 제외되었는가를 보여주는 틀이다. 새로운 발전소의 계획 단계에 참여하고 에너지 비용 증가와 화석연료 산업의 잠재적인 일자리 손실을 통해 에너지전환이 사회의 저소득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등 여러 사회적 파급 효과를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세 가지 원칙 외에 ‘회복적 정의’가 추가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회복적 정의는 사람 또는 사람/자연에 가해진 피해를 복구(회복)하려는 조치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에너지 의사결정 시 잠재적 위해와 실제 비용을 포괄적으로 고려하자는 주장이다.

‘세계주의적 정의’ 개념 또한 최근 들어 논의되고 있다. 세계주의적 정의는 에너지 의사결정 시 국경을 넘어 세계적인 맥락에서 에너지 활동의 영향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리협정 등 국제 조약들이 에너지 부문에서 국가의 국제적 의무를 발생시키면서 세계주의적 정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피해받는 이해관계자 의견 반영해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에너지 정의를 고려하기 위해서는 먼저 에너지 관련 정책 입안 과정에서 에너지전환으로 타격받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처지를 반영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에너지 정의 추구에 있어 분배적 정의는 에너지원이 균등하게 분배되어 있지 않은 산업구조 특성상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가 정책 입안 시 고려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절차적 정의를 고려하여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산업구조 개편으로 인해 피해받는 집단이 누구인지 규명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그들의 의견을 의사결정 절차에 차별 없이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연구원은 “에너지전환으로 인한 산업구조 개편 시 어떠한 사회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려해 편익을 계산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는 기업의 부담을 덜고 자발적으로 참여를 장려할 수 있는 유인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기업은 단기적으로는 비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과의 상생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에너지 정의 논의에 있어 한국을 넘어 세계주의적 정의 측면의 고려가 필요하다”며 “에너지산업의 국제적인 가치사슬과 국가별 에너지 접근성의 차이를 고려할 때 한국을 넘어선 세계 차원의 논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한국이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로 발전한 상황에서 에너지 빈곤 문제가 시급한 지역의 국가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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