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 중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전환 정책 추진해야
노동자·시민,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인식 낮아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영향 분석과 지원법 제정 필요”

그린피스와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지난 14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 정책 추진을 요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피스와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지난 14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 정책 추진을 요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산업에서도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와 시민들은 정부가 산업전환 정책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고, 정의로운 전환 정책에 대한 인식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 세계 주요국,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 중

세계 주요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내연기관(휘발유, 경유 등) 자동차의 생산을 줄이고, 전기차 중심으로 생산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영국은 2030년부터,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5년 세계 시장에서 내연기관 승용차 판매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내연기관차 판매가 중단되면 기존 자동차산업 관련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피스가 조사한 결과, 국내 자동차산업의 직간접 고용인원은 2018년 기준 약 190만 명으로 우리나라 총 고용인원의 7.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고용인원만 36만 3,000명으로, 그중 완성차업계 9만 9,000명, 자동차부품업계가 26만 4,000명이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하게 되면 엔진, 변속기, 연료탱크 등 전기차에는 필요 없는 부품 생산 관련한 일자리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전환 정책 추진해야

그린피스와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최근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 정책 추진을 요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그린피스와 금속노조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정책 설계 과정에서부터 이해당사자들이 주체로 참여하여 어떠한 거버넌스를 통해, 어떠한 원칙을 가지고, 어떠한 형태와 속도로, 비용은 누가 얼마만큼 어떻게 부담하면서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린피스와 금속노조는 이날 완성차 업체 노동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린피스의 의뢰로 국내 기후에너지 싱크탱크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금속노조와 협력해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기아·한국지엠 노동자 1,019명을 대상으로 면접 및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2%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2035년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에 공감을 표했다. 2030년 또는 그 이전 판매 금지에 공감한다는 응답자도 64%였다.

미래차 산업전환에 따라 자동차산업의 고용 규모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9%가 자동차산업의 고용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답변했다. 미래차 산업전환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는 잘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답변이 33.1%로 잘 대응하고 있다는 답변(24.5%)보다 높게 나왔다. 미래차 산업전환에서 우선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응답자(33.1%)가 ‘정부의 미래차 산업 인프라 구축과 재정 지원’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고, 다음으로는 ‘노동자의 역량 강화 및 고용 안전성 강화’(24.5%)와 ‘기업의 미래차 전환 경영 전략 및 계획’(17.9%)의 순이었다. 

◇ 노동자·시민,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인식 낮아

정의로운 전환에 개념에 대해 알고 있다는 답한 비율은 31.2%로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인식은 전반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도 31%였다. ‘정의로운 전환 연구단’이 지난해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노동자와 시민 2,700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서베이 조사를 진행한 결과에서도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는 응답이 82.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로운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 주체에 대한 응답은 ‘중앙정부’(28.8%)와 ‘노동자와 노동조합’(27.6%)이 거의 비슷했고, 다음으로 ‘회사와 경영진’(22.2%)과 ‘정당, 국회 등 정치권’(17.6%)의 순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위해 정부가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응답자들은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 유지’(38.6%)를 가장 많이 꼽았고,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조 마련’(16.7%), ‘일자리 전환에 따른 소득 보전 대책 마련’(13.8%), ‘재교육과 재훈련을 위한 예산 지원’(10.4%), ‘전환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 대한 재정 지원’(10.3%)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정의로운 전환에서 특히 고려되어야 할 취약계층과 노동상황 규모를 추정한 결과를 보면, 국내 노동시장에서 탄소유발계수가 높은 상위 업종의 종사자가 2018년 기준 314만 2,000명에 달하며 이 중 33.2%가 비정규직 종사자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정부 계획대로 석탄화력발전소 30기가 폐쇄되면 최대 7,935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한 만큼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 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영향 분석과 지원법 제정 필요”

그린피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요 완성차업체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전환 속도보다 뒤처져 있다. 현대차의 경우 유럽에서는 EU의 규제에 맞춰 2035년부터,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는 2040년부터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다. 기아차 역시 2040년에 주요 시장에서 100% 전동화를 달성할 계획이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지난 4월 14일 ‘새 정부의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전환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자동차 노동자가 시급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산업전환에 기업보다 더 앞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윤 당선인이 약속한대로 2035년 내연기관차 등록 금지 정책을 이행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수위가 최근 발표한 국정과제에 내연기관차 등록 금지 정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은 “자동차산업이 바뀌면 그에 따른 고용영향에 대한 분석과 지원방안도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산업구조전환에 따른 노동전환 지원법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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